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목소리가 사라지는 동안
유디트 바니스텐달 지음, 김주경 옮김 / 바람북스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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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목소리가 사라지는 동안>

유디트 바니스텐달

바람북스, 2022

 

오랜만의 그래픽 노블(Graphic novel)이다. 예술치료를 업으로 하면서도 언어로 정제된 책이나 자료에 얼마나 파묻혀 있었던지, 이미지로 전달되는 이야기가 꽤 낯설고 새롭게 다가왔다. 특히, 유디트 바니스텐달의 인위적이지 않은 화풍ㅡ물론 그래픽 노블은 인위적이다ㅡ에서 느껴지는 날 것의 거칠고 투박함이 완독하는 40분 남짓의 시간 동안 온몸의 감각은 그녀에게 완전히 지배당했다. 오랜만에 느끼는 낯선 경험이다. 특히, 약간의 편집 성향이 있는 나에게는 더더욱.

 

지속하여 전해지는 구불구불하고 불규칙한 선의 흐름. 수채화 채색 특유의 번지는 듯한 농담의 향연. 감정선에 따라 달라지는 선과 색의 다채로운 변화. 이러한 특성을 언어로 열거하자니 참으로 당혹스럽다. 그저 감각 그 자체로 전해지는 것이기에, 언어로 설명하는 것이 억지스러우며 부자연스럽다. 이 책은 반드시 직접 읽어야한다. 아니 느껴봐야한다. 그래야 나의 이 서평의 모자람을 채울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어설피 내용을 담아 스포를 하지 않겠다. 

 

언어나 글자만으로 전해지지 않는 이미지, 그림, 시각 예술의 힘. 이러한 힘을 알고 있음에도, 예술을 통합하여 활용하는 심리상담이나 치료 세션에서 적극적으로 이미지를 활용하지 않았던 나를 반성해본다. 영화나 만화 등의 장르는 활자로만 된 책에 비해(특히 시, 소설과 같은 문학), 이미지의 편집과 완성이 내담자(혹은 독자)에게 특정하고 일방적인 메시지와 관점으로 소통될 수 있다는 나름의 오해가 있었다. 그렇기에 나름의 경계감을 가지고 있던 터였다. 하지만 이러한 오해가 이번 <당신의 목소리가 사라지는 동안>을 보며 이해로 순화되었다. 지금이라도 다행이다.

 

주인공 다비드(1946년생, 남성)가 의사 친구 게오르그에게 상문상 후두암을 진단받는 장면으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사실 이 대목부터 책 제목과 연결되는 대강의 이야기 흐름은 짐작할 수 있다. 후두암은 성대 부근에 나타나는 증상으로 종양 제거 시 목소리를 잃게 되며, 그런 아픔의 과정을 그린 게 아닐까 하는. 사실 스토리 전개 자체는 특별할 게 없어 보였다. 하지만 이 책의 진가는 목소리의 사라짐이 아니라, ‘사라지는 동안에 있다.

 

그렇다. 목소리의 사라짐과 죽음의 사이에서 그려지는 시간의 흐름’(사이, 동안) 속 인간의 감정과 생각의 미묘하고 생생한 변화가 작가의 유려한 선과 색의 모양, 굵기, 세기, 형태의 춤사위로 번역된다. 이는 그래픽 노블만이 줄 수 있는 정서이며 언어다. 단언컨대, 소설, , 영화, 음악, 회화 등 다른 예술 장르와 기법으로는 이 그래픽 노블이 전하는 목소리와 울림을 대신할 수 없다.

 

글자로만 보았으면 느끼지 못했을 다채로운 정서의 형태와 빛깔이 감각의 지평을 넓혀주었다. 그렇게 또 하나의 삶, 사람, 이야기를 얻었다. 이로써 새로운 눈()이 생겼다. 누군가 내 사무실에 찾아오거든, (그녀)에게서 발견할 시간의 색과 모양의 변화와 흔적을 볼 수 있는 그런 눈이. 그리고 나의 삶은 어떤 색과 모양으로 그려질지.

 

이번 서평단을 계기로 그래픽 노블 자체로부터 편견과 무지를 깨워줌과 동시에 예술치유의 시공간을 선사해준 @바람의아이들(https://www.instagram.com/barambooks/) 께 감사 인사를 드린다. 앞으로도 많은 독자에게 삶을 돌아볼 양질의 언어와 이미지를 가득 선사해주길 기원해본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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