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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나는 살았다
오애란 지음 / 이담북스 / 2020년 9월
평점 :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 ‘포장’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서평에 웬 포장 이야기인가 싶겠지만 말하지 않고 넘어가면 입이 근질근질할 것 같다. 지금껏 여러 서평단 도서를 받아봤지만 이번만큼 취향을 저격하는 포장은 없었다. 핑크빛 리본을 곱게 둘러 작가가 독자에게 선물하는 느낌을 고스란히 전했다.
뿐만 아니다. 응모 댓글에 언급하지 않은 채린이 이름이 첫 장의 저자 사인에 똑똑히 적혀 있어 또 한 번 감동했다. 나의 인스타그램을 직접 방문하지 않고는 알 수 없는 정보라 오애란 작가는 독자가 다가오기를 기다리지 않고 먼저 손 내미는 따뜻한 마음의 소유자임을 알 수 있었다. 더불어 ‘위대함은 디테일의 차이’(p142)를 아는 데서 그치지 않고 행동으로 옮기는 실행가임이 느껴졌다.
오애란 작가는 현재 생각연필 대표이자 독서지도사, 독서논술 수업을 20년 이상 진행해온 독서와 글쓰기에 있어 전문가다. 이미 <책과 우리 아이 절친 맺기>로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고 있는데, 지난해 9월 두 번째 책 <책을 읽고, 나는 살았다>를 펴냈다. 첫 책에 이어 6개월 만의 출간이니 나로서는 참 부러울 따름이다. 현재 쓰고 있는 원고는 언제 마감할 수 있을 런지ㅎㅎㅎ
제목에서 예감할 수 있듯 저자는 책을 통해 많은 변화를 경험했다. 독서로 ‘나’를 찾고, 도전하고, 선한 영향력을 펼치고…. 전반적으로 독서의 힘을 전하는 책이다.
저자가 말하는 독서의 참맛을 알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중요한 것은 책에 대한 욕심을 놓지 않고 꾸준히 이어왔다는 것이다. 곳곳에 어린 시절 넉넉하지 못한 형편의 아픔이 묻어나는데 그 와중에도 친구 집에 가서 혹은 빌려서 읽었다고 하니 책에 대한 애정이 상당하다 싶다. 더욱이 읽는 데서 멈추지 않고 지금의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하니 저자와 책은 떼려야 뗄 수 없는 필연적인 사이임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지 않을까.
나도 초등학생 때부터 생일, 시험 등 부모님이 받고 싶은 선물을 물어보면 언제나 책이라 했기에 읽으면서 그 시절이 많이 떠올랐다. 초등학교 졸업 직후 갑자기 가정 형편이 좋지 않아져 사회생활 시작 전까지 여유를 누린 마지막 시기라 더 그렇지 않았나 한다.
그런데 읽다 보면 저자뿐만 아니라 저자 가족이 책에 대한 애착을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 첫 번째로 예순이 넘어 성서를 읽기 시작한 아버지 이야기다.
아버지 본인은 공부하는 것도 싫어하고 책도 읽지 않았지만, 우리가 책 읽는 모습을 특히 좋아하셨다. … 아버지가 성서를 읽기 시작하면서 달라졌다. 평생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아닌, 살아야 했기에 무조건 일만 하면서 살았던 지난 시간이 너무 안타깝다고 했다. p45
책 읽는 모습을 그렇게도 좋아하는 아버지였는데, 하루 세 끼 먹고 살기도 어려운 여건 탓에 동화책 전집을 구매했다가 외할머니 성화에 반품해야 했던 그 심정이 어떨까 싶어 코끝이 시큰해져 애먹었다.
엄마 일화도 나온다. 엄마가 까막눈인 것을 알고 잘못된 장부를 들고 와 외상값을 덜 치르려는 소란이 벌어진 날, 몰래 눈물 흘리는 것을 보고 어린 애란은 엄마에게 글씨 쓰는 법을 가르쳐 드린다. 그 후, 세월이 흘러 한글 공부를 시작해 현재는 초등학교 검정시험 준비를 하고 있다 하니 저자의 엄마도 환경이 허락했다면 글과 책을 가까이 하지 않았을까 상상해본다. 여하튼 잘 준비해 꼭 붙으셨으면 한다.
앞서 말했듯 저자는 독서의 중요성을 꾸준하게 주장한다.
단지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인정했을 뿐인데 너무 많은 변화가 생긴 것이다. … ‘내가 만약 책을 읽지 않았다면 지금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까?’ 생각만으로도 끔찍하다. p95
책을 읽는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저지를 수 있는 실수를 줄일 수 있다. p119
신랑과 나는 관심사 또는 문제가 생기면 책부터 찾는다. 저자와 같은 믿음이 아닐까 한다. 책 속에 길이 있다는 말은 시대를 넘어 쭈욱 통용되는 말이지 않을까.
그리고 지금 육아를 하고 있기에 깊이 새겨둘 한 문장이 있었다.
책읽기가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제대로 읽고 제대로 해석하지 않으면 나처럼 되는 것이다. 머리는 커졌지만 마음이 성숙하지 못한 기형적인 상태. 책을 읽고 비판적으로 생각하고 자신의 상황에 제대로 적용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아이를 키우면서 경험했다. p74
이유인 즉, 육아서적에 의존한 육아를 하다 보니 아이 마음을 돌보지 못한 상황을 초래하게 된 것이다. 나 역시 책을 가까이 하고 있기에 같은 잘못을 저지를(?) 가능성이 충분해 별표를 여러 개 쳐 놨다. 책을 제대로 읽고 제대로 해석해야 한다는 말은 숱하게 들었지만 적절한 사례를 들어주니 더 와 닿지 않았나 한다.
그 외에 마음을 울린 몇 개의 문장을 적어본다.
늘 경제적으로 궁핍한 상황에서 살았다. 내가 하고 싶은 것, 사고 싶은 것을 걱정 없이 하거나 산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매달 날아오는 청구서는 가슴을 조이고 가족, 친구, 친지들의 기념일은 부담스러운 행사였다. 돈 쓸 일이 생기는 게 겁났다. 무엇보다 궁핍한 모습이 들통날까봐 전전긍긍하는 나 자신이 초라했다. p149
실패할까 봐 두려워서,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 몰라서, 경제적인 상황이 여의치 않아서 등 다양한 이유가 있다. 냉정하게 말한다면 이것은 모두 핑계다. 결국 내가 아직 간절하지 않기 때문이다. 간절한 사람은 도전할 수 있다. 아니, 어쩔 수 없이 도전해야만 한다. p169
새로운 인생을 살고 싶은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그 시작은 나 스스로부터, 지금 당장 해야 한다. 어설픈 시작일지라도, 두려운 시작일지라도, 부족한 시작일지라도 괜찮다. 누구나 처음에는 어설프고, 두렵고, 부족하다. 그런 자신을 인정하면 된다. 거기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p189
사실 신랑이 창업한지 3년이 채 되지 않아 현재 경제적인 여유를 부리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로 인해 저자가 말하는 궁핍한 상황이 얼마나 내 얘기 같던지. 사실 나는 사람을 너무 좋아하는데 그들의 기쁜 일에 제대로 축하해줄 수 없는 지금의 현실이 너무 마음 아프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책을 읽고, 글을 쓰면 반드시 좋은 날이 온다는 메시지 같았다. 더불어 그 상황을 만들기 위해서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생각, 계획만 하지 말고 부족하더라도 지금 해보라는 인생 선배의 조언처럼 다가왔다.
끝으로 나의 독서가 아마도 생산적인 활동이라 믿으며 나만을 위한 독서가 아닌 선한 영향력이길 바라는 소망이 담긴 한 구절로 마무리 할까 한다.
책 읽기가 자신의 성장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타인의 성장을 돕는 도구가 된다는 사실이 신선한 충격이었다. p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