에냐도르의 전설 에냐도르 시리즈 1
미라 발렌틴 지음, 한윤진 옮김 / 글루온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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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에냐도르의_전설, #사일런스북, #판타지소설, #엘프, #데몬, #마법사


평점: ★★★★

 코로나로 인해 밖에 잘 나가지도 못하고, 답답한 마음을 풀어보려 소설책을 찾았다.


 다른 책들보다 더 '재미'있다는 이유만으로 판타지소설을 매우 좋아했다. 판타지 소설을 읽으면 보통 두 부류로 나누어 생각하고 세계관을 이해하면 나름 이해가 쉬웠다. 마법을 아는 세계와 마법을 모르는 세계. 마법을 아는 세계를 다시 나누어보면 모두 마법을 쓸 수 있는 세계와 선택받은 사람만이 마법을 쓸 수 있는 세계로 나뉜다. 에냐도르의 전설에서는 마법을 아는 세계에서, 선택받은 사람만이 마법을 쓸 수 있는 세계관을 가진다.


 책의 시작은 책 속 세계에서의 동화와 같은 이야기로 시작한다. 에냐도르 대륙을 동부, 서부, 북부, 남부로 나누어 통치하고 있는 왕국의 왕자들이 대마법사를 만나러 가 강력한 권력을 얻어내면서 전설같은 이야기의 서막이 오른다.

먼 옛날의 이야기로 인해 인간들은 (감정이 없는) 가혹한 엘프들의 혹독한 지배를 받는 삶을 살아가게 된다. 조용한 시골 마을에서 사는 트리스탄, 카이, 아그네스도 가혹한 삶을 살아가기는 매한가지였다. 엘프들은 노예군사로 쓸만한 건장한 사내아이들을 징집해갔고, 모두 자기 자식이 그렇게 징집되는 것을 피하려 고아를 데려다 키워 징집에 고아를 자신의 아들이라 속여 데려가게 두었다. 그렇게 키워진 고아가 트리스탄이었고, 그렇게 징집을 피해간 아이가 카이였다.

엘프들은 마법사의 존재를 두려워했기에 마법사를 밀고하면 넉넉한 보상이 약속되어있었다. 카이는 빈약한 체격을 가졌지만, 마법사였다. 카이의 어머니 이르멜은 장자인 카이가 마법사로 끌려가는 것을, 아니, 장자가 엘프들에게 끌려가는 것이 죽기보다 싫었기에 차라리 딸인 아그네스가 마법사로 의심받아 끌려가게 두었다. 물론 마음은 아팠지만.


 엘프들은 매우 아름답고, 아름답고, 아름다운 존재로 나온다. 하지만, 그러한 외모와는 걸맞지 않게 매우 가혹한 행동을 한다. 아무렇지도 않게 채찍질을 하는 것은 물론이고, 노예인간들을 대할 때는 '인격'이라는 것이 없는 것처럼 피도 눈물도, 자비도 없이 대한다. 질병이 있거나, 상처가 있거나 제 할일을 다하지 못하는 인간은 쓸모없으니 죽여버리거나, 엘프들이 원하는대로 비굴하게 용서를 구하거나 겁을 먹지 않으면 혹독한 벌을 주며 매우 가혹한 면모를 보인다. 아름다운 외모에 폭력적인 언행이라니. 외면과 내면이 상반되는 캐릭터였기에 엘프들의 행동이 더욱 가혹해보였고, 또 그러했기에 고통받는 인간들이 더욱 불쌍해보였다.


 판타지 세계관과 소설의 흐름으로는 책을 놓기 싫을 정도로 몰입해서 읽었다. 처음에는 '10분만 읽을까?' 하고 책을 집었던 것이, '딱 한 챕터만 더 읽자'로 바뀌어 점점 빠르게 읽어나갔다. 고개를 숙여 책을 읽는 나쁜 습관만 없었다면 밤을 새워 읽었을 것이다.


 하지만, 성별에 따른 캐릭터는 조금 실망스러운 면이 있었다. 너무나 전형적이었다고 해야할까. '룬의 아이들 3부 - 블러디드'의 이스핀 샤를을 좋아하는 내게는, 너무 진부한 설정이었다. 심지어 애니메이션 토이스토리 4의 보핍 캐릭터도 굉장히 모험적인데. 최근 나온 소설인데도 멋있는 남성과 보호받는 여성이라는 뻔한 설정은 조금은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남성 캐릭터는 정의감이 넘치는, 기사도 정신을 발휘하는 남성 캐릭터가 주인공이었다. 그리고 그와 사소하게 대립하는 것은 정의로운 남성 캐릭터가 보호하는 여성 캐릭터를 희롱하는 남성 캐릭터였다. 배경이 '군대'로 징집되는 길이었다고는 하지만, 주인공이 정의감을 드러낼 기회를 얻기 위해 여성캐릭터는 희롱을 당하고 십 수일간 악몽에 시달려야하는 고통을 겪어야만 했다.

여성 캐릭터는 남성과 자신을 비교하며 '나는 어린 여자아이일 뿐이라구요'라는 생각을 달고 사는 착하고 귀여운, 그리고 눈물이 많은 '평.범.한' 여자아이였다. 그리고, 여성을 매우 관능적이게 묘사하는 장면들이 많았다. 굳이 이런 묘사가 판타지 소설에 필요할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하였다.


 여성캐릭터의 표현에 대해서는 실망스러운 점이 있었지만, 스토리의 전개나 글의 흡입력은 대단했다. 540페이지 가량의 책을 재밌게, 단숨에 읽어버릴 수 있었다. 에냐도르의 전설은 1부에 불과할 뿐이었다. 에냐도르의 파수꾼에 대한 예고를 남기며 1부는 막을 내렸다. 2부가 출간된다면 아마도 보러가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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