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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하지 않을 권리 - 당신의 관심을 은근슬쩍 사고파는 광고 산업에 대항할 유일한 방법
팀 우 지음, 안진환 옮김 / 알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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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흥미있는 기사들로 사람들의 관심을 끈 신문 <뉴욕선>의 1833년 창간부터, 라디오, TV, SNS, 넷플릭스 등의 최신 미디어까지, 어떤 방식으로 주의력 사업가들이 사람들의 관심을 낚아채는지를 각종 예를 들며 설명하였다. 아울러 저자는 이러한 미디어 등이 '어떻게' 우리에게 주의력을 가져가는가 보다는, 지금까지 사적 영역이라고 불리는 장소나 시간에서도 우리의 주의력이 포획되는 것에 대한, '언제와 '어디서'의 문제를 제기하며, 각 개인이 소유하고 있는 주의력 되찾기의 필요를 주장한다.


전반적으로 주의력이라는 주제 앵커를 중심에 두고 지난 200여년의 미디어와 광고를 흝어보는 책의 논리구조가 일관적이었고, 책에서 '주의력' 대신 '개인 시간'으로 바꿔서 읽어도 거의 모든 문장이 같은 의미로 해석되어, 주의력도 시간만큼 개인의 자산이라는 논리도 무난하게 수긍되었다. 


이 책을 읽고 우선적으로 떠오른 두가지 질문으로는,


그러면 사적 시간과 공간에서 우리는 어떤 데 우리의 주의력을 쏟도록 선택해야 할까? 세상은 모바일로 점점 더 연결되어 있으니 연결된 세상 중 가능한 광고가 없는 곳? 사업가의 광고를 피하려는 의식적 노력에 우리의 또 다른 주의력을 쏟기?


  • 이 책은 주된 내용이 신문에서 SNS 등까지의 미디어에 주의력 사업가들이 어떻게 활동해 왔는지를 설명하고 주장한다. 그런데 이 설명을 위해서 굳이 500여페이지나 되는 두꺼운 분량을 사용할 필요가 있었을까? 혹시 이 책은 우리 독자의 주의력을 너무 많이 가져간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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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은 무자비한 밤의 여왕 환상문학전집 10
로버트 A. 하인라인 지음, 안정희 옮김 / 황금가지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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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인라인의 SF는 처음 읽어보는 건데, 그는 소설을 잘 쓰는 사람이다. 책은 술술 잘 읽혔고, 간간히 삽입된 짧은 위트로 웃었다.


책에 나오는 과학적 상상력은, 달이라는 저중력 위성에서의 생활방식과, 인간적인 감정도 느낄 수 있는 매우 우수한 컴퓨터 정도인데, 작가는 이에 대한 세세한 기술적 설명은 일단 논외로 한다. 대신 하인라인은 이런 상상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달 세계인의 가계결혼 가족제도, 지구 의존적 경제, 저중력 생활로 인한 달 세계인의 지구생활 불가, 달 세계인의 관습법 등의 독특한 문화와 생활방식에 대해 더 많은 설명을 한다.


책의 내용을 요약하면 대강 이렇다. 죄를 짓고 달로 유배된 달 세계인들은, 달에서 3주 이상 살면 저중력으로 인한 신체의 비가역 반응으로 지구에서는 다시 살기가 힘들어진다. 따라서 이들은 달에서 남은 평생을 살아가야 한다. 달 세계인은 그들만의 문화와 제도를 만들어 살아가지만, 총독의 감시와 지구 의존적 경제로 인해 이들의 생활은 점점 더 피폐해간다. 그래서 이대로 사느니 달 세계인들은 지구로부터 독립을 하기로 한다. 영국으로부터의 미국독립과 거의 유사한 설정이다. 천하무적으로 보여지는 컴퓨터 마이크의 전적인 도움으로 달의 통신을 장악하고 가짜뉴스를 배포하고 사출기로 지구에 돌을 던지는 등등 여차저차하여 그들은 결국 지구로부터의 독립에 성공한다. 그리고 끝. 플롯은 아주 단순하다.


그런데 이런 단순밋밋한 내용을 술술 읽게 만든 힘은, 과학적 치밀성이나 전쟁의 화려한 묘사가 아니라, 달 세계에서의 바람직한 정부체계에 대한 주장, 타인에게 과세를 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 여성이 부족한 달 세계에서 남성과 여성의 상대방 대하기, 즉, 지구에는 없지만 한번쯤은 상상해 볼 수 있는 독특한 문화와 사회에 대한 서술이다. 우리에게는 공기처럼 익숙해서 별 질문없이 당연히 받아들이며 사는 주제들을 조금 비틀어 바라보며, 왜 꼭 그래야하지? 이렇게 달리 살아도 되는거잖아?라고 이야기한다. 거기에 인간적인 컴퓨터 마이크의 활약이 재미를 더한다. 달이 지구를 어떻게 돌고, 사출기가 어떤 계산 방식으로 지구를 과녁하고, AI성 컴퓨터인 마이크의 작동원리와 같은 기술적 설명은 독자에게 흥미롭지 않을 것이라고 작가는 생각하는 것 같으며, 따라서 이런 설명들을 소설 속에서 제한한다. 그런 과학적 설명을 잘하는 다른 SF작가들은 많잖아, 난 소설을 쓸거야. 뭐 이런 식이다.


하지만 책 초중반기에서 느낄 수 있는 다이나믹한 전개가 후반으로 가면서 진행이 느려지며 따분해지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책의 분량을 1/3 정도 줄였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소설을 지배하는 컴퓨터 마이크에 대해 두 마디.

책에서는 달 컴퓨터들의 대장노릇을 더 잘 시키기 위해 하드웨어를 계속 추가 설치하다보니 마이크가 최고 성능의 AI성 컴퓨터가 되었다고 서술한다. 이를 단세포 생명은 고등의식이 없지만 상당히 많은 수의 뉴런들이 뇌에 모여 연결되면 높은 수준의 사고가 가능할 수도 있다는 생물학적 설명으로 억지 끌어 생각할지, 아니면 양적 변화가 어느 이상이면 질적 변화가 된다는 헤겔의 변증법적 철학으로 편안하게 퉁쳐볼지가 하나이다.

다른 하나는 독립 후 마이크가 이전대로 정상적인 상태로 작동했다면, 그건 엄청난 대재난을 초래했을거라는 생각이다. 아무리 우수한 존재라도, 그 존재가 다른 무엇으로부터 견제받지 않고 다수를 통제하는 위치에 있는 건, 거의 언제나 위험하다. 만원을 걸어도 좋다.


책을 읽은 후 떠오르는 의문 두 개.

책에서는 2075년 지구는 많은 인구로 식량이 부족하여 달로부터 식량을 착취하는데, 그 때 지구인구가 110억명 정도라고 한다. 지금 세계인구가 77억명이라 대략 1.5배 수준이다. 이 정도면 아직도 지구에는 호주, 아프리카 등에 남은 땅이 많이 남아있을테고 경작기술은 발달했으니, 굳이 그 먼 달로부터 사출기를 통해 밀을 받아가며 기아를 해결하기보다는 유형수로 하여금 지구의 남은 땅에다 농사를 짓게 하면 더 효율적이지 않았을까? 이 책이 쓰여진 1966년의 세계인구는 34억명 정도이니 작가는 지구가 3-4배의 인구 증가를 감당하지 못할 것으로 내다 보았던걸까?

두번째 의문. 달 세계인의 남녀비율은 대략 2:1인데, 현재의 남녀 죄수 비율은 미국 기준으로 9:1이라고 한다. 그러면 미래에는 여성들이 죄를 더 많이 짓는다는 것일까? 아니면 달세계 남녀비율을 9:1로 했다가는 폭동이 일어날 것 같으니 2:1로 인위적으로 맞추고, 달로 보내어지지 않은 남자죄수들은 지구 감옥에 아직도 갇혀져 있을까? 후자라면, 달로 보내어진 남자 유형수들여-, 그대들은 선택된 남성들이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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