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추마을 안녕, 쥬브 안녕 쥬브와 이상한 연필 4
이승은 지음, 차유민 그림 / 동화작업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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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이와 지니는 시공간 이동이 가능한 마법 연필을 통해 대추마을로 가게 되었다. 첫 번째 책에서 공룡 쥬브를 만났고, 두 번째 책 #이상한연필의비밀 에서는 대추나무 할머니를 만났고, 3편 #쥬브의우주여행 에서는 쥬브의 친구 블루틴을 만났다. 이렇게 보면 그냥 동화 시리즈 같지만 이 동화에는 인간의 삶이 담겨 있다.

작가는 천상병 시인의 시 <귀천>을 말하며, ‘소풍’의 의미를 되새겨 보고 싶었노라고 말한다. 삶이 어떠할지라도 그 삶을 의미 있고 자유롭게 만드는 것은 저마다의 소풍 길에서 만난 관계 때문일 것이라고 덧붙이며. 또한 연결되어 있음이 우리를 자유롭게 하며, 우리는 그 속에서 성장한다고 말한다.

작가는 마치 동화 속 공룡과 아이들을 통해 인간의 삶을 ‘아름답지만 진실되게’ 조명하려는 어른처럼 보인다. 삶의 아름다운 면만을 강조하지도, 그렇다고 누구나 한 번은 맞이하게 될 죽음에 대해 공포와 금기의 대상으로만 표현하지도 않는다. 소중한 어린 친구에게 들려주기 위해 몇 번을 고심하고 가다듬은 것만 같은 테마. 죽음 그리고 이별을 어렵지 않은 말로 그려내고 이야기 속으로 우리를 부른다.

할아버지가 된 쥬브의 말이 아마도 작가가 조심스럽게 건네고 싶었던 죽음과 인생에 대한 가치관이 아닐까 싶다.
“내가 없어도 놀라지 마. 걱정도 말고. (중략) 기억하지? 우리 다 같이 소풍 갔던 거. 소풍 끝나고 다 자기 집으로 돌아갔잖아. 그런 것처럼 나도 여기 대추마을 소풍을 마치면 집으로 돌아가야 돼. 사라지는 게 아니야.”

“살면서 했던 모든 일들이 잘한 것이든 못한 것이든 내게 무언가를 알려주었더라고……. 대추마을에서 일어난 일들로 아름다운 게 뭔지 배웠거든.”

홍이와 지니는 쥬브를 만나기 위해 계속 연필을 사용한다. 쥬브를 만날수록 연필은 줄어들었고, 그만큼 홍이와 지니는 성장하였다. 우리도 누구나 각자의 연필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원하는 모습으로 성장하기까지 긴 시간, 땀방울과 눈물이 함께하는 인내와 노력이 필요하다. 마치 반짝거리던 새 연필이 다 닳아 처음의 모습이 남아있지 않은 것처럼.

작가의 훌륭한 기획을 내가 잘 해석했는지 잘 모르겠다. 동화작업실에서 나올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다. 홍이와 지니는 얼마나 자라 있을지, 작가의 눈은 어떤 주제를 읽어내고 있을지. 그때쯤의 나는 어떤 모습일지. 그때의 나는 할아버지가 된 쥬브를 잘 보내주고, 닳고 닳은 연필을 소중히 간직하며 새 연필을 잡고 열심히 노력하고 있었으면 좋겠다.

홍이와 지니를 위해 쓰였지만, 나까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 준 쥬브, 안녕! 내 마음속의 쥬브들도 진정으로 안녕!

어린이 혹은 내면아이를 간직한 누군가와 함께 삶과 죽음에 대해 그리고 관계에 대해 이야기할 때 한 번쯤 읽어보면 참 좋을 것 같은 책.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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