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행히도 죽지 않았습니다
김예지 지음 / 성안당 / 2020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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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70번째 책을 읽어드리려고 합니다.

만화 형식으로 된 저자의 사회 불안 장애를 극복하는 이야기라 감명 깊게 읽었다.

사실 저자의 불안 증세가 20대 나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저자처럼 심하지 않았지만 불안하고 힘겨운 회사 생활을 했기에 공감하며 읽었다.

만화이지만 깊이가 있었다.

만화를 어떻게 리뷰해야 하나 고민하다 늘 그렇다 내가 했던 방식대로 발췌하는 것으로 중간중간에 사진을 첨부하려 한다.

이 세상 살아가는 것 자체가 불안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속에서 희망을 찾고 꿈을 찾아야만 살아갈 수 있는 저자의 말처럼 나 역시 공감했다.

나 역시 내 몸 상태를 체크하며 살아가기 때문이다.

 

p9

조금은 어둡고 축축한 저의 과거일지라도, 분명히 저에겐 큰 자양분이 되었습니다.

그 시간이 없었다면 가지지 못했을 마음의 성장도 있었습니다.

인생은 가혹하기도 하지만 생각보다 더 크게 행복하기도 하거든요. 그럼 우리 모두 스스럼없이, 주저 없어! 행복해집시다.

 

p21

사는 것도 어렵고, 죽는 것도 어려운 그 어디에도 있지 못한 나구나..

느낌 : 저자의 고통을 그림과 글로 전해졌다.

p32.34

하지만 집에 돌아오는 길. 너무나 지쳤다.

계속 내가 경직되지 않도록 노력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하지만 괜찮은 나를 보여주기 위해 오리가 물 밑에서 발을 굴리듯

온 힘을 쏟으며 매일을 보내는 건 하루하루가 전쟁 같은 기분이 들었다.

오늘도 무사히.. 도망가지 않고 잘 견뎠다.

p36~41

불안해하고 소심한 걸 들키면 큰일 날 것처럼.

그래서 난 대학교에선 그러고 싶진 않았다.

그럴수록, 나 스스로 연기한다는 게 너무 잘 느껴졌다.

점점 폐쇄적으로 변해갔다.

대학에 와서도 결국은 쉽게 변할 수 없었다.

"역시 사람은 바뀔 수 없나 봐."

스스로 해결하기 어려워 책의 힘을 빌렸다.

그러던 중 우울증 극복 후기를 쓴 책을 발견했고 도움이 될 것 같아 무작정 읽어봤다.

생각 : 10대 20대를 생각해보면 사람들 모이는 자리를 조금씩 피했다. 그들의 이야기에 맞장구치는 일도 버거웠고 말하고 있는 나의 말을 가로채 다른 이야기로 전환하는 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저자 역시 얼마나 힘들었을까? 느끼며 공감하고 위로하며 읽어내려갔다.

p46~49

영화 '조커'에 이런 문장이 나온다.

'정신 질환의 단점은 남들에게 아닌 척을 해야 하기 때문이야'

나는 줄곧 이 문구처럼, 우울하지 않은 척, 불안하지 않은 척했다.

'내 우울함과 불안으로 누군가에게 불편을 주기 싫어'

'그리고 날 이상하게 보는 그 눈빛들도 너무 싫어.'

치료는 두 가지로 진행됐다. 첫 번째는 약, 두 번째는 인지 행동 치료.

마치 먹으면 모든 걱정이 사라질듯했다.

느낌 : 늦둥이 출산 후 산후우울증이 왔다. 25층 아래를 내려다보면 이런 생각을 했다.

'떨어지면 아플까'라는 생각을 하다 이내 우는 아이를 보게 되었다. 그리고 병원을 다녔지만 약을 먹어야 한다는 처방과 단유라는 처방이었다. 그 후로 난 내 힘으로 우울증을 떨쳐버리려고 노력했지만 온 세상이 나를 집어삼키는 감정을 느꼈다. 저자도 하나의 희망을 안고 병원을 찾았을 것이다. 나를 변화하고픈 심정 하나로 말이다.

p51

방법은 이것뿐이었고 난 변하고 싶었으니깐.

'그래도 일단 해보자.'

p58.59

거기다 정신 질환 대부분을 마음가짐의 문제로만 여겨 개인의 나약함으로 치부한다. 정신 질환도 유전적, 생화학적 질환임을 모른다.

불안이 높은 부모에게서 불안이 높은 자녀가 태어날 확률이 더 높다.

생각 :이 말이 맞다. 친정엄마가 나를 임신하고 난 후 불안함으로 살았다고 한다. 원해서 한 결혼이 아니었으니 남편을 피하고 싶은 마음을 컸다고 한다. 그러니 불안함을 안고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는 걸 자각했다.

그래서 더욱 치료가 힘들고 주변에 말해도 어렵다.

지독하게 외롭다. 나밖에 없는 것 같아.

생각 : 나는 외로움을 못 느끼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45년을 살았다. 그러나 다행히도 죽지 않았습니다 책을 보는 순간 나의 외로움이 순식간에 스쳐 지나갔다. 어두운 긴 터널에서 혼자 웅크리고 앉아 속으로 울었다. 지긋지긋한 이 고통 속에서 나오고 싶지만 누구 하나 공감해주지도 위로해 주지도 않았다. '너는 외로워하면 안 된다'라고 '우리 집 장남이다'라고 말하는 부모 때문에 외로워하는 마음을 이내 가슴속 깊은 곳에 숨기고 헐떡이며 살아왔다. 숨이 쉬어지지 않는 상태로 사회생활을 하고 인간관계를 맺었으니 힘들 수밖에... 저자 역시 공감 받지 못한 상처로 외로울 수도 있겠구나 생각해본다.

p63

그 당시 나는 사회 불안 장해라는 병을 앓고 있었다.

 

p72

정신과 의사가 그러면 도대체 어디 가서 이런 질환을 고치란 거야? 더 이상 믿지 않겠어! 절대 다시는 안 가!

 

p78

내 인생은 망했구나!

'나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하지!.. 망했다. 다시 태어나고 싶어..'

p80

처음 내가 낸 <저 청소일 하는데요?>에서는 청소를 시작한 이유 중 그림에 관해서 이야기했다면 이 책에서는 다른 이유인 불안장애를 이야기한다. 엄마와 단둘이 하는 일이어서 부담도 덜고 사회적 활동도 적어 나에겐 안성맞춤이었다.

'불안에 떨지 않는 이 상황이 너무 좋다'

p89

가장 좋은 방법인 회피가 사실은 가장 날 무력하게 만드는 방법이었다.

p93

건강하지 못한 나는 건강한 친구들과의 대화가 힘들었다.

p104.106

그나마 그런 엄마 있어 내가 끈을 잡고 있지 않았을까 싶다.

엄마도 하지 않은 질책을 스스로 끊임없이 했다.

p110

다 나를 위해 버는 돈인데 말이다.

'일단 네가 살아야 돈도 의미가 있지.'

p122.123

예지 씨의 타고난 기질도 한몫하는 거죠. 같은 환경이더라도 형제 사이에 반응이 다른 이유겠죠?

타고난 기질 + 환경의 결과물이었다.

이제 예지 씨와 제가 차츰차츰 알아가야죠. 현재의 무엇을 바꾸고 나아갈지 말이에요. 한 줄기 빛이 쏟아졌다.

p137

괜한 걱정은 말자 생각했다.

'예지야, 선생님이랑 했던 대화들 잘 소화시키자. 다시금 되새기자.'

p146

그 엄청난 상실감과 무기력이 더욱더 치료를 어렵게 만드는 것 같다.

p152

여기서 내가 겪은 여러 정신 질환들은 유기적 관계들이 많다.

'공황 장애' '시회 불안 장애' '우울증'

p165~169

이때 느낀 건 내 뿌리 깊은 근본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는 사살이었다.

'이제 생각의 전환은 가능한데, 사람들 사이에서 비이상적으로 불안해하고 힘들어하는 건 몸이 반응하는 거라 여전히 조절하기가 버겁네'

그렇게 간헐적으로 상담만 받으며 여러 돌파구를 찾았다. 첫 번째는 그림으로 인정 욕구를 채우는 거였다.

그래서 그맘때쯤 '저 청소일 하는데요?'를 썼고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았다.

태어나서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었다.

처음으로 인정받아 봤다. 스스로에게 무언가 해낼 수 있겠단 작은 신화가 생겼다.

느낌 : 사랑받고 인정받으면서 해결책을 찾은 저자. 누군가에게 공감 받고 인정받으며 사랑받는 만큼 좋은 치료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나 역시 인정과 공감 받기는커녕 돈 벌어주는 기계로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p197

약물을 복용할 때 중요한 점은 일단 처방받은 약의 이름을 알고 그 약이 어떤 기능을 하는지 찾아본다. 아니면 선생님에게 직접 여쭤봐도 좋다.

생각 : 의사들은 약에 대해 자세한 언급을 해주지 않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건 뭔지 저건 뭔지 물어보면 대장을 치료하는 약이라는 말만 하고 만다. 꼬지꼬지 캐물으면 다음 환자가 기다린다는 말투로 억지스럽게 말하는 의사가 대부분이라 약사에게 물어보기도 한다.

p216.217

모든 질병이 그렇듯 자신이 앓고 있는 질병을 가장 잘 알고 공부해야 한다.

그래야 방법을 찾고 목소리를 낼 수 있다.

p226

친구야. 나 참 행복하다. 이 평범함을 누리기까지 얼마나 오래 걸렸는지..

p235

다행이다. 살아 있어서..

----------책 일부 발췌---------

자신의 병과 싸워 결국 이기면서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저자의 이야기가 한편의 드라마 같았다. 고진감래라고 할까? 힘들어하는 자신을 들여다보면서 전전긍긍.. 결국 해결책을 찾아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공감을 받으며 이 세상에 나왔다. 저자와 비슷한 나 역시 나만의 세상에서 더 넓은 세상으로 나왔다. 공감과 함께 소통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책을 읽고 나를 공부하는 나 역시 이 길이 참 좋다.

청소일 이면 어떠하랴 나 자신이 좋고 떳떳하면 그만이지! 세상이 무섭지만 않다. 따스하고 정이 아직 살아있음을 많이 느끼고 있다.

불안장애로 힘들어하시는 분들이라면 김예지 에세이를 읽어보기를 바란다. 자신에게 굴복하지 않고 이겨내는 에세이 가슴 깊숙이 따스함을 전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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