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기찬 노년과 빛나는 죽음을 맞으라 - 헬렌 니어링이 뽑아 엮은, 나이듦과 죽음에 관한 지혜의 말들
헬렌 니어링 엮음, 전병재 옮김 / 빈빈책방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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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 나는 우리를 둘러싸고 흘러가는 만유의 삶 속에서 죽음이 궁극적인 종말이나 완전한 정지라는 생각에는 동의할 수 없다. 탄생과 죽음, 그것은 청장년과 노년, 그 사이의 다른 시기들을 포함하는 삶 전체에서의 두 가지 사건일 따름이다. 삶은 그 모든 것을 연결하면서 그 너머로 계속 이어진다.(p. 11)


그동안 만났던 책 중 제목이 가장 마음에 드는 책.
지인들은 다 알겠지만, 나의 가장 마지막 꿈은 호상이다. 나는 종종 내가 죽은 후 다른 사람들이 나를 기억할 때, 참 열심히 자기답게 살다가 적당한 때에 갔다고 말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얼마나 훌륭하고 멋진 삶을 살게 될지 장담할 수 없고, 누구에게나 존경받는 삶을 살아낼 자신은 없지만, 적어도 나의 죽음이 누군가에게 기쁨이 되진 않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2021년 나의 삶을 몇 마디로 추린다면 자기이해, 자기분석 그리고 시작 정도가 될 것 같다. 새로운 시작을 꿈꾸며 새로운 공부를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나는 새로운 공부보다도 나에 대한 공부를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올해 상반기의 키워드를 요약해 보자면 삶과 죽음 정도가 될 것 같다. 그동안 ‘언젠가 기회가 되면 공부하겠노라’고 다짐했던 것들을 제대로 공부하기 시작했고, 요즘 내가 가장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삶과 죽음이다.⠀

정신분석의 대가 프로이트는 인간의 불안의 근원을 태어남이라고 말한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인간은 죽음이라는 운명을 두려워한다는 것이다. 학자마다 각자의 근거와 이론을 들며 삶과 죽음을 정리하고 있고, 모두 맞는 말들이지만, 나에게 가장 저항 없이 스며든 주장은 프로이트의 것이었다. 각자의 상황과 환경은 모두 다르지만 인간이 모두 동일하게 누리는 것은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세상에 태어나서 누구나 결국 죽는다는 것이다.


삶의 덧없음을 확실히 경험하는 것은 남은 나날을 최대한 성실하게 보낼 수 있게 하는 자극제가 된다. - 아돌프 루카프 피셔, 『나이듦에 대하여』  (p. 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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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죽음에 대한 논의는 인간의 역사와 그 맥을 같이 할 정도로 오래되었다. 인간 삶의 모습은 다양하게 진화해 왔지만, 죽음이라는 것은 21세에 이르러서도 인간이 극복할 수 없는 유일한 존재가 아닐까 생각한다. 인간의 삶의 질을 연구하는 심리학이나 인문학, 인문치료학 쪽에서는 죽음을 연구하고 또 건강한 노년과 죽음에 대한 건강한 관점이 무엇일지 고민하고 있다. 사람의 마음을 치유하고, 내담자가 스스로의 힘으로 건강하게 살아가도록 돕는 사람들은 인간의 죽음에 대한 깊은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이 책의 제목이 마음에 들었던 것은 내가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나의 노년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활기찬 노년과 빛나는 죽음. 죽음이 인간에게 아름답고 설레는 대상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아직 조심스럽지만, 나의 힘으로 어쩌지 못하는 대상이라면 일단 그 존재를 인정하는 것이 나에게는 더 편안하게 느껴진다. 한번은 결국 만나게 될 죽음이라면, 그 전까지 의미 있는 삶을 살고 싶다. 세상에 굉장한 업적을 남기고 싶다는 멋진 계획은 없지만, 주변 사람들에게 나의 죽음이 큰 슬픔이나 잊히지 않는 불쾌한 사람과의 기억으로 남진 않았으면 좋겠다.   

그래서 나는 삶과 죽음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나 보다. 죽음이라는 것은 나에게도 엄청난 두려움이었는데, 그것을 그대로 인정하고 나니 인생이라는 추상적인 존재에 대한 애정이 더 깊어졌다. 죽음은 여전히 두렵긴 하나, 그전까지 계속 이어질 나의 삶이 더욱 가치있게 느껴지기 때문일 것이다. 삶과 죽음 특히 노년과 죽음에 대한 지혜의 말들을 정리해 놓은 책이라 좋은 문장들이 많다. 마지막으로 가장 마음에 와닿는 말로 말을 마치려 한다.


만약 삶을 여행으로, 그리고 죽음을 여행이 끝나는 저녁 무렵에 마침내 이르게 되는 여관으로 부를 수 있다면, 죽음도 다른 여관처럼 잠시 들르는 곳일 뿐이리라. 이 세상에서 우리가 겪는 경험은 매우 피상적이며 부단한 현재의 한순간에 지나지 않는다. 비록 누군가 그것을 영원이라 부른다 해도 분명 그것은 계속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이란 다시 시작하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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