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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혼이고요 비건입니다 - 무해하게 잘 먹고 잘 사는 법
편지지.전범 지음 / 봄름 / 2022년 4월
평점 :
절판
진설 | 서평
《비혼이고요 비건입니다》 - 무해하게 잘 먹고 잘 사는 법
편지지, 전범선 지음, 볼름, 2022.03
“나와 우리, 그리고 지구를 사랑하는 비혼 청년들의 살림 철학”
‘비혼’이고요
‘비건’입니다
‘비’혼과 ‘비’건. 제법 근사한 라임. 사실 그렇다. 비혼의 ‘비(非)’와 비건의 ‘비(Ve)’는 비슷한 발음 말고는 어떠한 친연성이 없다. 그래서일까. 제법 재밌는 제목이구나 싶으면서도, 두 단어를 전면에 배치한 필연이 무얼까 궁금했다. 그렇게 책을 읽기 시작해본다.
이 책은 비혼이자 비건 커플의 에피소드를 주고받는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지지’(저자 편지지의 줄임말)의 이야기로 시작하여, 곧이어 ‘범선’(저자 전범선의 줄임말)이 이야기를 이어받는 형식이다. 마치 글로 대화를 나누며 비혼과 비건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이야기를 풍성하고 진지하게 전개해간다. 중간중간 비건 레시피는 매우 훌륭한 덤이다. 즉, 책이 매우 경쾌하고 지루할 틈이 없다. 한 가지 단점(?)이 있다면, 그 경쾌함 속에 묵직한 철학과 고통이 스며있다는 것. 적어도 나에겐 그랬다. 총상을 입으면서도 기어코 본진을 향해가는 학도병의 느낌이랄까. 경쾌한 무거움, 즐거운 아픔. 리드미컬하면서도 역설적인 그런 매력이 있는 책이다. 글솜씨도 담백하다. 비(非)주류의 비거니스트이자 비혼주의자인 비(非)기득권 청년이, 비(非)기교의 미학을 선보인다.
이 책의 핵심 주제이자 키워드는 단연 ‘살림’이다. 살림은 죽임의 반대말이다. 그렇다. 우리의 현재 삶, 즉 현대인이 당연하게 여기는 현재 삶의 패턴과 양식은 ‘죽임’ 패러다임에 고착되어 있음을 여러 차례 강조한다. 국가 주도의 식문화, 근대화와 산업화, 가부장적 정상가족 이데올로기, 경제 성장 중심의 자본주의 이데올로기 등. 이러한 거대한 흐름과 힘 앞에 무력한 자신들을 돌아보며 이러한 폭력, 배제, 억압에서의 피해로부터 해방되고자 지난한 노력 중인 저자들.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이 흐름에 함께 동참할 것인지, 외면할 것인지는 우리의 몫이다.
“자본주의의 편리에서 벗어나, 자주적이고 의식적인 소비를 지향할 때다. 문명화된 사회에 속한 우리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충분하다. 문제는 무얼 선택하느냐에 달렸다. (p. 8)”
인간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역설적으로 다른 생명의 죽음이 전제되지 않으면 안 된다. 곧, 누군가의 희생과 죽음이어야만 인간의 삶이 지속한다. 우리의 삶은 죽음 위에 꽃 피우고 있다. 이 불편한 진실. 그렇다고 모두가 이 죽임을 중단할 수는 없다. 다만, 필요한 만큼만, 과하지 않아야 한다. 모두가 수도승 같은 절제의 삶을 살 수는 없을 터다. 애초에 죽음을 발생시키지 않는 완벽한 삶을 외치는 것 자체가 위선이요 모순이다. 단지 깨어있으며, 외면하지는 말아야 하지 않겠는가.
“이제는 안다. 누구도 완벽한 비건이 될 수는 없지만, 각자의 위치에서 다른 존재를 도태하지 않는 방향을 고민할 수 있다. 종을 아우르는 평등을 꿈꾸며 사랑의 광범위한 의미를 깊게 배운다. 매일 사라지는 동물을 기억하며 고통 없는 식사를 수행한다. 이 영험한 의식을 통해 나의 영혼은 무한대로 맑아지고 성장한다. 비거니즘은 사랑의 방법론이다.” (p. 45)
이제 알겠다. 비혼과 비건. 주도적이고 의식적인 살림의 삶을 살아가는 깨달음의 선언이자 지구상 모두가 오래오래 행복하게 공존하는 지혜. 언제 나는 그 충만하고 예민한 감수성에 가 닿을 수 있으려나.. 그래도 제법 닿아가고 있음을 느끼지만 늘 부담이고 어려워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이러한 이들을 위해 저자들은 말한다.
“부담을 가지지 않아도 된다. 완벽한 비건은 어디에도 없다. 완벽한 비건 한 명보다, 비건을 지향하는 백 명이 실질적으로 이롭다. 요지는 포기하지 않고 사랑하는 마음에 달렸다. ‘고기’가 줄어들수록 사회에 널린 질병은 점차 치유될 것이다. (p. 9)”
그렇게 사람을 살리고, 자연을 살리고, 지구를 살리는데 평생토록 모든 힘을 쏟으련다. 그 과정에서 이 책이 좋은 길잡이이자 길벗이 되어줄 것 같다. 반갑다. 함께 가자. 살리러.
“인간도 비인간도 모두 느끼는 동물이다. 비인간을 인간 대하듯 나와 동등한 생명으로 존중하고, 인간을 비인간 대하듯 과한 간섭 없이 적당한 그늘을 유지하며 살명 아름답게 공존할 수 있지 않을까. (p. 67)”
*이 서평은 출판사 ‘봄름’으로부터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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