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그림책 이야기 - 한 권으로 만나는 한국 그림책 100년사
정병규 지음 / 행복한아침독서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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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 다니기를 좋아한다. 예전에는 서울 도심에서 만날 일이 있으면 종로서적에서 사람을 만났다. 종로서적이 없어진 뒤에는 영풍문고나 서울문고에서 만나고, 광화문 쪽에서 만날라치면 교보문고에서 만났다. 대형서점에서만 사람을 만나는 게 아니다. 특색을 갖춘 작은 동네책방에서도 사람을 만난다. 동네책방은 접근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아 사람을 만나 동네책방을 간다고 말하는 게 더 맞을 것 같다. 어쨌거나 사람을 만나는 일에 있어서 서점은 내게 중요한 약속 장소다. 동화나라도 그랬다. 지금은 파주 헤이리로 옮긴 동화나라가 일산 대화동에 있을 때 동행이 있었다. 우리나라 어린이전문서점의 대표라 할 동화나라를 처음 찾아간 날 정병규 선생님을 만났다.

 

정병규 선생님은 여전히 헤이리에서 어린이전문서점 동화나라를 운영한다. 엄선된 책이 엄청난 규모로 진열되어 있고 지하에는 전시실까지 갖춘, 개인이 운영하는 게 맞나 싶을 정도로 체계적인 서점이다. 선생님은 어린이전문서점을 수십 년째 운영하고 있거니와 한창 어린이전문서점 열기가 오를 때는 전국의 어린이전문서점을 돌며 컨설팅을 해 주었다. 체계를 갖춘 어린이전문서점 치고 선생님과 관계 맺지 않은 서점이 없었으리라. 지금은 전국동네책방네트워크 회장으로 동분서주하고 있으니 선생님은 우리나라 어린이전문서점, 동네책방의 현장에서 역사를 써 왔다고 할 수 있다. 어린이전문서점과 동네책방의 한가운데 그림책이 있다.

 

그림책은 무엇인가. 애초에 책은 글의 영역이었다. , 곧 글을 꼴을 갖춰 전하려는 목적으로 책이 생겨났다. 글만으로 빼곡하던 책에 점차 다양한 글자로 가독성과 심미성을 높이고 이내 그림도 들어가게 되었다. 그림이 더 많이 들어가는 책도 생기게 되었다. 그렇다면 그림책은 글보다 그림이 더 많은 책인가. 아예 글이 없는 그림책은 또 무엇인가. 그림책에 관한 다양한 정의가 있지만 명확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언어학, 교육학, 미학, 문학 등 각기 바라보고 사용하는 관점에서 해석하기에 사실은 어떤 정의도 하나로 모아진 바가 없다”. 그렇지만 공공도서관이나 학교도서관, 사립도서관에서는 그림책 서가를 별도로 운영할 만큼 활발한 분야가 바로 그림책이다.


나 또한 열혈 그림책 독자다. 딸이 초등학교에 다닐 때는 그림책 공부 모임에 함께 다녔다. 어른들만 있는 모임에서 그림책을 공부하다 보면 어린이 독자의 시선을 궁금해하게 되는데 그때 아이가 답을 주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아이가 중학교에 다닐 때까지 함께 한 그 모임은 내 인생에서 가장 즐거운 시기 중 하나다. 그림책 공부 모임 뒤에는 어린이책 시민단체에 들어가 십여 년 동안 그림책을 보고 있다. 지금까지 수천 권의 그림책을 읽으면서 언젠가부터 우리나라 그림책 현장을 아우르는 역사서를 바랐다. 이제야 우리는 그러한 바람에 꼭 맞는 책을 갖게 되었다. 선생님의 통찰 한 구절을 옮기며 이 책이 그림책을 읽는 사람들의 교재가 되면 좋겠다고 바란다.

 

우리나라의 그림책은 옛이야기와 일부 창작 그림책에서 곧바로 넓고 다양한 장르로 이행한다. 문화적 차이일 수도 있고 다른 한편으로 역동성을 수도 있다. 짧은 기간 많은 작가들이 배출되었다. 이들은 경제 성장기와는 거리가 먼 오히려 부모 세대와 다른 환경을 거치며 사회에 진입했다. 그러다 보니 그림책을 바라보는 시각이 어린이의 성장 단계에 대한 관심보다는 오히려 그림책을 통한 인문적 접근으로 소통이 필요하다는 입장이 훨씬 많은 편이다. (126 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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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그림책 이야기 - 한 권으로 만나는 한국 그림책 100년사
정병규 지음 / 행복한아침독서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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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 년 그림책을 봐 왔지만 우리 그림책의 뿌리부터 지금까지 관통하는 역사를 살펴보지 못해 늘 아쉬웠던데 우리 그림책 100년을 정리한 책을 드디어 갖게 되었다. 엄청난 공력이 느껴진다. 저자에게 절이라고 하고 싶은 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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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 국어 바로쓰기 사전
남영신 지음 / 보리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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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크린 말들- 말해지지 않는 말들의 한恨국어사전
이문영 지음, 김흥구 사진 / 후마니타스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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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 새국어사전 (5판)- 탁상 반달색인
사전연구회 엮음, 이기문 감수 / 두산동아(참고서)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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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뜻풀이 초등국어사전
전광진 엮음 / 속뜻사전교육출판사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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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구병 일기 1996 - 같이 산다는 게 뭔지 알아?
윤구병 지음 / 천년의상상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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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를 꿈꾸고 있다면 좋은 자료가 될 책이다. 공동체가 아니더라도 사람과 관계 맺고 살아가는 이상 참고할 만한 사례가 여러 가지다. “같이 산다는 게 뭔지 알아? 이게 고슴도치 같은 거야.” 하고 말하지만 공동체를 꾸려가면서 조금씩 지혜를 얻고 서로를 받아들이려는 노력이 가슴 뭉클하다.

 

나 또한 공동체를 꿈꾸었다. 자그마한 마을 공동체의 일원으로 살아가고 싶었다. 변산공동체가 꿈꾸는 것 같은 큰 뜻을 품지 않았지만 유기농을 지으며 죄를 덜 짓는 삶을 살고 싶었다. 외환위기가 찾아온 이듬해던가. 드디어 의형제 두 명과 함께 셋이서 귀농하기로 뜻을 모았다. 직접 땅을 보러 다니기도 했다. 그렇지만 셋의 답사는 오붓한 여행으로 그치고 말았다. 변명이지만 셋 다 이미 결혼을 한 뒤이고 일부가 같이 사는 사람의 동의를 얻지 못했다. 간절함이 부족한 게 결행을 하지 못한 진짜 까닭이었으리라.

 

귀농과 자그마한 마을 공동체에 대한 미련이 사그라들지 않아 딸아이가 다니던 고등학교 학부모들과 함께 농촌에 들어가는 것을 의논했다. 그 중 일부는 지금 시골에 살아갈 터전을 함께 마련하여 착착 준비를 하고 있다. 그렇지만 나는 이번에도 거기에 참여하지 못했다. 용기가 없는 거겠지. 그렇다고 하여 아주 미련을 버린 것은 아니다. 여전히 공동체에 대한 꿈을 꾸고 있다. 그렇다 보니 공동체 안에서 일어나는 여러 갈등과 해결, 시골에서 살아가는 어려움보다는 농촌에 살면서 얻게 되는 자연의 신비로움, 덕분에 움트는 맑은 정신과 튼튼한 몸의 기운, 지혜로움, 신명 따위 이야기에 더 마음이 간다. 동경하게 된다.

 

고목나무(당산나무) 밑에 가서 나무 위에 열린 별들을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나뭇등걸을 안고 나무에 볼을 댔다. 따뜻한 느낌이 든다. 몇 발자국 떨어져서 땅에 엎드려 당산나무신령님께 오체투지를 했다. (68쪽)

 

1996년 3월 11일 일기에 나오는 시 「봄바람」( “아무리 매워도 / 그 안에 / 칼끝이 들어 있지 / 않다. / 봄바람 / 땅을 보면 / 안다. / 서릿발이 안 돋아 / 있다. / 웅덩이 물을 보면 / 안다. / 살얼음이 / 없다.”)이나,  1996년 5월 27일 일기에 나오는 「당산할매의 젖꼭지」(“당산할매는 젖꼭지가 참 많다. / 해도, 바람도, 흙도, 물도 / 그 젖꼭지 물고 젖을 먹는다. // 햇볕이 따뜻한 것도 / 물맛이 단 것도 / 바람이 싱싱한 것도 / 흙이 부드러운 것도 / 다 당산할매가 젖 먹여 키워서 그렇다. // 내가 당산할매한테 / “할무이, 나도 젖 좀 줘” / 했더니, / “다 큰 놈이 무슨 젖 타령이여, / 저리 가” / 한다) 같은 시는 또 어떤가. 자연 속에서 일하며 살아가는 사람만 노래할 수 있는 경지가 아닌가.

 

방대한 분량의 책에서는 점차 참 농사꾼이 되어 가는 윤구병, 공동체학교를 야무지게 준비하는 교육자 윤구병, 우주를 생각하고 병든 세상을 고치려는 철학자 윤구병, 생활비를 보태려고 원고를 쓰는 글쟁이 윤구병, 마음을 닦으며 길 위에 서 있는 수도자 윤구병, 갈등 조정자 윤구병, 노래하고 춤추는 윤구병 등 다채로운 모습을 볼 수 있지만 자연과 사랑을 노래하는 시인 윤구병모습이 가장 반갑다. 그것은 일정 부분 자연에 빚지고 있는 것일 터 점차 농사꾼이 되어 갈수록 시인 윤구병은 더 큰 시적 울림을 주지 않을까. 앞으로도 계속 나올 일기를 벌써부터 기다리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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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블 이야기
헬렌 맥도널드 지음, 공경희 옮김 / 판미동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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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 잃은 슬픔을 참매를 키우며 치유해 나가는, 새에 관한 멋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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