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 - 원태연 필사시집
원태연 지음, 히조 삽화, 배정애 캘리그래피 / 북로그컴퍼니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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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날것 그대로를 보여주던 감성청년이자 자유시인 원태연.

필사시집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는 18년 만에 다시 돌아온, 시인 원태연의 또 다른 데뷔작이다.





일단, 새롭게 돌아온 원태연 시인의 필사시집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의 평을 먼저 해보자면, 

그냥 보세요. 믿고 보세요. 원태연이잖아요. (게다가 필사시집입니다. 쓰면서 곱씹으세요. 젊은 날의 감성을 어린 날의 자유를. 드높았던 자존감을) %ED%98%B8%ED%83%95%20%EC%9C%A0%EB%A0%B9



저희 집에는 손끝으로 원을 그려 봐 네가 그릴 수 있는 한 크게 그걸 뺀 만큼 널 사랑해 라는 원태연 시인의 시집이 있습니다. 스무 살 무렵, 남자친구에게서 받은 선물입니다. 어느 이른 아침 기숙사에 있던 저를 누군가 불러내더군요. 그곳에 그가 있었습니다. 그때 그의 손에 들려있던 시집입니다. 이후 벌써 스무해가 더 넘도록 제 곁을 함께했던 시집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당시 남자친구가 제게 건넸던 첫 대사가 바로 시집의 제목이기도 했지요. (오글주의)


한동안 나의 시야에서 사라졌던 시인과 어딘가에 방치되어있던 이 시집이 다시금 내 곁으로 다가온 것은 바로,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 라는 이번에 새로 나온 필사시집 덕분입니다. 기존에 발표되었던 자신의 시 70편에 새롭게 발표되는 시 30편을 더해서 새롭게 출간된 원태연 시인의 필사시집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에서는 예전에 보았던 시인의 당당함보다는 다소 조심스러워진 모습들이 엿보입니다. 독자에 대한 것일 수도 아니면 세상에 대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말입니다. 





시집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의 도입에 원태연 시인은 말합니다. "안녕하셨어요?" 라며. 2002년 12월 '안녕'이라는 말로 우리에게 이별을 고했던 시인은 2020년 11월 '안녕하셨어요?'라는 인사로 다시금 우리에게 찾아왔습니다. 이렇게 어려운 인사는 또 처음이라며. 그리고 말합니다. 철없던 시인 원태연이라고.. 요는. 이제는 철이 드셨다는 건가.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어쩌면. 원태연 시인만은 철들지 않은 오래전 그때의 모습 그대로이기를 바라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좌_ 손끝으로 원을 그려봐, 우_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



필사시집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는 시인이 예전에 썼던 작품들이 다수 실렸기에 책장을 넘기다 보면 익숙한 문장들을 자주 만나게 됩니다. 그럴 때마다 오래전 시집을 읽던 그때의 내가 퐁퐁대며 솟아나기도 합니다. 원태연 시인의 시는 그래서 좋습니다. 굳이 깊이 생각하지 않아도 돌려 그려보지 않아도 활자 그대로 눈으로 들어와 가슴에 박혀버리는 글들이기에 그저 그대로 받아들여지는 시라 참 좋아했던 시인중 하나입니다제가 시밤, 서울시의 하상욱 시인을 좋아하는 이유와도 많이 맞닿아있지요.


필사시집인 만큼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는 여백이 많습니다. 왼쪽 페이지에는 주로 시가 쓰여있고 오른쪽 페이지는 독자를 위해 비워두었지요. 그리고. 챕터가 끝나는 곳에서는 원태연 시인의 살아서 날아가는 듯한 필체를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에 실린 원태연 시인의 신작시 몇 개를 가져왔습니다. 오래전 그가 쓴 시들에 비해 다소 어른의 색이 짙어지고 사랑보다는 현실에 찌들어 있는 듯한 시인의 모습이 살짝 엿보입니다. 예전의 그 감각은 사라지지 않았군요. 어언 20년 가까이 시를 쓰지 않았다는 저자. 그럼에도 그의 재능은 여전합니다. 허긴. 샾의 '내 입술 따뜻한 커피처럼'이나, 드라마 시크릿 가든에 삽입된 백지영의 '그 남자'를 쓴 작사가이기도 한 타고난 능력자인데..


쉰이 다 되어가는 나이에 이제는 정말 아저씨 같은 모습의 중년이 된 그 시절의 젊은 청년, 원태연. 철없던 시절에 패기롭게 안녕을 고했다가 이렇게 다시 찾아오게 된 자신의 마음을 류동현의 One Day (어느 날)에 실었다고 어느 기사에서 그는 말했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한번 들어보시기를..)


여전히. 찰나로 지나가는 마음의 울림을 잡아 글로 표현하는 데 어색함이 없어 보이는 그. 봄날의 향기로운 첫 사랑을 떠올리게 하는 쌀쌀한 가을 날의 정취와도 잘 어울리는 필사시집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를 강추하며, 시인으로써 다시 새롭게 시작하는 원태연님의 으로의 멋진 행보를 기대해봅니다. 


* 필사시집 그런사람또없습니다는 북로그컴퍼니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임의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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