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이현의 소설 속에는 다양한 우리 주변 여자들이 존재한다. 그들은 드라마 속 여주인공들처럼 지독한 역경의 아이콘도, 화려한 부잣집 아가씨도 아닌 내 친구, 동네 언니 그리고 나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다. 그런 평범한 사람들의 보편적인 사랑의 진행과정이, 시작은 엄청난 스파클로 형형색색 발광하다 얼마나 무기력한 권태로움으로 변해가는지 그녀는 자신의 글을 통해 아무렇지 않은 말투로 툭툭 얘기한다.
그렇게 우리는 여자없는 남자, 혹은 남자없는 여자들이 된다.떠나간 사람은 하얀 카펫 위에 떨어트린 와인방울 얼룩이 되어 가슴에 남는다. 완벽하게 지울 수 없는 희미한 자국으로 어쩌면 평생 카펫 한 켠에 얼룩져 있을 것이다. 그 것은 나로써는 어찌할 수 없는 얼룩이다. 시간이 지나면 각각의 얼룩들은 그 색이 바래고 또 어떤 것은 너무 희미해져 흔적을 찾기 어렵겠지만 어쨌거나 아련한 자국으로 마음에 남을 것이다. 언제까지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