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을 결정하는 한 문장
백건필 지음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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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훔치는, 모든 것을 결정하는 카피라이팅이 과연 가능할까?

광고계에서 근무하게 될 일은 없지만, 마음을 흔드는 한 문장에 대해서는 오래전부터 관심이 많았다. 나는 책을 쓰고 글을 읽는 사람이고, 누군가의 책을 읽고 글을 쓰기도 하며, 누군가의 책이나 영화를 분석한 후 내 의견을 발표해야 하는 일이 종종 생기고 있다. 누군가의 마음을 흔들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누군가, 단 한 명이라도 내가 던진 수많은 문장 중 하나라도 기억해준다면 나는 굉장히 기쁠 것이다.

더욱 솔직하게는, 누군가의 마음을 휘어잡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누군가의 마음에 불편함을 주지 않는 선에서 자유롭게 살고 싶은 것이 나의 솔직한 욕심일 것이다. 타인의 눈치를 보지 않고 사는 것이 가장 행복하겠지만, 사회적 동물이므로 예의를 갖춘 마이웨이가 되고 싶은 것이 요즘의 내 마음이다.

어느 화창한 봄날, 눈이 먼 노인이 구걸을 하고 있다. 팻말에는 ‘나는 눈이 안 보이니 도와달라’는 메시지가 쓰여 있었다. 한 남자가 지나가다 팻말을 발견하고는 문구를 고쳐주었고, 모금함에는 어마어마한 돈이 쌓였다. 훗날 노인이 그 남자를 다시 만나게 되었고, 그때 팻말에 뭐라고 쓴 것인지 묻자 남자가 답한다. 의미는 같지만 표현만 다르게 했을 뿐이라고.

“화창한 날입니다. 하지만 전 그걸 볼 수가 없군요.” (p. 22)

요즘은 광고에서도 감성을 자극하는 문장들이 많이 보인다. 마케팅 심리나 경영 심리에 대해서는 알지 못하지만, 소비자의 눈으로 볼 때 참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드는 문장을 볼 때마다 감탄하곤 한다. 대놓고 장점을 나열하는 것보다 때로는 무심한 듯 툭, 마음에 파동을 일으키는 한 마디가 더욱 강렬한 힘을 얻곤 한다. 진정 무심한 한 마디였는지 아니면 철저히 계획되고 준비되었던 비장의 한 마디였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것이 후자라고 해도 대단한 일이 아닐까.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것에 서툰 사람들이 특히 많은 것 같은 요즈음이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 멀어지는 상황도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일어나는 일이고, 코로나 상황으로 인해 인간관계에도 거리 두기가 생기는 것 같다는 푸념을 더 이상 그냥 푸념이라고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아무리 소나기가 쏟아져도 항아리 뚜껑이 닫혀 있으면 비는 한 방울도 들어가지 않는다. 그러나 이슬비가 내려도 항아리 뚜껑이 열려 있으면 물이 고인다. (p. 259)

사람의 마음을 얻고 호감을 얻기 위한 팁이자 예시겠지만, 문장이 참 좋다. 아무리 소나기가 퍼붓는다 한들 듣는 사람의 마음이 닫혀 있다면 이슬비만큼의 힘도 발휘할 수 없다. 반대로 아무리 작은 힘일지라도 듣는 사람의 마음이 열려 있다면 혹은 조금씩 쌓이다 보면 언젠가 소나기보다도 큰 영향을 보여줄 수 있다. 비단 광고나 상업적 상황이 아닐지라도 인간관계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나의 마음이 균형을 이루고 있고, 평온한 상황이라면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언젠가 다시 평형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매번 잘 되지는 않는 것이 나의 한계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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