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그란 삼각
김성수 지음 / 바른북스 / 2020년 12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제주도에 살고 있는 김성수 시인의 시에서는 제주 노형리에서 태어나고 자라고 가정을 이루고 또 해체된 가정사로 인한 시인 개인의 생각과 상처와 내면의 다독임이 그대로 드러나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동그란 삼각


삼각형도 아니고 동그라미도 아니고. 삼각형의 모퉁이가 둥글게 다듬어져 있다는 뜻일까요. 겉으로는 냉소적이고 차가워 보이는 나이지만, 그 속은 누구보다 따뜻하고 부드럽고 여림이 숨어있다는 뜻일 수도 있고, 어쩌면 그 반대일 수도 있겠네요. 

 

 

동그란 삼각 

 

저, 높임

충돌이다 그리고 대항이다 그리고 외면이다

아니다,

체제다 그리고 질서다 그리고 순응이다

 

저, 낮춤

존중이다 그리고 믿음이다 그리고 포용이다

아니다,

소신이다 그리고 외롬이다 그리고 견딤이다

- 일만의 높낮이에 일만의 색깔 

 

제주 노형리에서 태어났다는 시인, 그래서인지 시인의 시에서는 제주의 느낌이 물씬 풍겨나옵니다. 시의 제목 속에 주 단어들 속에서 제주도의 방언들은 새로운 장치가 되어 시를 읽는 느낌을 한껏 살려주기도 하고, 어느 시속에서는 오래전 제주 4.3 사건을 주제로 한 가족사를 드러내기도 하지요. 

 

숨어앉은 꿩은 절대 쏘지 않는다. 꿩 한 마리 날아올랐습니다, 탕 (중략) 내게 작은아버지가 있었습니다. 

 

꿩마농고장 (달래꽃의 제주 방언)이라는 시 속에 나오는 문장입니다. 이 시속에서 4.3 사건의 희생자들은 꿩과 같은 존재가 되어있지요. 그리고, 그러한 사냥. 인간 사냥에 시인은 작은아버지를 잃게 되셨나 봅니다. 

뭔가 묘한 여운이 남는 시였네요.



책 속에는 '꽃, 그 은유'라는 제목의 시들이 여럿 시리즈로 실려있습니다. 그리고 김성수 시인의 시들 속에는 나, 내가, 내게, 저 등의 어휘들이 자주 등장합니다. 시인은 자신의 내적 갈등과 고뇌 그리고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그대로 시에 담아 이야기하고 있는 듯 보이는데요. 꽃, 그 은유라는 제목을 가진 시리즈들이 유독 그런 경향이 짙어져 보이네요. 그러면서 시를 읽고 느껴보고자 하는 저를 내내 고민하게 만들지요. 여기서 말하는 나는 정말 시인 그 자신인 걸까. 어쩌면 떠난 배우자가 시인 그 자체의 또 다른 내가 되는 건가..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시인의 언어는, 시는 역시나 참 어렵네요. 

내적 고민과 시인의 깊은 사색들이 함께하는 시집. 그리 쉽지만은 않은 시집이라서일까요. 김관후 시인의 해설 부분 또한 후반부 제법 많은 페이지를 차지를 하고 있네요. 시의 의도가 궁금하신 분들께는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시가 어렵다고 해서 마음까지 멀리 있는 건 아니잖아요. 모든 시가 그러하듯 읽는 이의 감정에 따라 상황에 따라 모든 시는 다르게 해석되는 맛이 있는 거니까. 한번 스치듯 읽었던 시도 다시 읽다 보면 나의 머리와 가슴에 들어와 박히게 되기도 하고, 사람에 따라서 맞는 시의 분위기는 모두 다른 거니까요. 

 

꽃, 그 은유 . 11

 

나,

귀 막고 올곧게 들어 올린 눈높이가,

모자라지도 아니 넘지지도 않을 만큼 딱인가,

하늘에 낱낱이 드러내고 물 같은 저울로

피 같은 칼로 물어야 한다, 나를

- 혹, 사사로움이 더해진 부끄러움이 남아있는가

 

사실 동그란 삼각은 그리 밝고 쉽고 부드러운 시집은 아닙니다. 그러나 시크하고 도도함 속에서도 사람이기에 느낄 수 있는 일말의 온기는 있습니다. 결론은, 이 책은 시시하지 않은 깊이감 있는 시를 좋아하시는 분들께 잘 어울릴 듯한 시집이라는 점을 알려드립니다. ^^ 

 

* 해당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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