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차분히 살랑이는 시집. 수더분히 얘기하는 방식이 좋다.

"연애 2

너와 나란히 서서
꽝꽝 언 얼음 위에
돌을 던진다
얼음은 하얗게
멍이 들고
돌은 소리를 죽이며
강기슭에 가 닿는데
강은 얼마나 깊은지
강은 세상으로
얼마나 깊이 흐르는지
산이 운다

산이
울어" - 연애시집(p.24)

"봄비1

바람이 붑니다
가는 빗줄기들이 옥색 실처럼 날려오고
나무들이 춤을 춥니다

그대에게
갈까요 말까요
내 맘은 절반이지만
날아 온 가랑비에
내 손은 젖고
내 맘도 벌써 다 젖었답니다" - 연애시집(p.60)/김용택

"그 꽃 못 보오

안 가고 보지 않아도
뒤안의 목단꽃은
내 발 아래 똑똑 떨어지는데
해 지고 산 그늘 내리면
차마 뒤안에 나는 못 가오
행여, 행여나
나 볼 때 꽃잎이라도
내 발 아래 뚝뚝 떨어진다면
참말로 떨어진다면
어떻게 그 꽃 본다요
두 눈 뜨고 그 꽃 못 보오
그 꼴 나는 못 보오" - 연애시집(p.61)/김용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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