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아무도 모르게 자란다
이루비 지음 / 낭만너구리 / 2020년 11월
평점 :
절판


첫 장을 펴는 순간, 나의 어린 시절이 소환된다. 주말마다 보던 애니메이션이 반갑다. 이 만화책의 주인공은 곧 중학교 입학을 앞둔 초등학교 6학년 '김영원'이다. 영원이는 동생과 엄마와 산다. 엄마는 형제 둘을 키우느라 생활전선에서 늘 바쁘시다. 그러다보니 엄마가 안계실 때 어린 동생을 돌보는 것은 영원이 몫이다. 그런 책임감과 엄마의 잔소리는 가끔 버겁지만, 그래도 영원이는 엄마 심부름도 곧잘하는 착한 아이다. 무엇보다 영원이는 만화를 잘 그린다. 실력도 꽤 있어서 친구들은 영원이의 만화 연재를 기다리기도 한다.

<아이는 아무도 모르게 자란다>는 주인공 영원이의 성장 만화다. 영원이는 엄마에게 반항 하고 일진 형들과 어울리며 사고도 치지만 결국은 엄마의 사랑을 깨닫고 제자리를 찾는다. 꼭 같은 모습은 아니더라도 누구나 비슷한 각자의 서사가 있다. 그야말로 아무도 모르는.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후에 돌아보면, '아, 내가 그 때는 그랬었지.'하고 자기 모습이 잘 보인다.

나 역시 돌아보면 부모님은 모르는 그 때 그 시절의 이야기가 있다. 엄마 몰래 천리안, 하이텔, 나우누리 통신에 접속해서 당시 좋아하던 젝키 팬클럽에 가입했다. 팬클럽 '언니들'과 밤새 채팅을 하다가 들켜 엄마에게 한밤중에 등짝을 맞기도 하고, 부모님 몰래 부산, 대구 근교의 대도시로 일종의 '번개'모임에 가기도 했다.

지금와서 생각하니 외로워서 그랬던 것 같다. 마음이 통하고 나의 존재를 인정해줄 누군가가 필요했다. 그래서 소속감을 느낄 수 있는 곳을 찾아다닌게 아닌가 싶다. 이 만화책의 주인공, 영원이도 그 때 나와 같은 마음 아니었을까.


이 만화책의 또다른 재미는 곳곳에 숨은 그 시절의 디테일이다. 2000년대 전후에 중학교에 다녔던 나같은 사람이라면 공감할 포인트가 곳곳에 숨어있다. 첫 장면에 강렬하게 다가온 날아라 손오공 만화부터 시작해서, 나 역시 늘 도전의 유혹에 시달렸던 메달 교환기, 뒷통수가 뚱뚱한 컴퓨터, 아이 마이 미 마인을 외치던 문법 우선의 영어 수업 시간과 같은 것들이다. 사소한 한 장면으로도 과거로 회귀하도록 하는 힘이 만화책이 주는 큰 매력이 아닐까 싶다.

그 시절의 내 모습을 회상하며, 추억 여행을 떠나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그리고 꼭 그런 목적이 아니더라도 주중의 고단함을 잊고, 편하게 엎드려 만화책과 함께 힐링하는 시간을 갖고 싶은 모든 8090년대생들에게도 <아이는 아무도 모르게 자란다>를 슬그머니 추천해본다.

*해당 도서를 제공받아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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