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품위 있게 죽고 싶다 - 죽음으로 완성하는 단 한 번의 삶을 위하여, 2022 세종도서 교양부문
윤영호 지음 / 안타레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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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통찰력 있는 어른들을 보면 존경을 넘어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 들 때가 있다. 학문이 깊다고 반드시 통찰력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오랜 세월 자신만의 연구 분야에 집중하며 치열하게 노력하고 자신을 갈고닦은 분들에게서 느껴지는 힘이 있다. 나에게 없는 힘이다 보니 그저 대단하다는 말로 밖에 표현할 길이 없다.

저자 윤영호 교수는 서울대학교 병원 암통합케어센터 교수이자 삶의 질 연구 및 완화의료 분야 국내 최고 권위자라고 불린다. 죽음과 삶의 경계에서 치열하게 고민했던 32년간의 통찰을 담아낸 책이 아닐까. 임종을 앞둔 환자와 가족을 돕기 위해 국립암센터에 ‘삶의질향상연구과’를 신설하고 관련 분야에서도 계속 힘써온 분이라고 한다.

저자는 죽음을 준비시키는 의사라고 불린다. 그는 우리의 삶은 결국 죽음으로써 완성된다고 말한다. 키르케고르가 말했던 우리는 모두 죽음에 이르는 병에 걸렸다는 말과 같은 맥락이 아닐까. 인간은 태어난 순간부터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게 되며 이로 인해 불안을 느끼며 살아가게 되어 있다. 각자의 인생의 끝은 모두 같다. 죽음. 좋든 싫든, 인간은 모두 한 번 죽게 되어 있다. 그것이 인간의 삶 종료의 순간이다.

소유의 가치보다 존재의 의미를 추구하며 호스피스 법제화를 추진했던 이야기에서 저자의 철학이 느껴진다. 일본이나 대만에는 있고 우리나라에는 없던 호스피스 기관들을 국내에도 정착시키기 위해 우리가 알지 못하는 노력과 좌절이 있었을 것이다. 다른 나라의 상황까지는 알 수 없지만 내가 겪은 대한민국은 첫 시도를 제안하는 사람에게 그리 협조적이지 않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겠지만, 안정성이 보장되고 다른 나라에 성공사례가 있더라도 조금의 위험성이라도 있다면 보류의 대상이 되곤 한다.

저자의 부모님이 돌아가시던 이야기가 참 아프고, 인간적이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2년 뒤 아버지가 숨이 차다고 전화하셨고, 저자는 119에 신고하게 하고 누나에게도 연락한 후 안심한다. 그게 아버지와의 마지막 통화가 되었고, 연이어 장례를 치르게 된 것이 미안해 주변에 알리지도 못하고 가까운 사람들과 장례를 치르게 되었는데, 아버지를 묻던 날 엄청나게 비가 왔고 그제야 엄청난 슬픔이 몰려왔다고. 슬픔은 내가 해내야 할 일들을 모두 마쳤다고 생각해 긴장을 조금 늦출 때, 그때 무자비하게 한꺼번에 몰려오곤 한다.

부모님과 동생, 누님을 먼저 보낸 이야기에 덧붙여 학창 시절부터 연구했던 웰다잉 문제까지 삶에 포함되면서 저자는 죽음이라는 존재가 더욱 무겁게 다가왔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삶의 위기를 실패라고 단정 짓기보다 성장을 위한 새로운 도전의 기회라고 보는 것은 자기 자신의 몫이라는 저자의 말에 힘이 실린다. 살아남은 자에게는 또 새로운 삶이 이어지니까.

저자는 간병 살인과 동반 자살을 사회적으로 강요된 선택이라고 말한다. 국가에서 이들을 위한 제도를 마련해 주어야 한다는 말일 것이다. 얼마 전 아버지를 간호하다 생활고와 고통 속에서 아버지를 적극적으로 돌보지 않는 방식으로 죽음에 이르게 한 젊은 청년의 이야기가 이슈가 되었다. 자극적인 내용만을 다루는 언론들은 앞다투어 단편적인 이야기만을 보도했고 전 국민의 비난이 쏟아졌다. 그러나 사건의 전말이 밝혀지면서 나 또한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되었다. 국가에서 어디까지 보장해야 하냐는 질문에는 나도 선뜻 대답하기 어렵지만, 적어도 복지혜택이 필요한 부분에 적절한 도움이 전달되었다면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을 끔찍한 일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삶의 마지막 돌봄을 국가에서 안정적으로 제도화할 수 있도록 관심을 촉구하는 마지막에서 저자의 마음이 전해진다. 품위 있게 죽고 싶다는 저자의 말처럼, 나의 꿈은 호상이다. 건강하게 살다가 남은 사람들에게 슬프지 않게 마지막을 맞이하는 것. 우리는 그것을 위해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저자가 독자에게 던지는 질문이자 한 번쯤 고민해야 할 삶의 방향성에 대한 제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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