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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에 동서로 길게 누워 가는 이 빛의 강, 은하수를 서양에서는 밀키웨이milky way라 일컫는다. 그리스 신화에 의하면 은하수는 제우스의 부인 헤라 여신의 젖이 뿜어져 나와 만들어진 것이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예로부터 은하수를 미리내라고 불렀다. ‘미리’는 용을 일컫는 우리 고어 ‘미르’에서 나왔고, ‘내’는 강이란 뜻이므로, 한자로는 용천龍川, 곧 용의 강이다. 미리내란 우리 이름이 밀키웨이란 말보다 훨씬 멋지고 품위 있어 보인다. 태양계가 있는 우리은하를 그래서 미리내 은하라고도 한다. 흔히 ‘우리은하’로 부르는데, 우리나라처럼 붙여 쓰는 게 자연스럽다. 영어로는 밀키웨이 갤럭시라 하고, 또는 머리글자를 대문자로 써서 그냥 갤럭시The Galaxy라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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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서 태양까지의 거리는 약 1억 5천만 km다. 이걸 1천문단위 AU라 하여 태양계를 재는 잣대로 쓰인다. 이게 대체 얼마만
한 거리일까? 천문학은 감수성과 상상력을 필요로 한다. 가장 간단한 답으로는, 1초에 지구 7바퀴 반을 도는 초속 30만 km인 빛이 8분 20초 걸려 주파하는 거리다. 초로는 약 500초인데, 달까지의 거리의 약 400배에 달하며, 시속 100km의 차로 달리면 무려 170년이 걸린다. 우리가 해바라기처럼 올려다보는 태양이 실제로는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 별인지를 실감할 수 있다. 그런데도 그 먼 거리에서 내뿜는 별빛이 이리도 뜨겁다니 참 믿기지 않는 일이지만, 이것이 태양 표면 온도 6천도의 위력이다. 태양이 만약 10%만 지구 가까이에 위치했다면 지구상에는 어떤 생명체도 살지 못했을 것이다. 우리는 부디 태양이 그 자리를 지켜주기만을 기도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