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태한 유산 - 8명의 가족이 다 때려치우고 미국 횡단 여행을 떠난 이유
제준.제해득 지음 / 안타레스(책인사)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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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태한 유산]이라는... 제목부터 좀 수상한 책이다.


책의 제목에 이끌려 읽게 된 사람들은 책의 목차를 보게 되면서 입가에 엷은 웃음을 짓게 될 것이다. 이 책은 한국의 어느 대가족(식구 8명)이 일상을 다 접고 미국 횡단 여행을 떠난 '가족여행기'이다. 부모님과 함께한 자식들의 여행도 아니고, 무려 3대(할아버지~손녀)가 함께 장시간 여행을 한 여행기록이라니.. 어떤 가족이길래 이렇게 대단한 여행을 하게 된걸까? 이 책을 바로 읽어 보게 되었다.


책의 저자는 이 가족의 아들과 아빠이다. 주로 아들의 시선에서 여행의 여정을 일기/수필 형식으로 기록한 책이다. 아들은 공황장애가 있었던, 하지만 이를 극복해 새로운 인생을 개척하고 있는 청년(19살)이고, 아버지는 국내 한 중소기업의 CEO로 재직중인 건실한 가장이다. 저자와 그의 아빠, 엄마, 누나 2(+매형 2), 조카 1명까지 총 8식구가 큰 결심을 하여, 한국의 모든 일상을 접고 미국으로 여행을 떠나기까지.. 많은 조율과 인내, 결심이 있었을 듯 한데, 이렇게 할 수 있었던 추진력에 먼저 박수를 보낸다. 하지만 이 꿈에 부푼 여행이 처음부터 끝까지 순조로웠던 것은 아니다. 많은 인원이 여행 중, 어떤 변수가 있을지 몰라 돌아오는 비행기편을 예약하지 않았더니 출국장에서 문제가 생긴 것이다. 발급받은 관광비자로는 대규모 인원이 나중에 미국에서 한국으로 돌아오는 항공권이 없으면, 지금 미국으로 출발해도 입국 심사를 통과할 수 없다..라고 얘기하는 것이다. 그래서 결국은 예약했던 첫 비행기 티켓을 날리고, 다시 예약해 출발을 했다는 것이다. 8명분의 비행기 티켓값을 날렸으니, 금전적,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엄청나게 컸을 터..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미국, 첫 도착지인 샌프란시스코. 이들이 처음 다다른 곳은 그 유명한 '금문교'라 한다. 어려운 도전 끝에 이뤄낸 가족의 여행, 첫 목적지에서 책의 저자인 아들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환희와 감동을 접하게 된다.


이들이 여행을 하면서 이동 중, 캠핑카도 렌트해서 타고 다니는데, 캠핑카의 규모도 가족수만큼이나 길고 크다. 캠핑카를 운전했을 저자의 매형도 꽤나 고생했을 듯 하다. 요세미티 공원의 캠핑장을 이용하기 위해 공원에 도착해 가족들이 느낀 감동과 탄식은 책에 그 아빠가 리얼하게 표현을 해주고 있다. 그 규모와 풍경에 압도돼버린 것이다. 인생 50년을 넘게 살며 헛살았다는.. 표현을 하고 있다. 엄청난 규모의 숲, 나무, 암벽, 거대한 폭포들.. 저자의 아빠는 이 대자연의 풍경 앞에 '항복'을 선언하고 만다. 지금까지 살면서 자기가 봐왔던 것이 전부인 것으로 착각하고 살아왔는데, 이 숲을 보면서 고정관념에 한계를 만났고, 지금까지 본 세상이 얼마나 협소했는지 깨닫게 된다.


책 중간의 내용 중, 가장 마음에 와닿았던 장면이 있다. 가족들 중 아들, 매형, 아빠가 여행 중에 차례로 머리 스타일에 변화를 준 것이다. 아들은 백발로 염색을... 매형들도 각자가 해보고 싶었던 색으로 염색을 하고, 아빠는 빡빡이로 삭발을 한 것이다. 이들이 여행하다가 갑자기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은 한국에서는 어느 정도 지위가 있고, 특히 가정을 꾸리고 있는 가장(남편)이 이렇게 한다는 것이 뚱딴지스러운 짓으로 비춰질 수 있는데, 생계를 위해 회사 생활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이런 일탈을 절대 해볼 수 없겠다는 생각에 여행 중, 이런 변화의 시도를 하게 된 것이다. 오로지 변화를 경험하고 싶은 마음이 가장 컸기에 결심을 하게 됐다는 것이다. 아무렇지 않게 즉흥적으로 내린 결정인 듯 보이지만, 속뜻이 이렇게 있었던 것이다. 그동안 당연하게만 여겨 왔던 고정관념에 맞서 변화를 택한 이들... 여행 다니는 것도 힘들었을텐데 이런 용기에 또 한번 박수를 보내주고 싶다.


이 대가족의 미국여행기 일거수일투족을 하나 하나 이 리뷰에 담을 수는 없지만 아들과 아빠의 시선에서 각자 여행 중에 느끼는 소중한 감정들, 자기 성찰, 벅차오르는 행복감, 가족에 대한 사랑...들이 글에서 깊이 묻어나고 있었다. 아무리 가족이지만(어쩌면 가족이기에) 여행을 하면서, 서로 몰랐던 감정들이 나오게 되고, 이로 인해 충돌이 생길 수도 있다. 특히나 먼 타국에서 단체로 움직이며 예기치 못한 상황들이 발생되고, 이로 인해 위급했던 적의 묘사도 이 책에서 여러번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 가족은 그럴 때마다 서로 인내하며, 슬기롭게 대처하고 견뎌내고 있다. 가족이 단체로 여행하는 것이 마냥 부러울수도 있지만 그 속에서 얼마나 많은 위태로운 일들이 있었을지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들은 모를 일이다. 이 책의 저자가 책의 제목을 '위태한 유산'이라 정한 것이 책 한장 한장 읽어가며 이해가 되었다. 책의 또 다른 저자 아버지는 말미에 이렇게 얘기를 한다. "가장 위태로운 것들이 가장 위대했다. 여행이라는 기회를 통해서 우리는 가족의 사랑을 서로 느낄 수 있었다. 이것은 내가 가장 가치있게 생각하는 '위대한 유산'이다. 부동산 같은 유산보다는 보석처럼 빛나는 감사와 사랑이라는 넓은 토지 위에 행복이라는 높은 건물들을 지어 자식들에게 물려줄 것이다."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을 하게 된 이 가족은 지금 또 어떤 희망을 가지고 이 삶을 꾸려나가고 있을까? 여러모로 힘든 시국인 올 2020년, 작은 책 하나로 인해 그래도 마음이 따뜻해질 수 있어 좋았다. 다시 한번 여행을 무사히 마친 이 가족들에게도 진심으로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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