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동화는 어른을 위한 것 - 지친 너에게 권하는 동화속 명언 320가지
이서희 지음 / 리텍콘텐츠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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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동화는 어른을 위한 이야기들이 아닐까.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책 <고전 다시 쓰기와 문화 리텔링>, (유강하) 에서 본 이야기가 생각난다. 실제로 그림 형제의 동화 속 이야기들은 지금처럼 아름답고 행복한 이야기들이 아니었다고 한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백설공주의 이야기는 하얀 눈처럼 희고 고운 피부를 가진, 여린 소녀의 슬프지만 아름다운 이야기가 아니었다. 당시 그림 형제가 수집해서 출간한 그림 형제 동화에 대한 사람들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이런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들려주라는 거냐는 비난에 직면한 그림 형제는 과감히 이야기를 수정한다. 끔찍하고 잔혹한 부분을 수정하고, 냉혹한 비웃음으로 어머니의 고통을 바라보던 백설공주는 선하고 약한 소녀로 변하게 된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한다. 그리고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대화와 소통이 이루어지고, 자신이 사람들 사이에 속해 있다는 소속감이 들면 안심하게 된다. 이 책에서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 속 명언을 320개로 정리해 두었다. 편하게 읽을 수 있는 동화 모음집 같은 느낌인데 번호를 따라가며 읽는 재미도 있다.

살아 있는 존재라면 누구나 위험 앞에서 두려움을 느껴. 진정한 용기란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위험에 맞서는 것인데, 너는 이미 그런 용기를 충분히 갖고 있어 (p. 112)

오즈의 마법사 속 문장이다.
어린 시절에는 그저 여행을 떠나는 허수아비와 양철 나무꾼, 사자와 도로시의 여행을 함께 하는 기분으로 읽었다면 이제는 현실에 안주하고 싶은 마음을 이겨내고 더 나은 삶을 위해 용기를 내는 동화 속 인물들에 나를 투사하고 있다. 내가 이 친구들의 상황이라면 과연 용기를 낼 수 있을지, 패기 넘치게 떠난 길에서 어떤 생각들을 했을지. 무엇보다 나는 무엇을 위해 지금 이 길을 걷고 있는지 생각하게 된다. 이것이 동화의 매력이 아닐까.

어린아이부터 성인까지 모두 읽을 수 있는 동화는, 그 모습은 그대로지만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른 이야기와 세상을 보여준다. 어린 시절에 가장 친근했던 캐릭터가 성인이 된 나에게는 가까이하고 싶지 않은 누군가의 모습으로 보이기도 하고, 어린 시절에 악당같이 느껴졌던 캐릭터가 이제는 안쓰럽게 보이기도 하는 것을 보면 어쩌면 정말 동화는 어른을 위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내 기분은 내가 정해. 오늘의 나는 ‘행복’으로 할래 (p. 126)
이미 유명한 문장이 아닐까.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문장이다.
내 감정을 주체적으로 정하는 것부터가 행복의 시작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남의 눈치를 보는 동안은 온전히 행복할 수 없고, 내가 나를 인정해 주지 않는 한 나는 스스로에게 근사한 사람일 수 없다. 그날그날 나의 감정을 스스로 정하거나 정리하는 것도 소소한 즐거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나의 소중한 감정이 누군가를 찌르거나 불편하게 하지 않는 선에서.

어른은 가끔 동화를 그리워한다.
동화책이 그리운 것인지, 동화를 읽던 시절이 그리운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나도 가끔은 동화를 꺼내어 읽는다. 나는 변해도 동화는 변하지 않는다. 그러나 동화를 보는 눈이 변하면서 이야기도 함께 변한다. 이것이 동화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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