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그릇 맛있는 책읽기 53
정승현 지음, 최해영 그림 / 파란정원 / 202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동화를 읽고 울어보기는 참 오랜만이다.
어린이를 위한 동화에 심하게 이입한 것인지 아니면 나의 상황에 빗대어 생각하느라 감정이 올라온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오랜만에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발견하였다.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민수와 은우는 친구 사이다.
축구 시합 중에 은우가 골을 넣자 민수는 잘난척한다며 시비를 건다. 그날은 학급에서 역할 정하기를 하는 날인데, 아무도 하고 싶지 않아 하는 악당 역할이 남았다. 하루 종일 시비를 걸던 민수는 은우를 악당으로 추천하였고, 은우가 싫다고 했지만 담임 선생님은 찬반 투표를 하자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아이가 싫다는 데도 찬반 투표를 제안한 선생님의 태도에 반대하지만, 동화이므로 어쩔 수 없다.

결국 악당 역할을 하게 된 은우에게 민수는 네 얼굴의 흉터 때문이라며 약을 올리고 도망친다. 씩씩거리던 은우는 집으로 돌아가던 길에 신비한 가게를 발견하게 되고 마녀 할머니를 만나 그릇 이야기를 듣게 된다. 나쁜 그릇들이 마을에서 도망쳐 사람 마음에 숨어들었다는 것이다. 하루 종일 못되게 굴던 민수의 마음에는 대왕 그릇이 숨어 있었고, 작은 짜증이 났던 은우의 마음에는 자그마한 그릇 깨랑이가 숨어 있었다. 할머니의 도움으로 은우의 몸에서 나온 깨랑이는 금세 은우와 친구가 되고, 은우의 친구 민수를 구하기 위해 셋은 함께 떠난다.

다행히 민수는 구했지만, 은우가 대왕 그릇에게 잡혀가 그 속에 갇히게 된다. 뒤늦게 상황을 파악한 민수는 처음엔 두려워했지만, 할머니에게 꾸중을 듣고 용기를 내어 은우를 구하러 간다. 민수보다 먼저 도착한 것은 깨랑이였다. 자신을 괴롭혔음에도 용서하고 친구가 되어준 은우를 돕기 위해 용기를 낸 것이다.

부쩍 화가 늘었던 학교와 마을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사실 나쁜 그릇들이 숨어 있었다. 은우를 구하기 위해 힘을 합친 깨랑이와 민수는 무사히 그곳을 빠져나올 수 있을까.

두 달 동안 스트레스를 받으며 몰두했던 과제를 하나 마치고 난 후라 그런지 동화에 몰입해버렸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누군가의 마음에도 나쁜 그릇이 자라나 대왕 그릇이 되고, 그것이 괴물 그릇이 되어 나쁜 괴물이 된 것이라고 이해하면 마음이 편하려나.

누군가의 노력의 산물을 함부로 분석해도 될지 조심스럽지만, 이야기가 탄탄하다. 터무니 없는 해피엔딩도 우울해지는 새드엔딩도 아니다.
나쁜 그릇이긴 했지만 밉지 않은 꼬마 악당 깨랑이가 왜 그리도 안쓰럽고 애틋한지에 대해서는 홀로 오래도록 고민해야 할 것 같다. 좋은 사이로 만난 것은 아니지만 이제는 친구가 된 은우를 위해 마음의 빚을 갚고 싶어 했던 깨랑이의 마음에 나를 투사한 것인지, 아니면 좋은 마음으로 함께 했지만 결과는 아름답지 못했던 지난날의 기억을 제대로 마무리 짓지 못해서인지도 함께.

내가 동화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가 된 책. 생각하게 만드는 동화. 추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