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노동 - 가정, 병원, 시설, 임종의 침상 곁에서, 돌봄과 관계와 몸의 이야기
매들린 번팅 지음, 김승진 옮김 / 반비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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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과 자본의 매끈한 환상 너머, 사람과 사랑을 거칠게 살아낼 용기를 주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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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노동 - 가정, 병원, 시설, 임종의 침상 곁에서, 돌봄과 관계와 몸의 이야기
매들린 번팅 지음, 김승진 옮김 / 반비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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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노동- 가정, 병원, 시설, 임종의 침상 곁에서, 돌봄과 관계와 몸의 이야기

매들린 번팅Madeleine Bunting 지음, 김승진 옮김, 반비, 2022.09

 

 

시장과 자본의 매끈한 환상 너머, 사람과 사랑을 거칠게 살아낼 용기를 주는 책

 

 

나는 치유예술교육가.

 

쉽게 말해, ‘예술치료사이자 심리치료사라고 불리는 사회적 역할을 가까스로 해내는 중이다. 남녀노소, 학교부터 복지관. 기회와 때가 주어지면 기꺼이 소명을 다하고자 한다. 이때 주어지는 자부심이란. 썩 괜찮은 것이다. 누군가의 삶에 나의 지혜로 도움과 보탬이 되는 삶. 자기를 실현하고 도취하기에 충분하였다. 적어도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우리 모두는 타인의 돌봄에 의해 형성된 존재다(p. 12).”

 

그렇다. 태어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 누군가의 손길과 돌봄은 끊임없이 나를 지탱하고 있다. 그렇지 않고서야 지금 이렇게 편하게 앉아 지적 호사를 누릴 수 없다. 하지만 뭔가 아쉽다. 잘 알겠으면서도 왠지. 홀로 험한 세상을 잘 살아갈 수 있을 것만 같은 이 오만함은 어디에서 비롯할까.

 

돌봄의 언어가 너무 닳아서 의미가 텅 비어버렸다... (중략) ... 상업적, 소비주의적, 그리고 경영관리적인 새 어휘의 쓰나미에 파묻혔는데, 정작 중요한 돌봄의 본질을 이러한 어휘들이 위협하고 있다(p. 18).”

 

돌봄 혹은 유사 행위가 서비스service’이자 콘텐츠contents’라는 표준화된 관리 영역으로 외주화되며, 삶 곳곳을 생동하게 하는 돌봄의 향취가 증발해버렸다. 흔히 말하는 신자유주의적 시장자본주의라는 문화적 가정(p. 18)’ 때문이리라. 오직 무한한 성장과 번영만이 세상을 진보케 하는 일이기에, 자유롭고 합리적이고 건강한 개개인은 이상적인 천국을 향해 고개를 쳐들고 있다. 이른바 수직 상향욕구. 그러는 사이, 수평으로 혹은 하향으로 버텨지고 있는 현실과 뿌리는 거추장스러운 것이 되어버렸다. 하늘로 올라가기도 정신없는 이때, 주위를 천천히 관망할 여유가 어디 있겠는가. 그렇게, 경제 발전, 사회 진보와 직접 연관 없어 보이는 돌봄은 가치는 산술적으로, 경영적으로 평가 절하된다.

 

전문직 종사자도 포함해 돌봄노동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이제 시장 메커니즘을 모방한 시스템에서 일해야 한다. (중략) 효율성과 생산성이라는 시장의 용어는 돌봄 제공에 본질적인 가치들에 종종 적대적이다(pp. 64-65).”

 

돌봄은, 암묵지이자 고도의 예술 행위의 가까운 프랙티스practice(p. 216)’임에도, ‘돌봄의 많은 부분은 삶을 편안하고 무사하게 유지해주는 일상적인 일들이며, 너무나 쉽게 당연시되고 우리의 시야에서 미끄러져 사라지고(p. 13) 있다. 돌봄은 그저 차분한 봉사의 이미지로 그려서는 안 된다. 실제 내 임상 현장에서만 보아도 예상치 못한 과정들이 허다하며, 정신적, 체력적 소진은 덤이다. 말 그대로, 타인의 삶을 끌어안는 고통이 온몸으로 수반된다. 분에 넘치게도 말이다.

 

돌봄은 늘 고통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었다. 돌봄에는 누군가의 삶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순간을 꿋꿋하게 직면하고 버티면서 슬픔을 함께 나누고 변함없이 곁에 있어주고 신체 및 신체의 배설물로 엉망진창인 물리적 현실을 기꺼이 다루고자 하는 마음이 수반된다(p. 66).”

 

그렇다. 돌봄은 매끈하고 따듯하고 충만한 것이 아니다. 그야말로 고통의 과정을 함께 하는 도반의 여정이다. 하지만 그에 상응하는 사회적 인정, 경제적 보상은 요원하다. 단순히 시스템의 당연한 측면으로만 소비된다. 돌봄이 제공하는 진정한 인간적 만남, 호혜적 관계, 복잡한 과정, 감정의 순환 등의 가치는 점점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으로 소외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나는, 우리는 이 돌봄의 가치를 제대로 알고 이를 지속할 수 있는가? 돌봄 노동자, 돌봄을 행하는 사람에게 기꺼이 높은 가치와 존경을 토대로, 실질적인 피드백을 해줄 수 있는가. 나는 이 과정에서 어떤 위치에 서 있는가. 이대로 포기할 것인가. 새로운 돌파구를 찾을 것인가. 머릿속이 복잡하다. 나는 과연 어떤 돌봄의 길을 걸어갈 것인가. 책을 다 읽은 뒤 내면 깊숙이서 묵직한 목소리가 올라온다. 하이데거가 말한 존재의 신호탄이려나. 진실을 외면한 채, 기만의 언어로 나름 방어해온 성벽이 무너진다. 와르르. 처참히.

 

 

 

심리치료(예술치료), 상담, 코칭, 교육과 같이 사람을 살리는 일(흔히 활인(活人)업이라 하는)을 하다고 으스대는 나에게, 이 책은 해당 업의 의미와 동기, 아니 나의 존재 자체의 내러티브를 재구성하고 해체하기를 차분하고 담담하게 요청하고 있다. 그것도 아주 구체적인 현장의 언어로. 아니 현장을 고스란히 옮겨낸 몸과 살의 온도로. ‘달콤한 고통이며, ‘사랑스런 충고. 아프지만 감동적이고, 희망적이지만 매섭다.

 

소위 유명하고 성공적인 위치에 있는전문가가 되기 싫다며 대안적인 공간을 마련하였고 새로운 포부를 담아 창직을 시도했다. 그렇다면 이제, ‘사랑의 노동으로 돌봄을 실천하는전문가라 자신 있게 외치면 될까. 아니. 뼛속 깊이, 아니 눈에 뵈지도 않는 DNA 구조까지 휘감아 침윤한 성공과 성장에 대한 갈망은 진정한 돌봄과 사랑의 길에 안개를 드리웠다. 결국, 타인에게로 가던 길을 돌아 나에게로 돌아선다. 그래도 다행이다. 아직 나에게도 비겁하게 달려가진 않았다. 다시 용기 내어 타인에게 향하는 길로 몸을 틀어본다. 희망도 있기에.

 

줄레타는 측은지심은 인간 본연의 역량일지 몰라도 손상되기 쉽다며, 산업화되고 시장회된 의료에서는 측정 가능한 결과가 나오는 거래적 돌봄에 우선순위를 두게되므로 긍휼이 밀려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줄레타는 희망적인 면도 이야기했는데, 긍휼은 본질적으로 호혜적이고 알아차리기 쉽다. 또한 전염성이 있어서 한번 경험하면 다른 이에게도 발휘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p. 211).”

 

가자. 돌봄을 전염시키러.

 

 

 

*이 서평은 출판사 반비로부터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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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헌의 그리스 로마 신화
김헌 지음 / 을유문화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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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를 사랑하는 어느 한 인문학자의 신화 이야기. 김헌의 시선으로 다시금 재창조되는 21세기에 다시 읽는 오래된 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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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헌의 그리스 로마 신화
김헌 지음 / 을유문화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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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설 | 서평

 

<김헌의 그리스 고마 신화>

김헌, 을유문화사, 2022.03

 

[지혜를 사랑하는 어느 한 인문학자의 신화 이야기]

 

부끄럽게도. 30대 중반이 넘어가는 삶의 여정 속에서 신화를 제대로 읽어보거나 골몰해본 적이 없다(그리스·로마 신화는 물론, 동양과 한국의 신화까지도). 청소년 시절, 심신이 피폐해져 지금-여기를 살아내지 못하고 중심 없이 부유하던 때. 그 어떤 텍스트가 나와도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다. 아니. 그럴 힘조차 없었다. 살아내는 것만이 유일한 과업이었으니까. 이런 가엾은 아이에게 신화는 언감생심이었을 터. 20대 시절은 어떠한가. 자기 중심성이 극에 달한 어리숙한 나르시시스트가 세상만사 과잉 자아로 채색하던 때. 소설은 그저 남이 쓴 허구요, 아무짝에 쓸모없다고 오만하게 외쳐댔다. 그럴진대 신화는 어땠으랴. 매우 오래된, 낡아빠진 괴변으로 가벼이 여겼을 터다.

 

그럼 지금. 30대 중반의 청년이 된 나에게 신화는 어떤 의미일까?

 

첫째로, 뿌리에 대한 갈급.

 

여러 학문을 공부하고 연구할수록 뿌리가 되는 원전이나 텍스트, 사유의 원형 등을 갈구하게 된다. 그 갈증을 해결해 줄 수 있는 가장 기초적인 텍스트로, 그리스·로마 신화를 들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성경, 불경, 소크라테스, 논어와 같은 텍스트도 매우 중요하지만, 지구화(아니 서구화)된 모더니티가 득세한 현 세계에서 그 뿌리가 되는 텍스트는 단연 그리스·로마 신화다. 근원으로 돌아가 다시금 학문과 세계관의 뿌리부터 튼튼히 다지고 정비하려 한다.

 

둘째로, 인간 본질에 관한 탐닉.

 

인간 행동과 심리 그리고 관계, 나아가 한계와 본질에 이르기 위한 주요 텍스트라는 점. 특히 심리학(심리치료)의 창시자 격으로 대우 되는 프로이트의 그 유명한 오이디푸스 콤플렉스(Oedipus Complex)’부터 엘렉트라 콤플렉스, 피그말리온 효과와 같이 인간 행동과 심리를 하나의 원리이자 이론으로 정립하는데 그리스·로마 신화는 그 기초 텍스트로 기능한다. 단지 옛이야기가 아닌, 오늘을 사는 현대인인 우리의 욕망과 갈등, 성장과 한계 등에 관해 여실히 들여다볼 수 있어, 수많은 개성과 그에 따른 욕망의 이야기를 미리 접하고 통찰하며 인간 이해의 폭과 깊이를 확장할 수 있다. 이는 곧 심리치유 브랜드를 런칭하는 나에게 너무도 중요한 과업니다.

 

셋째로, 시의적절함, 오래된 새것의 참맛.

 

그리스·로마 신화 관련 기 출판물 등 콘텐츠와 텍스트가 이미 적지 않다(아니 이미 많다). 너무나 바쁜 시기엔 크게 부담스럽지 않고 기동성 좋은 단권의 책이 필요하였다. 게다가 고전학자인 김헌저자의 이름이 책 제목에 전면 배치될 정도로, 학자이자 신화를 사랑하는 이의 깊은 성찰의 시선과 통찰이 담긴 새로운 신화 이야기가 탄생했다. 게다가 희랍어와 라틴어 원전을 바탕으로 현시대에 맞게 재창조한 21세기형 그리스·로마 신화가 탄생했다. 단순 레트로 감성이 아닌, 하나의 시의적절한 현대적 의미가 가미된 신화 읽기라면 너무도 감사할 따름이다.

 

예를 들면, “오직 희망만이 인간 세계에 남아서 고통스럽게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인간들을 그나마 행복하게 해준다는 거예요, 희망에 관해, 여러분은 어떤 생각을 갖고 ㄷ계신가요?” (p. 298)“

 

크게는 위와 같은 3가지 이유로 지금 당장 신화를 가슴에 품어야 할 당위성이 생긴 셈이다. 돌이켜보면, 나는 나의 삶을 사랑하고 진중하게 살아가고자 하였는지 되묻게 된다. 물음이 없도록 생존에만 쏠려있던 나에게 지혜의 이야기를 사랑한다는 것. , 나와 인간 그리고 이를 둘러싼 세계를 사랑하는 것은 사치와 같았다. 하지만 이제 조심스럽게 신화를 꺼내본다. 거인 어깨 위에 올라탄 난쟁이의 심정으로.

 

한 번 읽고 마는 책이 아닌지라, 틈날 때마다 차근차근 읽어야 한다. 분량도 만만찮은 것도 있겠지만, 신화 내용을 단번에 이해하고 독파하는 것은 더더욱 어려운 일이다. 그렇기에 배우고 또 배우고, 읽고 또 읽어야만 할 것이다. 권장하는 바는, 책을 빌려 읽기보다 구입하여 차근차근 해당 세계관에 접속해보자는 것.

 

예술치료사이자 치유예술교육가로서, 소설과 더불어 하나의 인물을 세세히 읽어내고 공감하고 함께 아파보는 여정을 앞으로도 계속하려 한다. 누구나 자신만의 신화를 가지고 있고, 고유한 이야기를 지니고 있기에, 만나는 내담자 한 명 한 명을 단순히 과학과 표준의 이름으로 환원하는 게 아닌, 다양한 개개인의 관점과 이야기를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인정하고, 있는 그대로 최대한 수용하기 위해서는 인간 군상의 결정체인 신화를 이해하여야만 한다.

 

아래는 김헌 저자가 생각하는 신화의 의미다. 이제 책을 사지 않고 버틸 수가 있을까. 이미 신화의 바다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으니, 함께 다이빙을 해보았으면 좋겠다.

 

 

누구나 태어나 살다가 죽습니다. 왜 사는가? 사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우리는 삶에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믿을 만한 이야기를 찾아 헤매며, 삶의 지난한 여정을 통해 자신만의 이야기를 지어 나갑니다. 우리 이전에 이 세상에 태어나 살던 사람들은 낯선 세계와 무서운 현상들과 허무하기 그지없는 삶을 이해하고 값진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집을 짓듯이 매력적인 이야기를 지어 그 안에서 머물다 어디론가 떠났습니다. 그리스·로마 신화도 그렇게 만들어져 우리에게 전해진 옛사람들의 유물이며 빈집입니다.

(중략) 그들이 남긴 이야기를 보며 우리는 우리의 삶과 세계를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따져 묻습니다. 그들이 남긴 글과 이야기를 읽으며 이제 우리는 의 이야기를 써야 합니다. 내가 깃들 집, 단단히 붙들고 삶을 견뎌 내야 할 기둥, 삶의 여정을 헤쳐 나가기 위해 타고 떠나야 할 배, 글을 읽고 쓴다는 것은 그렇게 우리 삶의 필수적인 조건입니다.

 

지금 이 순간은 우리 모두에게 남아 있는 삶의 첫 순간입니다. 그러니 내 남아 있는 생의 첫 순간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서 이제 우리의 남은 삶이 그려질 거입니다. 이 세상을 떠난 그 모든 사람들이 어디로 갔는지 알 수는 없지만 우리는 우리의 이야기를 써야 합니다. 내 삶을 나만의 이야기로 채워야 하는 것입니다. 그리스·로마 신화 역시 이처럼 살다 갔던 숱한 사람들이 남겨 놓은 그들의 이야기이며, 우리들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pp. 558-559)”

 

 

그렇다

 

저마다의

 

신화를

 

이야기를

문장을

단어를

움직임을

 

생각을

 

만들어가자

 

 

*이 서평은 도서출판 을유문화사으로부터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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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지.전범 지음 / 봄름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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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나와 우리, 그리고 지구를 사랑하는 비혼 청년들의 살림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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