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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남자 김철수 - 서른 네 살, 게이, 유튜버, 남친 없음
김철수 지음 / 브라이트(다산북스) / 2022년 2월
평점 :

<보통 남자 김철수>
서른네 살, 게이, 유튜버, 남친 없음
김철수 지음, 다산북스, 2022
내가 아닌 나로 살아본 적 있는 모든 철수와 영희를 위하여, 편견 깨기 위해 ‘김철수’로 개명한, 흔한 사람 이웃집 철수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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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수’
정말 흔하고 보통인 남자인가? ‘보통’은 무엇이며, ‘남자’는 또 무엇인가? 보통을 그저 무채색의 조용한 무엇으로 대수롭지 않게 넘겨왔던 나를 다시금 붙잡아본다. 보통? 뭐가 보통인데? 중간 정도 되는? 평범한? 정상인? 중간 정도 평범한 정상인은 누구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평범한 보통 사람이기도, 그렇지도 않은 그저 ‘한 사람’이다. 정답이라 여겨지는 그런 삶의 렌즈로는 왜곡이 심하고 색도 요상한 그런 ‘비정상인’ 일테지만 말이다. 그런 그가 아래와 같이 말한다.
“저에게 가족이란 같은 공간에서 살고 있는 고양이, 물고기 그리고 애인인데요. (중략) 그런 사람들 시선에서 보면 저흰 ‘비정상’이죠. 그런데 아니거든요. 가족이란 ‘다양한 삶의 형태’를 두 글자로 줄인 말에 불과하다고 생각해요. 누구한테 인정받고 말고 할 문제가 아니죠. 남들 관념에 휘둘릴 필요 없잖아요? 역설적으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그런 의미에서, 하루빨리 다양한 삶의 형태를 포용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pp. 30-31)
많은 페이지 속에서 보통 남자 김철수는 조용한 듯 강한 목소리로 읊조린다. “마치 아무 문제 없는 나 자신을 스스로 시험대 위에 올려놓는 기분이다(p. 31).”라며. 그렇다. 김철수는 보통 남자가 아닌, 보통 남자로 살아가고픈, 세간에 그저 정상이라고 불리우는 그런 사회생활이라는 궤도에 안전하게 안착하고픈 그런 사람이다.
“사회생활? 아직도 난 그게 뭔지 잘 모른다. 인간관계를 말하는 것인지, 돈을 버는 걸 말하는 것인지, 둘 다인지.” (p. 218)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는 그런 (정상적인) 사회는 이성애적이고, 자본주의에 잘 적응한 그런 것이라 여겨지는 듯하다. 글을 쓰고 있는 나도 그게 당연하듯 살아왔다. 이제 막 학위를 마친 상담심리학에서도 적응과 정상에 대한 개념을 사회라는 궤도의 안정적인 안착으로 보고 있다(물론 대안적 흐름이 나와 균열을 일으키고 있기는 하다). 나는 도대체 어떤 이데올로기를 흡수하여 누구를 상담, 치료하고 적응시키려고 한 것일까? 김철수가 아닌 다채로운 비정상을, 보통 남자 김철수로 거세하고 환원하려 한 건 아닐까?
“주변의 다른 친구들은 제각각 ‘자기만의 눈’을 가지고 어울려 살아가는데 나는 몇백 원짜리 셀로판지 쪼가리를 들고 아직도 혼자만의 세계에서 놀고 있었다. 나는 내 찌질한 성장 과정을 들키고 싶지 않아 그것을 더 깊숙이 찔러 넣었다.” (p. 162)
위 말들 속에서 절망과 어둠의 고통을 삼키는 철수가 나를 아프게 한다. 이제 막 다양성이라는 가치를 ‘글’로나마 익히고 사람들을 만나고 있는 내가, 이런 모든 김철수의 아픔과 이야기를 다 헤아릴 수나 있을까 싶다. 하지만 희망을 본다. 꼭 나와 같은 전문 영역에 있는 사람이 아니어도, 이들은 자생할 힘을 갖고 있다. 존재의 불씨를. 희미하지만 불타고 있는.
“내가 김철수가 되려고 한 진짜 이유는 그 흔한 ‘보통 사람’이라는 타이틀을 얻고 싶어서였다. 나는 게이다. 그러니까, ‘남자를 좋아하는 남자’다. 누군가는 이런 나를 변태, 정신병자, 비정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나는 보통 사람일 뿐이다. 딱히 별거 없는, 그렇게 이상하지 않은,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흔하디흔한.” (p. 14)
“솔직히 알고 있다. 난 그냥, 유튜브 안에서 조금 힘을 내고 있는, 어쩌다 발견된 소행성일 뿐이다. 빛나고 있지만 희미하게, 꺼져가고 있는 존재.” (p. 191)
그렇다. 김철수는 이성애자들이 살아가는 소위 ‘정상 사회’에서 생활하고 있다. 그리고 자본을 위한 최적의 스펙을 지닌 임금노동자들이 살아가는 또 다른 ‘정상 사회’에서 고군분투 중이다. 세상의 모든 철수를 위해. 진짜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노력과 희생 그리고 눈물과 즐거움을 실험하는 중일 것이다. 우리는 세상의 하나 뿐인, 그래서 더 소중한 모든 김철수에게(나를 포함하여) 잘살고 있다고, 그저 마음을 열고 이야기를 들어주어야 한다. 우리가 곧 철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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