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태어나도 경찰
이대우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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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 년간 형사로 재직하면서 1천 명이 넘는 범인을 검거했다는 이대우 형사의 책. 다시 태어나도 지금 직업을 선택하겠다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사건을 수사하면서 작성하던 비망록에 범인을 생각하며 적었다는형사의 말이 믿음직하다.

기다려라 (중략) 곧, 만나게 될 것이다. (p. 32)

나의 친한 친구도 경찰이다.
사람들은 여경이라 부르지만, 내가 보기엔 참 멋진 경찰이다. 피해자들의 사연에 마음으로 공감해주기도 하고, 죄를 지은 사람들을 객관적인 마음으로 수사하려고 노력하는. 세상이 아무리 본분을 잊은 경찰들을 견찰이라는 말로 손가락질하고 비웃어도 실제로는 자기 일처럼 생각하고 몸을 사리지 않는 진짜 경찰들이 더 많다. 덕분에 대한민국은 치안이 좋은 나라에 속하기도 하고.



사람들이 궁금해할 만한 부분을 설명해 놓은 부분들이 눈에 띈다. 나도 얼마 전까지 헷갈렸던 것 중 하나인 경찰과 형사. 이대우 형사는 모든 형사는 경찰이며, 경찰 중에서 사건을 수사하고 범인을 검거하는 사람이 형사라고 정의한다. 경찰복을 입으면 신분이 쉽게 노출되기 때문에 형사들은 주로 사복을 입는 것이라고. 아마도 우리가 형사의 이미지를 떠올릴 때 가죽 잠바나 등산복 같은 옷을 생각하는 것도 이 때문일 듯하다.


독직폭행이라는 단어는 처음 들었다. 직권을 남용해 사람을 체포해 감금하거나 가혹한 폭행 행위를 하는 것을 말하는데, 이것을 조심해야 한다고 한다. 수사과정 특히 범죄 피의자가 일단 수갑을 찬 상태에서는 절대로 그 몸에 손을 대서는 안 된다고 한다.
미란다 원칙도 같은 맥락이 아닐까.
피의자라해도 기본적인 인권과 인간으로서의 존엄은 보장받아야 한다는 것에는 모두 동의할 것이다. 다만 과하게 보호되는 피의자들만의 인권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지만.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의 말을 경찰들도 좋아하는 듯하다.
‘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그 싸움 속에서 스스로도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시켜줘도 못할 것 같은 직업을 말하자면 의사나 경찰, 검찰이 아닐까. 몸이 아픈 사람이나 범죄자들을 상대한다는 것은 일반인의 정신으로는 쉽지 않을 듯하다. 객관적인 마음을 유지하면서 전문적인 지식을 적절하게 활용해야하며, 사람의 인생이 내 손에 달렸다는 것은 내게는 상당히 부담스러운 일이다.



속설이자 정설처럼 전해지는 말에 대한 해명도 흥미로웠다. 범인은 반드시 현장에 다시 나타난다는 말이 영화나 드라마에 자주 등장하지만, 일반적으로 범인이 현장에 나타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예외도 있는데 방화 사건의 경우는 불이 활활 타오르거나 자신이 불을 지른 현장이 얼마나 복구됐는지 살펴보며 희열을 느끼기도 한다고 한다.



형사 생활의 가성비에 대한 솔직한 의견도 신뢰가 가는 부분이다. 냉정하게 가성비만 따지고 보면 형사는 기피해야 하는 직업이라고, 하지만 더 중요한 가치를 따져야 한다는 말. 경찰인 내 친구도 분명 쉬는 날이지만 나와 함께 있다가 급히 헤어지고 업무에 복귀하는 일이 꽤 있었다. 상황을 알기에 이해하지만, 경찰이라는 직업은 개인적인 삶을 희생하는 부분이 상당히 많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


잡고 싶은 범인을 잡아 구속해 최고형을 받게 할 때는 성취감이 크지만, 정말 나쁜 사기범들을 잡아서 입증해도 빽과 돈으로 풀려날 때는 적지 않은 상실감이 밀려듭니다. (p. 256)


이런 마음을 가진 경찰들이 많아진다면 더욱 신뢰받는 경찰들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개인적으로는 부정부패와 관련된 일이 발생하면 공무원들은 예외 없이 엄벌에 처하되, 경찰의 공권력부분은 강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경찰들에게 이미 감사한 마음이 더 크지만, 사람들에게 비판을 받는 부분은 도려내는 일부터 이루어져야 그 귀한 손에 더 많은 신뢰와 힘을 실어줄 사람이 많아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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