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5살 자연주의자의 일기 - 지구에 무해한 존재가 되고 싶은 한 소년의 기록
다라 매커널티 지음, 김인경 옮김 / 뜨인돌 / 2021년 3월
평점 :
기후변화와 환경문제에 관한 관심이 없을 수 없는 시국에 이 책은 그저 호기심이었죠.
그런데...책을 펼치자마자 그냥 헉...이럴 수 있나?
처음엔 15살 소년에게 자폐스펙트럼이 있어서 이런 글을 쓰도록 소년의 생각들이 이렇게 만든걸까 하는 같잖은 추측이 마구 들었죠.
그리고 두번째 든 생각이 책을 거의 다 읽을 때까지 계속 지배했답니다.
그건 작가 다라의 부모의 입장에 몹시 몰입해서 생각했다는 것이었죠.
작가이자 주인공인 다라는 한국의 독자들에게 이런 말로 시작합니다.
"이 책을 쓰면서 여러 번 고비가 있었어요.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이 비난을 받았거든요. 저는 자폐 스펙트럼이 있어요. 그래서 기쁨을 통제하지 않고 드러내길 좋아하고 제가 아는 지식을 이야기해 주고 싶어해요. 그런 이유로 학교에서 괴롭힘의 표적이 되었어요. 제가 경험한 괴롭힘은 우리가 자연 세계에서 마주하는 다양한 종의.소멸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어휘를 선택하고 문장을 구사하는 다라의 문체에 저는 너무 놀라서 그 다음 장들을 재빨리 넘기지않을 수가 없었어요.
그리고 그의 이야기속에는 금세 알아차릴 수 있는 공공연한 비밀이 있더라구요.
눈을 돌려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고, 콧속에 들어오는 향기 속 주인공인 자연에게 곁을 내어 주고 그저 지켜보는 일, 그게 자연주의자가 일단 하는 일들이더라구요.
근데 그게 그렇게 흥미진진한 일들인것이 놀라웠지요. 나는 그냥 새구나, 바람이구나, 덥구나, 춥구나, 느낄 일들이 그의 감각 속에서는 모두 새롭고 재밌는 일이었으니까요.
"찬찬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그 순간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 든다. 그렇게 또다시 완벽한 순간이 찾아온다. 주변의 소리가 몽땅 사라져 버리는 것이다."
그렇게 집중하면 다시 궁금해지고 그 배경에 대해 찾게 되고 그것이 다시 그 자신이 되고,그러다보니 책 한장을 넘길 때마다 동•식물도감으로 이야깃거리로 완성된 느낌이었어요.
특히 새는 그 자신이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고요. 새와 곤충, 식물들의 헤아릴 수 없을 만큼의 많은 이름들을 만나는 그의 행복과, 빼놓을 수 없이 계속 따라다니는 학교와 그곳에서 만나는 사람들에 대한 그의 고민들에 관한 이야기는 저의 마음 속에도 콕콕 쪼이는 느낌이었답니다.
봄, 여름, 특히나 여름 후반 부터는 부쩍 성숙해진 모습에서 가을을 지나 겨울이 다 지나는 그의 일기는 그냥 신선한 정도가 아니라 큰 충격이었습니다.
사진 속의 그의 모습도 그렇게 보이는 것만 같네요.
자기 주변의 자연에 집중하고 느끼는 것에서 시작했을 다라가 사랑하는 새들과 나무 등을 지키는 일에 몰입하는 것은 필연이었겠지요.
세상에 대해 용기내어 행동하는 것은 이미 한참 어른인 제게 또 회초리가 됩니다.
그리고 또 하나...
그런 다라와 형제들을 키운 부모에게 눈길이 처음부터 머문 건 제게 또 반성이 되더라구요.
정원의 낡은 항아리에 쐐기풀과 여러가지를 더해 만든 물약을 2년간 묵힌 것을 발견한 엄마와 아빠는 다시 물약을 만들지 못하게 막지 않는답니다.(저같음 벌써 난리났지요)
변함없이 무조건적인 사랑과 지원을 해주는
가족들에게 저도 감사합니다. 자폐 스펙트럼이 쉽지않은 장애물이 되었을텐데 담담하게 표현하는 그와 그 가족들이 대단했어요.
그리고 그가 꼭 지켜내고 싶은 자연, 그건 다라의 마지막 문장에 잘 녹아있네요.
"마지막으로 자연은 나의 원천이자 뿌리이며 맥박이자 추진력입니다.
나의 하늘, 나의 창과 방패랍니다."
한 문장 한 문장이 그냥 자연 그대로였고,
머릿속에서 잿빛개구리매가 훨훨 날아다닐 수 있게 해준 멋진 책이었습니다.
한동안 다라의 문체속에 갇혀 살듯합니다.
*허니에듀 서평단으로 뜨인돌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책을 읽고 쓴 저의 주관적인 견해임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