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철역의 야간 청소부.밤새 일하고 퇴근하는 길이 새벽 첫차인 사람. 이 책의 저자는 그런 사람이다.다섯 가지 테마로 나뉜 책 속에는 가볍지만 가끔은 묵직하고, 담담하지만 어쩌면 더 뜨거운 문장들이 담겨있다. 새벽 첫차 혹은 막차를 타고 긴 여행을 하게 된다면 너무나 잘 어울릴 것 같은 책.한편엔 시를, 다른 한편엔 글쓴이의 짤막한 에세이를 담은 부분이 편안하다.9대 1의 경쟁률을 뚫고 환경 미화원 자리를 꿰찼을 때 저자는 치열한 경쟁을 뚫고 합격하고도 스스로는 추락했다고 느낀다. 바닥을 청소하는 일이니까. 그러나 내가 추락한 곳으로 올라오는 사람들을 보며 깨닫는다. 절망의 감정은 사치였다고. 그리고 말한다. 희망은 내일의 길이 아닌 지금의 나를 받아들이는 것이라고.일을 즐기라는 말에 대해 저자는 다른 생각을 이야기한다. 처음부터 즐길 수는 없다고. 최소한 1년은 열심히 참고 견디며 배워야 한다고. 사계절은 지나야 일의 전체를 가늠하게 된다고.피할 수 없다면 즐기는 것도 방법이겠지만, 처음부터 마냥 즐길 수는 없다. 그게 무엇이든.바보가 사랑받는 이유는 잘 웃고 여유 있으며 계산하지 않는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길을 걷다가 춥다는 사람에게 뭐가 춥냐고 묻기보다 말없이 어깨를 감싸주는 것이 좋지 않겠냐고. 동행한다는 것은 방향과 속도를 맞추는 것이라고.(나도 그런 사람인지 몰라) 라는 글이 잠깐 멈추게 한다.뒤에서 오는 바쁜 사람 앞에서 어기적거리며 늦게 걷는 사람, 한번 얘기하면 못 알아듣고 자꾸 되묻곤 하는 사람, 병문안 가서 주책없이 초상집 얘기하고 외식하면서 다른 식당 맛 자랑하는 사람. 앞뒤가 꽉 막혀서 젊은이에게 답답한 꼰대라떼라고 불리는.작가는 자조적인 마음으로 쓴 글일지 몰라도, 엉뚱하게도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꼰대라서 그랬든 그만의 사정이 있어서였든 나를 답답하게 만드는 사람이나 상황에 대해 나는 그 이유를 들어줄 여유가 있었나? 하는 생각. 어쩌면 나이든 혹은 답답하게 보이는 행동을 하는 사람보다도 상대방의 의견은 궁금하지조차 않았던 나도 별로 좋은 사람은 아니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그리고 예전에 했던 나의 생각을 옮겨놓은 것 같아 가장 놀랐던 글.아니, 설명은 되지만 구차한 변명이 될까 봐 말을 아낀다.상대의 오해를 사더라도 말하기 싫은 어떤 일들이 살다 보면 가끔 일어나니까.(우린 어쩌다 설명이 안 되는) (p. 115)산더미처럼 쌓인 답답함과 하고 싶은 말들을 삼켰던 어떤 순간이 떠올랐다. 사람이 책을 읽는 이유가 아닐까. 잊고 있었던 나의 감정을 어디선가 발견한다는 반가움. 가끔은 공감.일상을 지켜나가는 모든 삶은 위대하다는 말에서 작가의 마음이 조금은 느껴진다. 무거운 공기가 일 년이 넘어가고 전 세계가 지쳐버린 상황에서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모두가 실로 대단하고 위대하다는 사실이 위로가 되기도 하고.곧 봄바람이 불어오길 기다리는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