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 카페 - 오늘의 차를 마시면 고통이 사라진다
토미 지음 / 클래식북스(클북)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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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p17~19

써니는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를 참다못해 회사에 연가를 내고 며칠 쉬기로 했다. 이럴 때는 강화된 노동법이 감사했다. 복잡한 머리를 비우려 산책하던 중에 조니가 이끄는 대로 걸어오다 우연히 카페 하리를 발견했다. 아침에 못 마신 커피가 생각나서 카페를 향해 다가서던 써니 눈에 독특한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입구에는 계절에 어울리지 않는 온갖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다.

카페는 버섯의 갓처럼 생긴 지붕 처마 밑에 커피잔 모양의 항아리를 긴 막대로 젖는 여인 형상의 청동 간판이 달려있다. 간판 글씨는 영어도 아니고 한글도 아니어서 사람들은 잘 읽지 못했다. 기묘하고 독특한 카페 모양과 여주인들의 범상치 않은 분위기 때문에 마을에는 마녀 카페라고 소문이 났다.

이 카페 역시 인간이 짓은 건물이 아니다.

"마녀 카페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그는 기묘한 문자를 새겨 넣고

간판이 세이렌처럼 사람들을 유혹하도록 만들었다.

이 세이렌은 고통받는 사람들만 유혹했다.

마녀 카페 본문 중

p22

조니 때문에 정신이 쏙 빠졌던 써니는 나뭇잎 모양이 새겨진 잔에 차를 마시면서 안정을 되찾았다. 구수하면서도 달콤한 차를 마시니 몸도 마음도 따뜻해졌다.

p24

끌레르와 라케는 운명의 여신이다.

p30

'노동자의 권리.... 내가 참 낭만적이었구나.'

선배는 노동 운동 경력을 바탕 삼아 정치권으로 재계로 승승장구했다. 길을 넓혀가는 선배를 보며 써니는 자신도 성공과 출세 가도를 달릴 줄 알았다. 순수했던 자신이 언제부터 그렇게 변하기 시작했는지 잘 기억도 나지 않았다.

p54~56

"달현 씨! 이거 ..... 이거 아닌가요?"

서류를 발견한 직원이 하얗게 질린 얼굴로 손을 떨며 종이를 내밀었다.

중략

달현은 까무룩 흐려지는 정신을 붙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다가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동시에 김 계장이 뛰쳐나가고 과장의 울부짖는 소리가 들렸다. 멀리서 다급하게 뛰어오는 구둣발 소리가 달현의 귀에는 마치 물속에서 들리는 아득한 메아리 같았다.

중략

서른 넘어 겨우 취업한 회사였다. 이제 막 대리로 진급한 아들을 보며 뛸 듯이 기뻐했던 부모 얼굴이 절망으로 변할 것은 뻔했다.

중략

늙은 부모 얼굴이 생각나 고향 집으로 가는 길에 카페 앞을 지나고 있었다.

고개를 들었는데 청동 간판이 갑자기 윙크했다. 눈을 비비고 두 번 세 번 바라봤는데 그때마다 간판이 마치 이리 오라며 말을 거는 기분이었다.

끌레르는 달현에게 메뉴판을 건네고 주방으로 돌아왔다.

"그 표정 뭐야? 안 돼, 자꾸 우리가 관여하면 안 된다고, 차 한 잔이 제일 적당해."

중략

뭐.... 사람들이 여기 와서 오늘의 차를 마시는 것부터 문제 아냐?

미미가 툭 내뱉자, 라케가 대답했다.

"스스로 깨닫는 것과 누가 해결의 열쇠를 쥐여주는 일은 전혀 다른 거란다."

하지만 끌레르는 생각이 달랐다.

"저마다 해결의 열쇠를 간직하고 있지. 그걸 스스로 꺼내게 하느냐, 꺼내주느냐를 선택하는 거야."

생각 : 스스로 깨닫는 것과 누가 해결의 열쇠를 쥐여주는 일은 전혀 다른다는 의미가 뭔지 곰곰이 생각했다. 과연 나는 누가 해결의 열쇠를 줬는지 아니면 스스로가 깨닫았는지...그렇다..나는 내가 스스로 깨닫는 동시에 누군가가 열쇠를 주려고 했다.

p60~62

"차 맛은 괜찮으신가요?"

"예, 아니 사실 잘 모르겠어요. 맛있는데 이게 쌍화차 맛인지는..., 그런데 왜 제가 쌍화차를 주문했는지 모르겠네요. 전 원래 아메리카노만 마시거든요. 지금 모든 게 뒤죽박죽이에요."

"하하하, 이 카페에 오는 손님 대부분이 평소와 다른 메뉴를 주문하죠. 가끔 새로운 음료를 마시다 보면 생각이 달라지고, 생각이 달라지면 행동도 달라지죠. 그런 우연이 삶을 다른 방향으로 각도를 살짝 틀어 주기도 합니다.

"제일 어려운 게 생각을 바꾸는 일이니깐요. 생각이 바뀌면 그다음은 그냥 주욱 따라오는 것 같아요. 여기 들어올 때까지만 해도 저는 더 살고 싶은 생각이 없었는데 여기 분위기도 신비롭고... 차를 마시고 나니 지금은 그냥... 그냥 맘이 좀 편해졌어요.

"손님, 인간의 탄생과 죽음 말고 모든 것은 돌이킬 수 있답니다. 털어놓기라도 하면 마음이 한결 편안해질 거예요. 제게 말씀해 보시겠어요?"

중략

요하네스는 그런 일이라면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아직 찾아보지 않은 곳이 분명 있을 거라고 힘주어 말했다. 너무 확신해 찬 요하네스의 말에 달현은 어딘가 그 서류가 찢어지지 않은 상태로 고스란히 있는데 눈에만 보이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 : 누구나 한 번쯤 이런 경험을 해봤을 것이다. 나 역시 한 냥의 금목걸이를 잃어버린 경험이 있었다. 그런데... 느낌은 어딘가 숨어 나를 속상하게 만드는 거라 생각했다. 금목걸이는 친정엄마가 해준 거라 애지중지했던 중 하나였다. 아무리 찾아도 없어 마음을 비우는 찰나.. 침대 매트리스 사이에 걸려 나를 약 올리고 있었다. 이렇듯 우리는 귀중하고 귀한 것은 그대로 잊어버리지 않는 거 같다. 복제를 하던지 복사를 하던지 아니면 꽁꽁 숨겨놓던지..... 이 글을 읽으며 오싹한 느낌이 들었던 부분이다.

p70

인연은 언제든 이어지며 억지로 꿰맞출 필요도 일부러 떼어낼 필요도 없다.

p108

내가 사막을 여행했기 때문에 특별한 건 아니야. 누구나 특별하지. 난 그렇게 여행하고 나서야 끌레르가 말한 후회할 필요가 없다는 말의 뜻을 깨달았어. 내가 결정해서 나온 결과에 대해서는 그냥 기쁘게 받아들이면 돼. 후회할 필요가 없는 거지. 끌레르는 그 말을 미리 해 주었던 거야.

p116

지금 원하는 것과 궁극적으로 내가 원하는 건 같지 않을 수도 있어.

미미는 고개를 갸웃댔다. 내가 원하는 것이면 원하는 거지 아닐 수도 있다니.

여행은 자신을 알게 해줘.

미미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물었다.

자신을 몰라? 넌 장미고, 난 고양이야. 너 장미, 나 고양이

중략

물론 넌 특별해. 너는 여행을 하는 동안 원한다고 생각했던 게 실은 원하는 것이 아닐 수 있다는 사실. 그리고 너 자신이 누군지 알게 된 거야?

한마디로 정의할 순 없어. 오직 질문을 품는 자만 깨달음에 도달할 수 있지.

p154~159

커피를 한 모금 더 마시자 이번에는 남편을 처음 만난 날이 보이기 시작했다.

중략

엄마가 어디 놀러 갈 때만 바르는 구찌베니를 얻어 발랐다. 점심때가 지나 어른들을 대동하고 읍내 다방으로 나가 남편이 될 사람을 처음 만났다.

중략

수더분하게 생겼지만, 눈이 빛나고 입이 두툼해서 믿음직스러웠다.

중략

양가 어른들은 그래도 세상이 바뀌었으나 당사자가 한 번은 서로를 봐야 하지 않겠느냐며 둘을 다방으로 데리고 온 것이다.

중략

서로 마음에 들어 하는 눈치가 보이자 어른들은 먼저 자리를 피해주었다.

중략

커피를 한 모금 마실 때마다 다른 영상과 기억이 떠올랐다. 현실처럼 생생한 영상을 보며 복순은 꿈인지 생시인지 분간을 할 수 없었다.

커피를 마시자 이번에는 아들을 낳고 키우던 때가 영상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중략

열 달을 품어 마침내 마주한 아들.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귀한 생명.

이 아이를 세상 누구보다 행복하게 만들어 주기로 작정했다.

중략

잠시 후 배네짓을 하며 다시 웃었다. 복순은 그 모습이 사랑스러워 눈을 뗄 수 없었다.

중략

밤꽃이 뒤산에 지천으로 핀 어느 날, 누가 얘기해 주지 않아도, 통지를 받은 적도 없었지만, 복순은 그가 죽었다는 사실을 느낌으로 알았다. 전쟁 막바지에 남한군이 38선을 넘어 올라오고 있다고 했다.

중략

커피에서 쑥을 태운 듯한 쓰디쓴 향이 느껴졌다. 쑥은 상처를 치유한다.

중략

고통 가운데 눈을 뜨니 카페에 앉은 복순 앞에 아들이 서 있었다. 평온한 얼굴의 아들과 영훈의 모습이 겹쳐 보였다.

고통은 살아갈 사람의 몫이었다. 복순의 가슴에 난 큰 구멍으로 찬바람이, 눈보라가, 한여름이 폭우가 쏟아지는 모습이 보였다. 찢어질 듯한 고통에 복순은 몸부림을 쳤다.

중략

복순은 그 뒤를 따라 하얀빛 속으로 걸어 들어가고 있었다. 공간은 빛으로 가득했고 복순의 귀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살아오면서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기분이 들었다.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느낌이었다.

시간과 공간이 정지하면 이런 느낌일까?

p177.178

인간은 운명을 부여받은 후 자신의 삶을 살아내고 최후를 받아들인다. 하지만 시간의 수레바퀴가 굴러가면서 과거라는 바닥에 새겨진 비밀스러운 자국이 있다.

창조의 능력은 신들만의 영역은 아니었다. 고대 인간들은 자신들을 보호하기 위해 신을 만들었다. 만들어진 신은 인간의 염원으로 생명력을 얻어 인간을 다스렸다.

중략

신을 만든 인간은 시간의 흐름과 더불어 모두 사라지고 신들은 불멸의 존재가 되었다. 운명의 여신들도 그렇게 탄생했다.

p188

"그리움이란 살아있는 생명이 치러야 할 삶의 몫이지"

중략

"모두 자신의 운명대로 사는 법인데....

p200.202

두 여신은 미미를 원래 모습으로 돌려놓기 위해 이런저런 방법을 모두 시도해 보았다. 온갖 종류의 차를 만들어 마시게 했으나 아무 소용 없었다. 자신의 모습을 찾는 것은 스스로 해야 할 일이었다.

인간은 살면서 자신의 웃음과 희망, 의지를 옷감과 결합해 인생을 단단하고 아름답게 만들어 가야 한다.

무병장수하며 평온하게 죽을 사람의 옷감은 금 가위로, 전쟁이나 사고 혹은 스스로 죽는 사람은 은 가위, 온갖 질병으로 인한 죽음은 흙으로 만든 가위로 잘랐다.

p219

너와 난 다르지 않아.

죽음은 생명이고

파멸은 곧 창조니까..

----------------책 일부 발췌---------------------

마녀 카페는 인간의 삶과 죽음으로 인해 고뇌와 고통을 풀어낸 거 같았다.

여신들이 사람들의 운명을 정한다고 하는 부분에서는 또 다른 관점으로 읽었다.

상상력이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책..

차를 마시면 과거 현재 미래를 상상할 수 있는 마녀 카페...

차를 마시면 고통을 사라지게 한다.

우리의 모습을 자신이 가지고 싶은 모습은 우리 스스로 찾아야 한다는 것을...

성공의 열쇠, 자아를 찾아가는 열쇠는 우리 두 손에 있다는 것을..

한 번 더 되새김질하게 했다.

삶은 온통 고통으로 살아가고 있다.

여유로운 차 한 잔으로 고통에서 벗어나 잠시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자는 의미로 책을 대했고 나를 한 번 더 생각하게 되었다.

나는 지금 어디쯤 와 있을까?

나의 자아는 어디쯤 서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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