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생일문 - 단 한 번의 삶, 단 하나의 질문
최태성 지음 / 생각정원 / 2021년 11월
평점 :
품절


역사에 무임승차하지 말자
사인 문구에서 그분의 마음이 느껴진다.
큰별쌤이라는 별칭으로 더 유명한 역사 강사 최태성의 새 책.
좋은 문장이 많아서 오랜만에 형광펜을 들고 읽은 책이기도 하다.

책머리에서 저자는 관점에 대해 이야기한다.
정답이 없는 세상 속에서 흔들리지 않으려면 나만의 관점이 필요하다고. 또한 이 책에는 사건과 인물을 바라보는 저자만의 ‘시선’이 존재한다고. 바꿔 말하면 관점은 시선이고 또한 한 인간의, 다른 인간을 바라보는 가치관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저자는 역사의 본질이 사람을 만나는 인문학이라는 사실을 도외시하고 싶지 않았다고 고백한다. 역사를 향한 시선은 결국 나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으로 귀결된다고 믿기 때문이라고.
참으로 근사한 어른이시다. 자신의 전공에 대한 애정도 느껴지지만, 자신과 같은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과 후속 세대들에게 올바른 역사 인식을 전하고 싶은 마음이 느껴지는 책이기 때문일 것이다.

유언(遺言)을 다룬 부분이 인상적이다.
전 재산을 처분하여 독립운동에 바쳤던 우당 이회영 선생의 일화가 특히 가슴에 남는데, 우당 선생은 평생 ‘한 번의 인생,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을 품고 살았다고 한다. 그리고 그의 마지막 대답은 “내 일생으로 답했다”였다.

한 줄의 명언으로만 봐도 깊은 여운이 남는 말씀이지만, 일제 강점기 시대에 전 재산을 처분하고 평생을 독립운동으로 보낸 사람의 ‘일생’은 감히 상상하기도 조심스럽다. 지금 나는 무엇을 하고 있으며, 나는 마지막 순간에 나의 인생을 어떻게 평가하게 될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힘을 가진 말이다. 나는 나의 일생으로 어떤 메시지를 전할 수 있을까.

광종과 매미의 이야기도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든다.
매미는 2년에서 길게는 7년을 기다려야 우리가 알고 있는 성충으로서의 매미의 모습이 된다. 그리고 한 달 이내에 짧은 생을 마친다고 한다. 우리가 여름에 듣는 과하게 시끄러운 그 매미 울음 소리는 어쩌면 내가 지금, 이곳에 살아 있음을 증명하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은 아니었을지.

광종은 왕보다도 강력한 힘을 과시하는 호족들의 의심의 눈초리로부터 자유로워지기까지 7년이라는 세월을 기다려야 했다. 그리고 경계가 느슨해지기를 기다려 조금씩 그간 준비해 온 일격을 가한다. 노비안검법을 시행하여 억울하게 노비가 된 자를 양민으로 회복시켜주어 국고를 안정화시키면서 동시에 호족들의 세력을 조금씩 빼앗는다. 그리고 과거제를 시행함으로써 능력이 인정받은 자들을 등용하며 외국인에게도 기회의 땅이라는 인식을 심어주어 진정으로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아 충성을 다하는 인재들을 얻기에 이른다. 이미 호족들은 명분도 세력도 잃은 후라 감히 임금의 결정에 크게 항의할 수 없다.

저자는 광종의 인내의 세월, 차분한 준비는 본받을 만하지만 이후의 공포정치에 대해서는 경계할 필요가 있음을 언급한다. 이 부분이 특히 저자가 참 좋은 어른이라 느껴졌다. 흑백논리에서 벗어나서, 이제는 한 인간의 업적을 업적으로만 평가해주고, 비판할 부분은 객관적으로 비판해주는 어른이 늘어나면 좋겠다. 비판적 시각을 갖출 수 있도록 교육하면서, 비난이 아닌 비판적인 시각,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도록 가르쳐 줄 스승이 많아지면 좋겠다.

나는 저자의 마음이 느껴지는 책을 좋아한다.
그동안 내게 가장 좋은 책은 유강하, <고전 다시 쓰기와 문화 리텔링>이었지만, 앞으로는 두 번째로 좋은 책이 생겼다고 말할 것 같다. 역사를 좋아하지 않아도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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