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선택의 조건 - 사람은 무엇으로 행복을 얻는가
바스 카스트 지음, 정인회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2년 10월
평점 :
현재 대구에서 교사를 하고 있는 나는 올해 너무 바빴다. 학교폭력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나에게 대구 자살 소식은 가슴 아픈 소식이자 동시에 행정적으로 일거리가 마구 쏟아질 것이라는 예고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자살한 학생들은 모두 인문계학생이라는 점에 주목해 보자는 것이다. 물론 내 생각이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일 수 있다. 하지만 인문계 학생은 일반적으로 첫째, 진로 선택의 폭이 넓다는 점. 둘째, 각종 시험에 바쁘고 쫓긴다는 점들은 확실히 인문계 학생을 힘들게 하는 것 같다.
사실 전문계고 학생들은 진로가 어느 정도 정해져있다. 전기, 기계, 화공 등 자신이 배운 기능을 활용할 수 있는 회사를 선택해서 가는 전문계고 학생들은 선택의 갈림길이 인문계 학생보다 단순하다. 하지만 인문계학생들은 ‘다양한 꿈을 펼칠 수 있다’는 예쁜 포장을 뜯어보면 실상은 너무 많은 선택의 갈림길에서 고민하고 괴로워하기에 행복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우리의 환경이 만성 결핍이 아닌 만성 과잉상태에 놓여 있다는 전제에서 시작한다. 여러 가지 생활을 하는 데에서 우리가 선택할 수 있거나 혹은 선택해야 하는 수많은 선택지에서 제한된 시간에 선택을 해야 하는 압박감은 결국 ‘왜 우리는 부유하고 자유로운데도 행복하지 않을까?’라는 의문에 도달하게 만든다.
선택지가 많아진다는 것은 우리의 구미를 당기는 좋은 일일 수 있다. 슈퍼마켓이 온갖 상품을 진열하는 것도, 뷔페 식당에 다양한 음식을 진여라는 것도 우리를 매혹시키기 위함이 아닌가. 하지만 선택지가 많으면 리스크와 부작용이 동반될 수 있다고 이책은 말한다. 선택지가 지나치게 많아지면 마음이 불안해지는 부작용이 생기는데, 이를 '무지개 현상'이라고 한다. 우리는 이러한 부작용을 과소평가 하고 있다.
사실 과잉이냐 과잉이 아니냐를 결정하는 것은 상당히 주관적이다. 따라서 저자는 과잉의 경계에 대하 균형있는 답을 독자가 찾아보길 권하고 있다. 그리고 선택하기 위해 선택되지 못한 일들에 얽메이지 말고, 마음이 시키는 대로 직관에 충실하기를 제안하고 있다. 우리사회에서 행복이란 거리 곳곳에 이미 놓여있다. 우리는 이 행복을 붙잡기만 하면 된다. 이 투명한 행복을 눈에 보이게 만들려면 ‘단념’하고 ‘포기’하는 것을 배워야 한다. ‘적을수록’, ‘버릴수록’, ‘느릴수록’ 행복은 더욱 가까이 다가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