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은 나에게로 돌아오는 길
박지연 지음 / 지식과감성#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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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흐르는 강물처럼 나의 시는 모든 상징과 고해와 감성의 반짝이는 언어의 꽃을 달고 그대의 아득한 느낌 속으로 팔랑이며 지나갈지도 모릅니다.

박지연 시인의 시집 표지에 나와있는 글귀입니다. 길은 나에게로 돌아오는 길이라.. 과연 시인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일까. 한참을 곰곰2 생각해 보았습니다. 인생사 모든 것이 나를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기에 이를 빗댄 표현인 것일까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지요. 일명 '우주의 중심은 나'다. 세상은 나를 중심으로 돈다라는 뭐. 그런..

시인은 자신의 시가 흐르는 강물처럼 그대의 아득한 느낌 속으로 팔랑이며 지나갈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렇네요. 시인의 표현처럼 제게 이 시집은 딱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시인의 고해와 감성이 언어의 꽃을 달고 찾아왔지만 제게 깊이 머무르지는 않고 아득한 느낌 속 어딘가로 사라져버린.. 그런 시들이 참으로 많았습니다.



길은 나에게로 돌아오는 길


삶에 있어 길이란

만남과 스침과 바람의 길이다

그리고 길은 떠나는 길이고

돌아오는 길이고 모험의 길이다

당신과 나 사이

멀고도 가까운 인연과

무심의 길이다

길은 이곳과 저곳 사이를

방황하고 헤매다가 어느 날

먼 길 돌아서 겨우

나에게로 돌아오는 길이다

- 본문 中 에서



삶의 철학


삶에 있어 정해진 것은

전부 울타리였다

편안하기도 하지만 결국은

자기 자신을 막아서는 울타리

뭔가를 자꾸 생각하고

회의하고 질문하고

그 선을 자꾸 넘고 싶었다

그것이 삶의 철학이었다

- 본문 中에서


시집에 있던 수 많은 시들 중에서 두 편의 시를 가져와 보았습니다. 제가 가져온 시들은 그래도 시인의 시들 중에서 나름 쉬운, 아니 쉽다고 느껴지는 보편적인 느낌의 시들인데요. 시집 길은 나에게로 돌아오는 길 속에는 정말 다양한 주제의 시들이 담겨 있습니다.


11월의 시, 12월의 시 처럼 계절을 느끼는 시들도 있고, 살풀이춤에 대한 시도 있으며, 융의 영혼의 지도, 허난설헌, 나마스테, 돈에 대한 시, 빈센트의 구두, 칼의 노래, 구스타프 클림트, 부석사, 한산도, 초당마을 등등 우리가 일반적인 시에서 쉽게 접하지 못했던 주제들에 대한 시들이 다수 실려있지요.



솔직히 길은 나에게로 돌아오는 길 속에 있는 시들은 제게는 조금 어려운 느낌이 들었던 시들이었네요. 아무래도 보편적인 시들에 가지고 있던 편견이랄까 선입견을 깨어버리는 시들이 다수 실려있어서였을까요. 어쩌면 이웃님들의 블로그에서 접하던 에세이와 같은 글들이 시의 형식을 빌려서 담겨있는 듯한 시집이라서였을 수도 있겠습니다.

이번에 시집을 읽으면서 든 생각은 역시나 시라는 것은 취향을 타는 문학이구나 라는 것이었네요. 사람마다 즐기는 취향의 시들이 모두 다르다는 점을 다시한번 느꼈다랄까요.


어떤 이는 삶에 대한 환희와 즐거움을 노래하는 시를 사랑하고, 어떤 이는 삶에 대해 바닥까지 내려간 처절한 삶에 대한 후회와 비참하기까지한 인생의 쓴 맛을 그린 시를 좋아하기도 하지요. 또 다른 이는 인간사 모든 일들을 마냥 쉽게 쉽게 단순화하며 정리해주는 시를 좋아하기도 하고, 저 같은 사람은 언어적 유희를 즐기는 편에 속하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이 시집에 대한 판단은 다른 많은 독자분들께 맡기고 저는 살포시 이쯤에서 빠져볼까 합니다. 아, 개인적으로 시인의 자매분이라는 베로니까 박님의 여러 삽화는 다분히 제게도 매력적이었다는 점은 팁으로 알려 드립니다.


* 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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