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우 영성 - 영적 무감각에 빠뜨리는 '바쁨'을 제거하라
존 마크 코머 지음, 정성묵 옮김 / 두란노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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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크빛 컬러 표지가 포근하게 다가오는 『슬로우 영성』. 액자 사이 쉼표가 작게 그려져 있는 것이 마치 예술 작품을 감상할 때 여유롭게 바라보는 것처럼 신앙생활도 그렇게 하라는 의미처럼 다가왔다. 또 작게 그려진 쉼표는 ‘쉼’은 누가 찾아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찾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듯했다.

나는 아이러니 하게도 느리고도 바쁜 사람이다. 선천적으로 말도 행동도 모두 느리지만 언제나 무언가에 쫓기듯 생활하는 것에 익숙하다. 워낙 완벽주의적인 성향에 ‘조금 더, 조금 더’ 하다 마감 막바지에 일을 시작하는 탓도 크지만 애초에 일을 많이 벌이기도 한다. 그런 나의 뒤통수를 존 오트 버그 서문의 한 문장이 세게 내리쳤다.

바쁨을 “열등감, 두려움, 죄책감에 반응해 미친 듯이 노력하는 상태”라고 정의했다.

『슬로우 영성』 p10

그렇다. 나는 언제나 일로 인정을 받으려 했고 무언가 하고 있지 않으면 뒤처지는 듯한 감정에 두렵고 죄책감이 들었다. 몸은 쉬고 있어도 머리는 항상 분주해 피곤에 시달렸다. 퇴사 후 프리랜서를 하고 있는 지금도 일이 쌓여 있음에도 다른 일거리를 찾고 있다. 늘 여유롭게 살기를 바라면서도 여유와 멀어지는 선택을 하고 있는 셈이다. 나도 미처 깨닫지 못한 나의 상태를 정확하게 집어냈다.

존 오트버그 목사와 윌라드 교수의 대화도 꽤 인상적이다.

“제가 바라는 제가 되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요?”

(중략)

“삶에서 바쁨을 가차 없이 제거해야 하네.”

『슬로우 영성』 p34

내가 원하는 모습이 되려면 열심히 살아내는 것이 아닌 바쁨을 제거해야 한다니. 처음에는 눈으로 보고도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서서히 선택과 집중을 하라는 의미로 해석됐다.

심리학자 칼 융이 남긴 명언도 강렬한 인상으로 남는다.

바쁨은 악마의 것이 아니라 악마 자체다.

『슬로우 영성』 p36

대개 바쁠 때 큰 일이 생긴다. 실수를 할 수도 있고, 관계에 문제도 생긴다. 그 상황 자체를 두고 하는 말 같다. 사실 어제도 바쁜 업무를 처리하다 애먼 신랑에게 짜증을 냈다. 아차 싶었지만 이미 가시 돋은 말은 내 입을 떠났다. 다행히 나의 기분을 파악한 신랑이 지혜롭게 끊어줘 무사히 넘어갔다. 이것만 봐도 바쁨은 악마라는 표현이 충분히 이해된다.

핀란드 격언에

“하나님은 바쁨을 창조하시지 않았다.”

『슬로우 영성』 p38

라는 말이 있다 한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천지를 창조하실 때도 모든 일을 마치고 쉼(안식)을 가지셨고, 예수님도 빠듯한 스케줄 속에서도 차분히 사명대로 많은 일을 해내셨다. 당사자는 마음이 급해 숨이 꼴딱꼴딱 넘어가는데 현재에 집중하는 모습을 유지하셨다. 하나님이 바쁨을 창조하시지 않음은 분명해 보인다. 누가복음 10장에도 “네가 많은 일로 염려하고 근심하나 몇 가지만 하든지 혹은 한 가지만이라도 족하니라”고 하셨다.

예전부터 잘 노는 사람이 일도 잘 한다고 했다. 마찬가지로 잘 쉬면 그만큼 회복된 에너지로 실력을 발휘할 수 있다. 윌터 브루그만 명언이 이를 잘 대변해준다.

“안식일을 지키는 사람들은 7일 모두를 남들과 다르게 산다.”

『슬로우 영성』 p168

그리고 이 안식일은 사람을 위해 있는 것이다(안식일이 사람을 위하여 있는 것이요 사람이 안식일을 위하여 있는 것이 아니니 막 2:27).

하나님은 오로지 이 세상에 집중할 시간으로 하루 전체를 따로 떼어 놓으실 만큼 안식일을 중요하게 생각하셨다(p175 인용). “하나님이 그 일곱째 날을 복되게 하사 거룩하게 하셨으니(창 2:3)”라고 하신 것처럼

안식일은 복된 동시에 거룩한 날이다. 안식일은 피조세계의 리듬이다. 엿새 동안 일하고 하루를 쉬는 리듬. 이 리듬을 지키면 건강과 생명을 경험하게 된다. 하지만 이 리듬을 무시하고 억누르고 거부하면 대가를 치른다.

『슬로우 영성』 p176

그렇다. 바쁘다는 핑계로 몸이 보내는 신호를 듣지 않고 있다가 큰코다친다. 1~2일만 쉬어도 될 것을 병을 키워 병상에 눕는 사람 여럿 봤다. 시간은 시간대로 돈은 돈대로 낭비하게 된다. 하나님은 모든 것을 예비하시고 그 필요에 따라 만드셨다. 어느 하나도 이유 없는 것은 없다.

이 책의 저자, 존 마크 코머는 한창 급성장하고 주목받던 대형 멀티사이트 교회 담임 목사 자리에서 한발 물러나는 파격적인 선택을 한 인물이다. 정서적으로 영적으로 건강하게 살아 있기 위해 선택한 것이라 하니, 진정으로 지혜롭다. 무엇이든 비워야 채울 수 있다. 시간이라고 예외가 있을까. 현재에 충실하기 위해 해야 할 일을 하나씩 빼고 여유를 찾다 보면 삶도, 건강도, 영적인 부분도 더 풍성해질 것이다. 잘 알고 있지만 실행하기 어렵다. 여유를 찾는 데도 코머 목사님처럼 용기 있는 결단이 필요할 듯하다.

여유로운 삶과 예수님처럼 바쁜 일상에서도 평정심을 유지하며 살아가고 싶다면 존 마크 코머의 『슬로우 영성』을 꼭 읽어보길 바란다.



* 이 도서는 두란노에서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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