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여행이라는 참 이상한 일
한수희 지음 / 인디고(글담) / 2017년 8월
평점 :
판매중지


여행은 즐거운 일인줄 알았는데, ‘이상한 일‘이라니. 왜 이상한 일이지? 내가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단지 제목이 마음에 들어서다. 여행이 ‘이상한 일‘이라니.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책 초반엔 여행을 바라보는 독특한 시선이 매력적이었다. 여행을 좋아하지만, 낯선 곳을 싫어하는 작가의 생각이 문장 하나하나에 잘 드러났다.

나 역시도 낯선 곳을 싫어하고, 낯선 곳을 두려워한다. 그런데도 여행을 가고싶어하는 아이러니한 이유를 작가가 잘 말해주었다.

낯선 곳에서의 두려움조차, 낯선 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설렘의 일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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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모든지 적당해야 좋다.

작가는 시간이 갈수록, 두려움을 빙자한 불만을 내비친다. 이런 불만이 책을 읽는 내내 사람을 피곤하게 만든다.

한 챕터, 챕터가 지날 수록, 각기 다른 여행엔 각자다른 불평이 가득하다. 작가의 여행에 빠져들어 두려움과 진정한 설렘을 경험할라치면, 작가는 불평불만을 한다.

맛 없는 뷔페를 ‘꾸역꾸역‘ 먹는다.

여행부터 그녀의 삶 자체까지, 어느하나 그녀에게 만족스러운 것은 없어보인다. 작가의 여행기 속 여행은 그닥 행복해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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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앞에는 이제 내리막길만이 이어지리라는 것을.˝
책 <여행이라는 참 이상한 일>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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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예를 하나 들면, 작가는 신혼여행을 규슈로 갔다왔다. 지긋지긋한 비행기가 아닌 배를 타고. 이건 오로지 그녀의 선택이었다. 그녀는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원하는 장소로 신혼여행을 다녀왔다. 그럼에도 그녀는 후회한다.

왜? 유럽으로 가지 않아서.

그녀가 신혼여행을 유럽으로 다녀와야 했던 이유는 다양하다. 딸린 자식들과 함께는 호화스러운 여행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나이가 들수록 무릎이 약해지기 때문에, 남편을 낭만적인 눈으로 바라보기엔 세월이 많이 흘렀기 때문에. 그들의 앞 날엔 이제 내리막길 밖에 없기 때문에.
그녀는 유럽에 다녀왔어도 아마, 이렇게 후회했을 것이다.

‘난 배를타고 규슈로 신혼여행을 갔다오지 않은 것을 후회한다. 지금의 나이와 무릎으로는 절대로 해볼 수 없는 경험이다. 그때는 파릇파릇한 생기가 가득하고 힘이 넘치는 신혼이었지만, 지금은 애 둘 딸린(!) 나이먹은 흔한 아줌마일 뿐이다. 이젠 그런 여행을, 멀미가 가득한 배를 타고 무작정 규슈로 떠나는 그런 여행을, 가고싶어도 가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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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덮고 글을 쓰다보니, ‘사실은 내가 불평불만이 가득한 사람이여서, 작가의 진솔한 말과 행동이 불평불만으로 들렸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이제서야 든다.

난 사소한 불만이 가득한 세상 속에서 잠시나마 벗어나기 위해 책을 읽는다. 그래서 지나치게 진솔했던 이 책이 피곤하게 느껴졌을 수도 있다.

고국에서라면 겪지 않아도 될 난처한 상황에 놓이고 낯선 곳에 도착하고 당황하고 절망하는 일을 반복해야 한다. (중략) 나는 다시 어린시절의 나로 돌아간다. 이런 게 여행이라면 나는 여행이 싫다.

참 이상한 일이다. 고향이 아닌 곳에서 고향의 느낌을 받으러 그 먼 길을 가다니, 참 이상한 일이다. (중략) 그렇게 빈둥대며 시간을 흘려보냈다. 마치 고향같은 곳에서. 나는 이 도시가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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