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는 생성되지 않는다 - 포스트 AI 시대, 문화물리학자의 창의성 특강
박주용 지음 / 동아시아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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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란 저절로 생성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열어가는 것이다.

그리고 그 열쇠는 과학과 문화에 있다.”

 

 

서평 포인트 - 인공지능과 인간, 미래를 생성하는 주체는 누구


무슨 운명일까. 심리상담과 예술치료를 본업으로 하면서도, 수년째 국가 단위 청소년 인공지능 및 소프트웨어 교육을 전담하는 내 모습이라니. 우연한 계기,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이제 인공지능이라는 화두는 본업 이상의 필연적 무게감이 생겨버렸다.

 

AI의 역사, 개념과 정의, 발전과 흐름 그리고 응용과 실천까지 다양한 주제의 강의 경험과 나름의 연구를 통하여, 제법 현 상황과 미래에 대한 통찰과 방향성을 지니게 되었다(아득한 미로에서 촛불 하나 정도는 손에 쥐게 된 느낌이겠다..). 하지만 작년부터 ‘GPT’를 위시한 생성형 인공지능이라는 새로운 국면은 그나마 간신히 밝히던 촛불마저 위태롭게 하더니, 나와 학생들의 방향 감각마저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이제 인공지능은 단지, ‘빠르게 분석하는 기계의 차가운 지성으로서의 모습이 아니라, ‘차분히 생성하고 생산하는 뜨거운 창의성을 지닌 모습으로 다가온다. 진화 혹은 특이점이라 할 수 있는 이 변화를 어떻게 바라보고 다루어야 할까. 손에 쥔 작은 촛불만으로 더 깊고 아득해진 미로를 빠져나올 수는 있을까.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 슬기로운 사람)’라 불리는 우리 인간은 생물학적 존재이면서도, 슬기롭고 사려 깊은 지혜를 발휘하는 문화적 진화의 존재임은 여러 연구와 성과들로 이미 상식이 된 지 오래다. 재밌는 사실은, 그 문화적 진화의 첨예한 산물이 바로 인공지능이며, 이 녀석이 종국에는 인간의 슬기로움과 지혜로움를 위협하기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아뿔싸. 나약한 벌거숭이의 신체 능력을 커버하는 유일한 생존 전략인 지능(지적 능력)’, 특히 창의성까지도 넘보려 한다는 이 아이러니한 이야기는 미래를 만들어 가는 창의적인 주체로서의 인간의 주도적인 역할에 위기감과 혼란을 주기에 충분해 보인다. 그래서 앞으로 나는, 학생들은, 아니 우리 인간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서평 포인트 - 과학과 인문의 교차점, 혼란을 비출 인간적인 이정표

 

다행인 것은, 우리 인류는 여전히 슬기롭다는 것이다. 또 다른 문화적 진화의 산물인 이 책, 미래는 생성되지 않는다는 어둑한 미로에서 헤매는 우리에게 다채로운 불씨를 던져준다.

 

그도 그럴 것이, ‘문화물리학자라는 생경한 지칭에서 볼 수 있듯, 저자는 인문, 예술과 과학, 기술 사이를 자유로이 횡단하고 그 사이에서 어떤 GPT도 생성할 수 없는 지혜를 조직해 낸다. 단연 호모 크레안스Homo Creans(창작하는 인간)(p. 115)’라 할 수 있다.

 

저자는 창의성 특강이라는 부재답게, 영화와 철학 영역에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창작, 창의성, 예술의 본질에 대해 AI 기술과 견주며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한다.

 

창작이란 머릿속에 그려지는 착상著想, 귓가에 맴도는 악상樂想, 말로 표현되기 위해 요동치는 시상詩想을 각각 캔버스, 오선지, 원고지 위에 채워나가고 싶은 욕망,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해 내는 실행력, 그리고 자신의 작품을 세상에 보여주고 역사에 남기고 싶은 의지가 관여하는 총제적 과정이다. 이러한 과정 없이 입력된 데이터로부터 글자를 뽑아 내뱉은 AI 벤저민의 작품을 이해하려는 마음이 감상자에게 생길 것 같은가? (p. 119)”

 

반 고흐에게 예술의 시작점은 밤하늘의 별, 노랗게 펼쳐진 밀밭, 고통스러운 예술가를 그리고 싶은 욕망이었고 그에게 붓놀림은 이를 표현하기 위해 만들어진 수단이었다. 위대한 예술의 원천을 무시한 채 붓놀림만 흉내 낸 그림을 두고서 고흐처럼 그렸다고 말하는 것은 우리가 창의성의 본질이 무엇인지 제대로 된 질문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일 뿐이다. 정말 중요한 질문은 하지 못한 채 기계가 나와 진정한 대화를 한다고 착각하고, 그림을 잘 그린다고 신기해하는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더 이상 아슬아슬하고 짜릿한 글을 쓸 수 없는 싱거운 글자의 나열, 예술의 본질에 대한 고민 없이 붓놀림을 따라 하는 미술만이 생성되는’, 재미없는 세계가 기다리고 있지는 않을까? (p. 267)”

 

그렇다. 서두에 가진 문제의식 자체가 문제였음이 드러나는 순간이다. 생성한다는 것, 창의적이라는 것에 대한 근본적 통찰은 망각한 채, 아무런 의미와 목적을 지니지 않는 인공지능의 현란한 기술력에 호도된 셈이다. 자동차라는 빠른 이동 기술이 등장했다고 해서, 우사인 볼트의 달리기가 무의미하다고 하는 사람이 없지 않은가. 되려 0.01초를 극복하려는 인간의 욕망과 인고의 과정이 더 아름답다는 것을. 미처, 잊고 있었다.

 

 

서평 포인트 - 우리는 모두 미래를 함께 만들어 가는 존재들

 

우리는 디스토피아적 미래에 대한 걱정에 빠지기보다 우리가 원하는 미래는 무엇인가,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생각하며 길을 찾아야 한다. (p. 20)”

 

최우선 추천사로 소설가 장강명이 우리 시대 삶의 길잡이로서 주역보다 이 책을 훨씬 더 추천한다.’는 말은 단지 미사여구가 아니다. 지금과 같은 초불확실성의 시대를 따라가기엔 고전으로는 벅찰지 모른다. 우리가 매일 고전을 갱신해야 한다.

 

고로, 각자의 미래를 짊어지는 주체로서, 우리 모두의 미래를 함께 만드는 공동체로서 지금의 이 국면을 함께 고민할 때다. 이 책과 함께.

 

 

*이 서평은 출판사 동아시아 @dongasiabook'로부터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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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남 곤충의 변태 - 과학적 지성과 예술적 미학을 겸비한 한 여성의 찬란한 모험의 세계
마리아 지빌라 메리안 지음, 금경숙 옮김 / 나무연필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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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심하고 촘촘한 미학적 시선이야말로 어쩌면, 지금 이 시대에 가장 필요한 태도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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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남 곤충의 변태 - 과학적 지성과 예술적 미학을 겸비한 한 여성의 찬란한 모험의 세계
마리아 지빌라 메리안 지음, 금경숙 옮김 / 나무연필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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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코틀러 마케팅의 미래 - 기업가정신이 담긴 마케팅이 온다
필립 코틀러 외 지음, 방영호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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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 평

 

위험을 감수하는 도전적이고 통합적인 마케팅의 시대가 온다! ‘기업가의 이름으로

 

 

서평 포인트 - 바야흐로 기업가정신의 시대

 

기업가정신을 핵심 주제와 콘셉트로 전문 교육을 한 지 벌써 5년이 넘어간다. 이론 교육 너머 짧게는 한 달, 길게는 한 학기 이상 기업가정신을 구체화하기 위해 마인드 셋부터 문제 발견, 해결책 도출, 실행, 가치 창출, 평가 등 일련의 도전적이고 혁신적인 과정을 함께해왔다. 사실 우연 혹은 단순 호기심으로 기업가정신과 만났지만, 해가 지날수록 단순 구호에서 이제 시대를 좌우하는 패러다임이 되고 있다는 직관을 품고 있었던 어느 날. 이제 마케팅 영역에서도 기업가형 마케팅이라는 개념이 전면에 등장한다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게다가 필립 코틀러가 등장한단다. , 올 것이 왔구나!

 

이미 코틀러의 마켓시리즈를 감명 깊게 읽었던 터였다(특히 4.0). 그도 그럴 것이, 소싯적 브랜드 기획자로 활약하지 않았던가. 나름 전문성과 통찰력을 확보하여 양질의 기업 컨설팅을 해야 했고, 이때 마켓 시리즈는 명료한 개념과 비전으로 든든한 통찰을 주곤 했다. 그런데 이제 업을 전향하고 코틀러와는 작별할 줄 알았지만, 이렇게 다시 만나게 되었다. 운명적인 이 만남. 현재 행보를 응원이라도 하러 찾아온 걸까.

 

 

서평 포인트 - ‘전문가형 마케팅넘어 기업가형 마케팅으로

 

기쁜 마음으로 몇 일간 책을 천천히 읽어본다. 모든 내용이 흡수되기에는 아직 나의 역량이 태부족이다. 하지만 큰 맥락을 이해하는 데 무리 없는 난이도다.

 

이 책은 기업가형 마케팅 entrepreneurial marketing’전문가형 마케팅 professional marketing’과 대조하여 그 뜻을 명확히 한다. 이 둘은 교차기능활동cross-functional activities(p. 31)’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이며, 특히 전문가적 사고방식의 단점들(변화에 느린 태도, 거창한 계획 수립, 조직의 침체, 월급쟁이 태도, 우선순위를 조정하지 못하는 태도, 반응적인 태도(pp. 34-35))을 커버하기 위해, 기회를 보는 태도와 능력(기회 추구자), 위험을 감수하는 사고방식(위험 감수자), 다른 상대와 협업하는 능력(네트워크 협력자)(p. 36)을 대표적으로 열거하며 기업가적 사고방식의 뼈대를 설명한다.

 

그렇다면, 전문가적 사고방식은 지는 해인가? 그렇지 않다.

 

전문성이 요구되는 환경에 기업가정 요소들을 적용해서 엄청난 잠재력을 끌어낼 수 있다. (중략) ‘사내 기업가정신또는 인트라프레너십intrapreneurship(내부 기업가정신)’

이라고 한다.” (p. 41)

 

이 둘은 기업 운영의 중요한 두 축으로 얼마든지 최적화할 수 있고, 상생할 수 있다. 전문성과 기업가정신 모두를 적절히 강화하여, 거센 디지털화의 파고를 맞아 경쟁이 날로 심화하는 시장 상황에 대응해야 한다. , ‘통합하고 융합해야 한다. 이에 대해 책은 옴니하우스 모델Omnihouse model’이라는 통합 모델을 제시하며 책 전반을 끌어간다. 해당 모델은 두 축의 클러스터로 이루어져 있다. 첫 번째 클러스터는 기업가정신 그룹으로 창의성, 혁신, 기업가정신, 리더십으로 구성되며, 각 순서에 상응하여, 두 번째 클러스터 전문성 그룹은 생산성, 개선, 전문성, 경영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책의 백미와 같으니, 꼭 일독을 권하는 바다.

 

 

서평 포인트 - 포스트 노멀 시대, ‘전체론적 접근법으로서의 기업가형 마케팅

 

코로나19 이후, 생태, 환경, 사회, 문화, 경제 등 어느 하나 새로운 윤리와 규범이 요구되지 않는 곳이 없을 것이다. 이제 어떤 시기에 어떤 변곡점이 오느냐 예측이 무의미할 정도의 불확실성 시대에 진입한 듯하다. 이 책 역시 후반부로 가며 이에 대해 역설한다.

 

포스트 노멀 시대의 다음 변곡점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더라도 우리는 가만히 있을 수 없다. 더군다나 이 불확실한 상황이 암시하듯이, 매우 도전적인 세상에 대처하는 대인으로서 기업가형 마케팅에 대한 전체론적 접근법이 갈수록 더 부상하고 있다. (중략) 인류가 끊임없이 사고방식을 강화하고 의식을 활용하고 그것을 마케팅 지침으로 삼는다면, 미래는 우리 손바닥 안에 있다. 그래서 포기는 대안이 아니다.” (pp. 382-385)

 

, 더는 지체할 시간이 없다. 고개를 들고 부단히 움직이자. 사람의 마음, 기술의 진보, 환경의 신음 모두 담긴 시대. 위기를 혁신과 창의로 통합하자. 기업가정신을 탑재하고.

 

 

*이 서평은 출판사 매일경제신문사(매경출판)’ @mkpublishing 으로부터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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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 2023-08-14 04: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독하고 싶어요.ㅎㅎ
 
필립 코틀러 마케팅의 미래 - 기업가정신이 담긴 마케팅이 온다
필립 코틀러 외 지음, 방영호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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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을 감수하는 도전적이고 통합적인 마케팅의 시대가 온다! ‘기업가’의 이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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