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파민네이션 - 쾌락 과잉 시대에서 균형 찾기
애나 렘키 지음, 김두완 옮김 / 흐름출판 / 2022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애나 렘키(ANNA LEMBKE), 김두완 역, 흐름출판, 2022.03




“과잉과 탐닉의 현대사회에서 쾌락과 고통의 균형을 찾아가는 회복 여정”

현대사회 혹은 현대인은 무엇이라 규정할 수 있을까? 무엇을 기준으로 두느냐에 따라, 어떤 직업이나 환경에 놓여있는지에 따라 다르겠지만, ‘중독과 쾌락이 과잉으로 치닫는 시대’임을 부정할 사람은 없지 않을까 싶다. 이를 두고 <중독의 시대>(로크미디어, 2020)의 저자 데이비드 T. 코트라이트는 ‘변연계 자본주의 limbic capitalism’라 명명하며, 중독을 위시한 나쁜 습관을 조장하고 거대한 이윤을 충족시켜온 자본주의 역사의 흐름 안에서 중독과 뇌에 관해 상세히 조망한다. 그리고 <과잉 존재>(한겨래출판, 2021)의 저자 김곡은 21세기에 배태된 ‘경계, 구조, 기준, 조절 없음’의 ‘과잉주체’ 개념을 통해 20세기 ‘억압주체’와 대비된 현대인의 심리 행동 양상을 해명하기도 한다.

이제 여기, 인문학과 정신의학을 전공한 스탠퍼드 중독치료센터 소장인 ‘애나 렘키ANNA LEMBKE’를 만나보자. 그녀는 정신 질환, 특히 중독과 관련하여 풍부한 연구 및 연구 활동, 정책 자문 역할 등을 하며 미국 사회에 정신 건강을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그녀는 현대 사회를 어떻게 진단할까? 바로 ‘도파민네이션(Dopamine Nation)’이다(굳이 한국어로 의역하자면 도파민 국가, 도파민 공동체, 도파민 민족 즈음으로 정리해볼 수 있겠다). 추천사를 쓴 뇌과학자 정재승 교수 역시 ‘경쟁주의와 능력주의의 피로사회 속 도파민으로 버텨내는 현대인’이라는 표현을 통해, 현대인과 도파민의 중요한 관계를 역설한다. 애나 렘키는 쾌락 과잉 시대에서 균형을 찾아가는 법에 관해 과학자이자 의학자, 무엇보다 중독 경험자로서, 실증적이면서도 경험적인 이야기를 친절하게 펼쳐놓는다. 특히 쾌락과 고통의 지휘자라고 불리는 호르몬 ‘도파민dopamine’을 중심으로 말이다.

사실, 도파민은 완전히 새로운 어젠다는 아니다. 2010년 중반 이후 뇌과학 및 신경과학에 관한 높은 관심과 더불어 한국 사회와 심리 등의 문제를 거론할 때 등장하여 관련 책이나 영상 콘텐츠 등으로 다양하게 양산되고 있기에, 이제는 제법 대중성을 갖춘 개념이라 생각된다. 이제 2022년 3월, <도파민네이션>은 현대인과 현대사회 그리고 도파민에 관한 이해의 상당 부분이 정리되는 도파민 역사의 가교역할을 충실히 할 것으로 보인다. 필자 역시, 책 완독 후 앞으로의 예술치료와 상담 시 적용할 부분에 관해 깊은 통찰을 얻었음을 밝힌다.


아래는 필자가 생각하는 본 책의 주요 개념과 이야기를 개략적으로 소개하고 서평을 마치려 한다.

▶ “저마다 자신만의 자위 기계에 사로잡혀 있다는 사실 말이다(p. 24)”, “우리 모두는 제이콥과 마찬가지로 자신을 자극함으로써 죽음에 처할 위험을 안은 채 살고 있다(p. 43).”

▷ 현대인의 쾌락과 고통에 관한 이중생활, 즉 중독에 관한 일상성, 불가피함에 관한 역설이다. 조금 과한 표현으로 비칠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 상당히 깊은 인상을 주었다.

▶“접근 용이성(p. 30)”, “강박적 과용compulsive overconsumption”

▷ 특히 디지털 환경이 보편화되어 있는 잘사는 나라에서 가난하거나 교육 수준이 낮은 계층의 중독 문제에 관한 진단과 통찰이 매우 주요하다. 한국이 적확히 그러하기 때문이다.

▶ “행복 중독”, “종교인은 구원받기 위해 태어났지만, 심리학적 인간은 기뻐하기 위해 태어난다. / 행복을 추구하라고 재촉하는 매시지들은 심리학의 영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현대 종교 역시 자기 인식, 자기표현, 자아실현의 신학을 최고의 선善으로서 알린다(p. 51).”, “우리는 모두 고통으로부터 도망치려 한다. 어떤 사람은 방에 숨어서 넷플릭스를 몰아본다(p. 62).”

▷ 현대의 행복 담론에 대한 비판이다. 이 부분은 현대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의 흐름 속 자기계발 신화를 꼬집는 여러 의견과 맥을 같이한다 하겠는데, 특히 필자가 몸담은 심리치료 및 상담, 코칭, 교육 계통에서 무분별하게 행복과 쾌락을 조장하는 담론은 유아적 자아, 무고통과 무경계의 나르시시즘적 과잉 존재를 양산할 수 있기에 스스로도 비판적이고 냉철하게 성찰해야 한다고 본다. 결론부터 말하면, 고통과 저항, 구속과 경계가 너무도 필요한 시점이다.

▶ 쾌락-고통 저울 및 균형, “저울은 비유일 뿐 / 우리 뇌에서 벌어지는 쾌락과 고통의 줄다리기는 저울의 원리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미묘하다(p. 85).”

▷ 쾌락과 고통이 발생하는 뇌 부위가 같다는 점을 중심으로 그림을 통해 간단명료하게 쾌락과 고통 그리고 도파민 중추에 관한 설명이 이어진다. 말이 필요없다. 꼭 읽어보시라.

▶ 자기 구속Self-Binding : 중독 관리를 위한 3가지 접근법

▷ 강박적 과용을 완화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자신과 중독 대상 사이에 장벽을 만드는 방법(p. 116)으로, 물리적 자기 구속, 순차적 자기 구속, 범주적 자기 구속이라는 세 가지 접근법을 제안한다. 억압을 표현(express)하고 자기 개방(open)을 권하는 사회(혹은 심리치료계...) 속에서 자기를 구속(binding)하라니? 저항감, 경계, 복종, 인과관계의 필요 등 무한한 가능성과 성장을 외치는 현 업계의 트렌드를 어떻게 하면 우회할 수 있을지 심히 고민되는 대목이었다. 새로운 저항의 윤리가 시급하다.

▶ 고통 마주보기, 호르메시스Hormesis, 영웅요법, 고통이 선물하는 쾌락

▷ 되려 고통을 마주하고 수용하고 끌어안음으로써 쾌락과의 균형을 추구하기 위해, 추위, 열기, 중력 변화, 방사선, 음식 제한, 운동 등 해롭거나 고통스러운 자극이 조금 혹은 적당하게 주어졌을 때의 긍정적이 효과를 연구하는 과학의 한 분야(p. 181)인 호르메시스를 소개한다.

▶ 근본적인 솔직함, 친사회적 수치심, 몰입

▷ 결점이나 결과를 감수하면서도 거짓 없이 솔직하게 표현하는 경험의 언어들을 표현함으로써, 파괴적 수치심이 아닌 친사회적인 수치심이라는 새로운 선순환을 통해 자신을 새로이 발견하고 세상과 연결되는 몰입을 느끼는 것. 이것이야말로 도파민 네이션에서 균형 있게 살아가는 회복제다.


고통을 직면하고 오롯이 자신을 책임지자. 도파민 네이션에서 새로이 활약할 예술치료사로서의 자신을 다시금 다짐하며 글을 마친다.

*이 서평은 도서출판 ‘흐름출판’으로부터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하였습니다.

#도파민네이션 #dopaminenation #애나렘키 #annalembke #흐름출판 #서평 #서평단 #서평이벤트 #서평단이벤트 #책 #북스타그램 #책스타그램 #독서스타그램 #서평스타그램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