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하다고 불안해하지 말아요
야나다 키요유키 지음, 김은선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2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저자 야나가 히데아키는 정신과 간호사였고, 지금은 18년 동안 1만 명에 달하는 내담자를 상담했으며 증상 개선율 98 퍼센트를 달성한 카리스마 심리상담사라고 한다. 읽으면 마음이 편안하고 행복해지는 책을 내고 싶다는 마음으로 계속 책을 쓴다는 소개가 근사하다. 나는 읽은 이의 행복까지는 자신 없고, 적어도 나의 글이 칼이 되지 않기를 늘 기도한다.


이 책은 공황장애에 관한 책이자, 극복을 위한 전문가의 조언이다. 저자 자신도 공황장애를 극복했다고 하고.


1장 (약도 듣지 않고 인지행동치료도 효과가 없다) 공황장애, 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
2장 (잠재의식에 접근하는 것이 유일한 길이다) 나는 이렇게 극복했다
3장 (발작은 가라앉히는 것이 최선) 스스로 증상을 다스리는 길을 익히자
4장 (반드시 알아두어야 할 회복의 단계) 좋아지는 과정에는 부침이 있다
5장 (마음, 몸, 유전자에 접근하는 치료법)자기 암시로 불안을 덜어낸다
6장 (혼자서도 쉽게 할 수 있다. 요동치는 심장을 지금 당장 가라앉힐 수 있다)


의료인으로서의 삶에 대한 생각이 건강한 사람 같다. 당시엔 보기 드문 남자 간호사로 시작하여 언제나 자신의 환자들을 진심으로 대했지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마음 한 구석에는 그들과 자신은 다르다며 선을 긋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고 고백한다.

의사와 간호사는 자신이 병에 걸렸을 때 비로소 의료인으로서 완성된다고 한다. 자신이 아파봐야 환자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이제야 이 말을 절실히 통감하고 있다. (p. 15)

그리고 본인도 공황발작을 겪게 된다.

야간 근무를 하던 간호사가 갑자기 심장이 터질 듯 요동치며 숨이 쉬어지지 않아 쓰러지고, 응급실 침대에서 깨어난다. 공황장애가 유행어처럼 사용되는 현실이 씁쓸한 이유는 정말 겪어본 사람들은 절대로 이것을 농담처럼 다루지 않기 때문이다.

나의 경우는 그 상황 자체가 두렵고 슬퍼서 처음 그 증상을 겪은 날 만났던 지인들 외엔 누구에게도 이야기하지 않았다. 다양한 방법으로 마음을 다스리고자 애를 쓰면서 이제는 벗어났다고 생각하지만, 누군가는 현재진행형일 증상을 가볍게 이야기하는 일은 사실 무거운 일이어야 한다.

어느 연예인이 TV에 출연해 공황장애 경험을 마치 산 채로 땅에 묻히는 느낌이라고 표현했다는데, 나는 서 있는 채로 몸에서 피만 빠져나가는 기분이었다. 비가 내리는 건 줄 알았는데, 뚝뚝 떨어지는 땀이었고.

야나가는 공황장애 치료를 위해서는 순차적으로 증상을 제어하는 힘, 자신감 형성, 안도감 획득, 유전자는 켜는 생활 방식, 행동(예기불안과 광장공포 극복), 그리고 6단계에 이르러 공황장애를 극복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안도감을 느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불안은 수조라는 마음에 스트레스나 불안, 트라우마 같은 것이 물처럼 쌓이는 것이라 비유하는데 물이 수조 밖으로 넘치면 공황발작을 겪는 것이며, 물은 스스로 조금씩 덜어낼 수 있다고 조언한다.


저자 본인이 공황장애를 겪고, 그것을 이겨냈으며 같은 고통을 겪는 이들을 지켜봤기 때문인지 정말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주고 싶은 솔루션만을 담은 책이다. 처음부터 끝장까지.
18년 간 그 많은 사람들을 상담했다면 재미나 감동을 담은 이야기도 무수히 많이 겪었을 텐데, 담백하게 증상 개선을 위한 방법만 담은 책이라 작가 얼굴이 궁금해지기도 한다. 좋은 사람일 것 같아서.


공황장애를 겪는 사람들을 위한 의사의 진심이 담긴 응급처치 같은 책이었다. 좋은 심리상담사가 썼을 것 같은 좋은 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