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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끝의 아이들 - 시력으로 가득한 땅끝에서 이민아 목사가 체험한 기적과 치유의 이야기
이민아 지음 / 열림원 / 2022년 3월
평점 :
진설 | 서평
<땅끝의 아이들>, 이민아, 열림원, 2022.03
<땅에서 하늘처럼>, 이민아, 열림원, 2022.03
“땅이 말하는 하늘의 이야기, 그 아프고도 진솔한”
나는 무교다. 아니, 굳이 따지자면 ‘범신론 혹은 인내천 사상’과 같이 세상 만물에는 신비로움과 영적인 면이 깃들어 있다고 믿으며 살아가고 있다. 여기에 더해, 적당량의 과학적 합리성과 인본주의(인문주의)적 가치에 관한 믿음이 삶의 기저에 깔려있다. 어찌 보면 그 자체로 ‘인문과학’ 혹은 ‘예술’이라는 종교를 믿고 있다고도 할 수 있겠다. 여하간 특별히 삶에서 종교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앞으로는 모를 일이다).
위와 같은 연유로, 주로 탐닉 중인 책도 ‘인문, 예술, 과학’과 관련된 것들이며, 종교와 관련한 것도 철학이나 교양 과학과 같이 인문 교양 장르에 가까운 것들만 가까이 편식해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다가 우연한 기회에 열림원에서 이민아 목사 10주기를 기념하여 출간되는 <땅에서 하늘처럼>과 <땅끝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서평단을 진행한다고 하는 홍보물을 보게 되었다. 평소 같으면 무관심으로 일관하였을 나다. 나에게 새로운 지식이나 영감을 줄 곳으로 종교 관련 서적에는 특별한 기대감이 없었기 때문이다. 허나 무슨 연유인지는 모르겠으나.. 반드시 읽어봐야겠다는 모종의 직감이 올라왔다. 특히 폭력과 마약 범죄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는 아이들에게 기적과 치유를 선사했다는 <땅끝의 아이들>이 눈에 들어왔으며, 곧이어 그리고 이 치유의 근간이 될 진솔한 고백록인 <땅에서 하늘처럼> 역시 호기심을 부채질했다. 게다가, 현재 인문, 예술, 과학의 힘으로 치유와 회복 관련 심리상담 및 컨설팅 서비스를 기획하며 새로운 브랜드 런칭을 당장 코앞에 둔 터라 더욱 관심이 갔다(그러나 사실 확률도 낮고, 기독교 신자도 아니며, 믿음은커녕 되려 작더라도 반감만 있었기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이렇게 내 책상에 두 권이 묵직하게 올려져 있다). 우연이자 필연으로. 그렇게, 이민아 목사와 함께 생생한 간접 체험을 한바탕 하고 오는 중이다.
사실 이 책을 읽는데 시간이 적지 않게 걸렸다. 때로는 감화를 받게 되는 부분도, 신비와 경이로움의 기적과 같은 느낌을 받는 부분도 있었다. 그리고 책 자체의 밀도와 두께도 이유겠다만, 역시나 예상처럼 마음속의 자리한 편견과 오해들로 인해, 있는 그대로의 현상학적 독서를 쉽지 않게 만들었다. 특히, <땅에서 하늘처럼> 중 238페이지 ‘예수님을 만나다’에서, 여자는 도움이 필요한데, 특히 남자의 도움이, 신랑이 와서 여자를 구해줘야 한다고 하는 것이 예수님이 우리의 DNA 안에, 영과 혼 안에 미리 예비해두었다고 하는 내용이다.
“남자들은 결국에는 자기가 해야 돼요. 자기가 좋은 데 취직해서 돈을 벌어서 성공해야 합니다. 그러나 여자는 다소 공부를 못했다하더라도, 다소 머리가 나쁘더라도, 별로 가진 것이 없더라도 꿈을 꿀 수가 있습니다. ‘어느 날엔가 이 왕자님 같은 남자가 나를 흰 말에 태우고 석양 속으로 달려가줄 거야’하는 것은 신부로 우리를 부르신 하나님이 우리 안에 넣어주신 로맨스 같아요. 하나님에게서 온 거예요. 그런 꿈이 누구에게나 있습니다. 이걸 예수님이 아닌 다른 남자에게 받으려고 하니까 상처를 받는 것이지요. (p. 240)”
소위 페미니스트 활동을 하는 것도 아니며, 약간의 젠더감수성 정도만 장착하고 있을 뿐인데도 위 대목이 못내 마음에 걸렸다. 물론 성경에 관한 전반적인 이해 부족이거나, 믿음의 부족으로 인한 것일 수 있지만, 현대 사회의 전반적 분위기상 남자는 스스로 돈 벌어 성공해야 하는 존재이고, 여성은 남성의 테두리 안에서 수동적으로 존재해야 한다고 하는 논지는, 적어도 현 사회에서는 보편적이라 하기 어렵다고 본다. 어찌 보면 시대에 정확히 반反하고 역행하는 맥락으로 읽힐 여지가 다분해 보인다.
게다가 로맨스를 다른 남자가 아닌 예수님하고 해야 하며 그렇지 않기에 상처를 받는다고 하니, 궁극의 로맨스는 결국 ‘믿음의 영역이고 종교적인 것’인가에 관한 의문이 끊임없이 올라오게 된다. 인문예술적 시각에서 견지해보자면, 사랑은 저항이고 고통이고 아픔과 상처가 반드시 동반된다. 필연적으로 나와 다른 다양한 타자를 온몸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지난한 과정이기 때문이다.
독일 스타 철학자 마르쿠스 가브리엘의 '신실재론 New Realism'의 입장에서 절충해보자. 해당 이야기(신화, 원형)은 다양한 의미장 내에서 존재할 수 있는 경우인 것으로 보인다. 즉, 예수님이 전하는 이야기가 인류 모두의 보편적인 현상이요, 모두의 이야기로 수렴되고 환원되어 설명될 수 있는 궁극의 것인지는 의문이 가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이를 정면 반박하거나 기존 체험 수기, 후기를 거부하고 무시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내가 모르는 거대한 영역이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또 이 두 책을 꺼내들 날이 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 혹은 두려움이 공존한다. 다만, 확실한 건, 과학이나 예술과 같이 인간의 영역(땅)에서 벌어지는 것 외에도 아직 알지 못하는 신의 영역(하늘) 혹은 미지의 초자연적 영역이 있을 거라는 가능성 혹은 여지는 열어두려 한다. 모든 이들에게 의미 있는 것은 실재하며, 언젠가 그 의미가 나에게도 닿을 수 있기 때문이다. 존재하는 유무형의 것들은 일단 존중과 권리를 담보 받아야 한다.
내가 경험해 보지 못한 일들에 관해서 나의 믿음과 잣대를 가지고 폄훼하는 일만큼 어리석은 것이 없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심리치료와 교육 관련 일을 하며 여느 때보다 절실히 느끼고 있는 지금. 이민아 목사의 절절한 체험에서 잉태된 언어들이 이룩한 세계(worlding)의 진솔함과 처절함을 감히 내가 무어라 평할 수 있으랴. 개별 인간의 세계는 고유하며, 실재한다고 믿기에, 그녀가 믿고 함께하였던 하나님 또한 분명 존재했으리라. 혹, 나에게도 어떠한 기적이나 체험 등이 일어난다면 아마 오늘을 기억하지 않을까 싶다. 죽을 때까지 그런 일이 없다면 이 또한 기적이라 할 수 있을까.
책을 통해서도 낯선 세계관의 생경한 체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시고, 서평 기회를 주신 열림원 출판사에게 감사를 전하며 글을 마친다.
*이 서평은 출판사 열림원으로부터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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