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르본 철학 수업 - 세상을 바꾸기엔 벅차지만 자신을 바꾸기엔 충분한 나에게
전진 지음 / 나무의철학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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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p11.12

명품 인간이라. 졸업식 때 그 단어에서 풍기는 위험한 냄새를 맡았다.

동창들아, 보고 있니? 나는 진짜 명품의 나라에 간다고.

수채화 붓을 여러 번 헹군 물통 간은 하늘, 축축한 비바람이 내 팔뚝을 때렸다. 모스크바보다 음산한 추위, 그게 내 파리의 첫인상이었고, 곧 시작된 유학 생활은 도시의 첫인상과 그리 다르지 않았다.

p21

명품이 될 수 없는 인간은 무엇이 되어야 하느냐는 물음이 남기 때문이다. 아니, 꼭 무언가 되지 않더라도 인간다운 인간으로 살고 싶다.

생각 : 인간다운 인간으로 살기를 갈망하는 저자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명품은 누구나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그 존재를 찾지 못했을 뿐..

p27.28

질문이 유도하는 답을 거부하는 행위는 그 안에 숨은 모순을 찾는 일과 다름없다. 답할 수 없는 이유를 밝혀내는 움직임이 프랑스 논설문의 핵심이다.

질문자가 원하는 대답을 파악하되 곱게 내어주지 않는 태도, 질문에 숨은 의도를 드러내고 서문에서 되물은 뒤, 본문에서 모순의 해결을 시도한다. '질문-답'의 구조가 '모순-해결 방안'으로 탈바꿈하는 순간!

p50

언어는 머리에서 머물지 않고 몸을 통해서 들어오고 나가는 무의식적 습관이라고 생각해. 말하는 입, 쓰는 손, 듣는 귀, 모든 몸의 작용인 셈이지. 네가 관심 가졌던 몸과 살의 철학자 메를로-풍티가 들었던 타자기의 예시야.

습관을 들여보자. 네가 직접 선택한 일에 익숙해지는 거야.

p60

일찍 문을 닫는 상점과 관공서가 불편한데도 갑질이 없는 이유는, 상대방의 노동을 존중할 때 내 노동의 권리가 보장된다는 사실을 서로 알기 때문이다.

p71

즐거운 삶을 원했던 것은 맞지만 언제까지나 쾌락을 주는 대상에 의존할 수는 없었다. 게다가 술과 마약으로 찌든 삶의 최후를 주변에서 익히 봐왔다. 일시적 즐거움이 떠나고 긴 고통으로 헐떡이던 친구들. 즐거움 뒤의 고통은 소크라테스이 논쟁 상대인 쾌락주의자들도 잘 알고 있던 맹점이었다. 그래서 지금 당장 쾌락보다 후에 찾아올 고통이 크다면 포기할 것, 그리고 당장의 고통보다 미래의 쾌락이 크다면 참아낼 것을 강조했다.

p110.111

한국과 프랑스, 두 나라의 논리를 이해하고 나자 혼란스러워졌다. 서로 당연하다고 여기는 제도가 이리도 다른데, 무엇이 옳다고 말할 수 있을까? 한국에서는 경쟁이 법인 반면에 프랑스 대학은 경쟁을 뿌리 뽑지 못해 안달이니 말이다. '당연함'이란 사회마다 다를 것이고 심지어는 살아가는 시대가 결정해 주기도 한다. 여성의 투표권이 당연해진 것이 100년도 채 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떠올려보자.

p140

'타인에게 보여지는 나'가 옷이라면, 누구나 상황에 맞는 옷을 몇 벌씩 가지고 있을 테다. 나의 경우에는 최다 어두운 채도의 옷이었던 듯하다. 우습게 보이지 않는 인상, 힘들어도 티 내지 않기, 따돌림당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모두를 따돌린다고 생각하기 등. 그게 나의 생존 방식이었다.

p168

부모님은 내가 더 나은 삶을 이끌어갈 유일한 방법이 공부라고 생각했다.

깨달음을 얻어도 바뀌는 건 나뿐, 세상이 아니지 않은가, 돈이 세상의 전부라고 믿든 아니든 다들 경제활동에 힘을 쏟는다.

p183

탄생과 죽음이라는 시간적 제약을 받으면서도 존재 물음을 던지는 존재자, 이는 곧 나이며 당신이다.

p200

사람이 사람다워야 한다고 말할 땐 이성보다 감성에 호소하는 측면이 두드러지니까. 우리 안의 도덕성 말이다. 인간은 사회를 이루고 사는 동물이기 때문에.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것이 이성의 능력이라면 타인과의 관계에서 선과 악을 구분하는 감성 또한 필요하다.

p233

사실 신념을 가질 이유가 없을 때 신념을 가지기는 쉽다.

글은 진심일 때 나오니까. 진심을 필요에 따라 선택하는 건 별개의 문제로.

p259

추하다고 여겼던 9살의 기억에 사로잡히기도, 이를 부정하기도 했다. 이후의 삶은 완전히 없애지 못한 기억의 변주나 마찬가지였다.

절단할 수 없는 기억이라면, 몇 번이고 뛰어넘을 수밖에. 이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말이 붙기 때문에 긍정할 수 있다.

지금이라면 내 삶이 아름답다고 판단할 수 있으니까. 9살 아이에게 찾아왔던 우스꽝스러운 비극마저도.

p289.290

각국이 코로나바이러스에 대처했던 모습만 봐도 알 만하다. 그 와중에 순진할 만큼 솔직하게 고군분투하다 앞서가버린 내 나라. 가장 한국적인 것이란 뒷걸음쳐서 밝히는 수치마저 끌어안을 때 온전해진다.

p313.314

삶이란 우선 시간에 몸을 맡긴다는 것. 살아 있는 모든 생명이 시간의 흐름에 구애를 받는다면, 이 게임에서 꼼수를 부릴 수 있는 작동 원리 또한 질적인 시간 체험에 있지 않을까?

---------- 책 일부 발췌--------

다른 철학 책보다 조금 더 깊이가 있던 책. 소르본 철학 수업이다.

저자의 어린 시절 힘들었던 일들로 인해 철학이라는 단어를 접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프랑스에서의 철학과 우리나라에서의 철학 차이는 조금씩 다르지만 그의 깊이 있는 철학은 의미가 있었다.

자신의 삶을 바꾸기 위해 자신이 먼저 변화기를 바랐던 저자.

그래서 떠난 프랑스에서의 철학 공부.

질문과 질문 사이에 원하는 답을 찾아가는 철학 책.

철학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소르본 철학 공부 책을 보면 한층 더 깊이가 있는 철학을 배울 수 있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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