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교육사유 - 실천하는 교사, 깨어있는 시민을 위한
함영기 지음 / 바로세움 / 2014년 1월
평점 :
어렵게 임용고사를 통과하고 교직에 들어온게 2009년 2월이었다. 떨리는 마음으로 첫 발령 학교로 가서 교무실에 들어서자 내 눈에 들어온 교무실 풍경은 정말 인상 깊었다. 생활기록부 행동발달사항에 점(마침표)을 찍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의 두 선생님의 심각한 토론장면을 눈앞에서 목격(?)했으니 말이다. 이제 교사 6년차의 시각에서 바라본다면 뭐.. 생활기록부도 공문서이니까 규정에 맞추어서 기록하는것이 맞지만.. 그리고 이 서평을 쓰고있는 지금은 2014년 2월. 오늘도 난 출근해서 수업시간에는 자습시킨후 교무실 모니터 앞에서 생활기록부에 문장에 오타나 마침표가 빠진것이 없나 몇번이고 확인하고 왔지만.. 아직도 교육 행정에 때론 환멸을 느끼는 부분이 많다.
그중 가장 갑갑한 것은 많은 교육 행정이 내용보다는 형식에 치우친다는 점이다형식에 치우치다 보면 ‘생각’이라는 것. 이 책의 저자가 말하고 있는 ‘사유’할 필요가 없어진다. 교육청에서 학교로 이미 평가 항목을 세분화 해주기 때문에 학교 교육은 오직 그 항목에 맞추어야 한다. 그것은 교장의 승진, 교감의 승진, 부장의 승진. 더 나아가 학교 평가와 성과급에도 영향을 주니 교육청의 일에 반기을 든다는 것은 교직 사회에서 ‘왕따’되는 최고의 방법일거다.
함영기 님이 쓴 <교육 사유>는 ‘생각’이 필요 없는. 그리고 ‘생각’을 해서는 안 되는 교사와 학생이 모여 ‘교육’이라는 활동을 하고 있는 모든 것에 대한 촌철살인이 담긴 책이다. 사회, 개인, 학교, 교사, 학생, 수업, 평가라는 과정과 공간이 정치에 휘둘렸다가 실용주의에 얻어터지고, 상대평가로 누르기를 당하니 어느 하나 어긋나지 않은 부분이 없다. 어긋난 교육 구조가 바로 잡히는 것이 가능할지는 사실 의문이다.
책 후반부에 교육 혁신방법과 몇 가지 방안이 제시되어 있지만 저자 스스로도 책 앞 여는 글에서 ‘대안은 커녕 얽히고설킨 실타래의 끝단을 발견하기도 버거웠다’고 말할 정도로 오랫동안 고민해온 저자조차도 쉽지 않은 문제였을 것이다. 하지만 저자의 제안은 정치적 땜질식 처방이 아닌 교육의 본질적인 모습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교육의 탈정치, 교육의 공공성 회복, 교육격차 해소, 교사가 수업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 마련’을 주장하며 교육담론에 과감한 화두를 던짐으로써, 나는 이 책이 교육담론에 마중물이 될 수 있는 책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