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병 - 공감 중독 시대를 살아가는 방법
나가이 요스케 지음, 박재현 옮김 / 마인드빌딩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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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설 | 서평


<공감병>, 나가이 요스케, 박재현 역, 마인드 빌딩, 2022.03


“공감에 저항하라, 한 차례 깊이 호흡하고, 이성의 닻을 내려서”


공감병? ‘공감’이 ‘병’이 될 수 있다? 상담과 치료를 업으로 삼는 나에게 ‘공감’은 너무도 중요하지만 바로 실현하기는 어려운 행위다. 공감은 악惡(장애, 증상)에 대항하는, 선善 역할을 하는 최후의 보루와 같은 것이다. 이러한 공감이 병으로 인식될 수 있다는 점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게다가 공감은 소외, 차별, 배제를 동반한다니. 포용하고 공명하여 하나가 되는 공감에도 부작용이 있다는 이야기다. 이제 어설픈 공감이 낳을 수 있는 부작용을 알아버렸다. 큰일이다(아니, 궁극적으로는 좋은 일이다).


물론, 오해는 하지 말자. 공감이 무조건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공감이라는 현상, 메커니즘이 이성과 논리라는 장치 없이 감정적으로 편향되어 본능적으로만 치우쳐 작동하였을 때,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 저자 ‘우치다 다쓰루’의 논지다. 


일본인이며 91년생의 젊은 청년인 그의 이력은 독특하다. NPO 법인 억셉트 인터내셔널 대표이사이자 유엔 인간 주거 계획 CVE(폭력적 과격주의 대책)센터의 멘토로, 소말리아 등의 분쟁지역에서 테러단체 투항병이나 체포자, 폭력단 등의 탈 과격화, 사회복귀 지원이나 과격화 방지라는 다소 위험해 보이는 일을 소명으로 삼아, 일을 해오고 있다(사실 위와 같은 업이 존재하는지조차 몰랐다. 나의 짧은 식견과 한계를 다시 느낀다). 첨예한 국제 분쟁, 정치, 사회 등의 현안에서 생명과 안전을 온몸으로 느끼고 해결하며, 공감이라는 현상이 인간 사회에 미치는 부정적 측면을 오롯이 느낀 저자는 공감에 관한 어설픈 신화와 긍정에 관해 다시금 이성적으로 비판해보고 재고할 기회를 제공한다.


저자의 요지는 이렇다. ‘과도한 동질성에서 피어나는 어긋난 공감(p. 141)’, ‘‘이해불가’를 전제로 앞으로 나아가기(p. 155)’라는 테제만 보더라도, 공감은 그저 내 편안함과 안전함을 확인하는 정당화 수단으로 변질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공감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공감은 차별, 편견, 배제라는 안티테제를 낳을 수 있음을 명심하고 신중에 신중을 다해야 한다. 내가 하는 공감이 ‘내집단(동질 집단)’이라는 안전한 틀 안에서 이루어지는 편협하고 어긋난 차별은 아닌지 곰곰이 되씹어 보아야 할 것이다. 인간은 이성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조금은 친절한 세상이 되지 않을까(p. 147). 인간은 원래 서로를 이해할 수 없는 존재이기에, 일단 우리는 타자라는 존재를 이해할 수 없다는 걸 전제로 두어야 한다(p. 157)는 저자의 말을 기억해보자. 우리 하나하나 개개인은 절대 같지 않다.


“그들을 깊이 이해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그들의 의견에 진지하게 귀 기울여 듣고 대화하는 게 중요하다. 그때 팽팽한 긴장감, 때로는 움찔하게 만드는 오싹한 공기가 감돌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만이 이해가 깊어지고 있다는 증거다.” (pp. 130-131)


사회적 맥락과 다차원적인 층위의 서사를 고려한 이성적인 판단 속에서 균형 있는 공감이 이루어질 때, 무비판적이고 맹목적인 감정적 공감의 헤어나올 수 있을 것이다. ‘쉬운 이해가 사회를 비뚤어지게 한다(p. 49)’는 그의 호소를 기억하자. 너무 쉽게 공감하여 내 편을 만드는 협소한 세계관을 갖지도 말며, 너무 쉽게 비판하여 세상을 악과 적이 가득한 전쟁터로도 만들지도 말자. 생각하고 또 생각하자. 그런 의미에서 공감병을 읽은 나의 소감을 한 단락으로 정리해보련다.


“어설프게 공감하는 현자인 척, 지식인인 척 말고, 나와 인간의 한계를 직시하고 보편의 권리를 위한 이성의 날카로운 촉수를 세우자. 그리하여 내 안의 작은 인정과 내 편의 세계를 만드는 배제와 차별의 공감 말고, 보편적 권리를 위한 이성적이면서 수용적인 공감을 위해..”


*이 서평은 출판사 마인드 빌딩으로부터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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