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만해 거짓말
필립 베송 지음, 김유빈 옮김 / 니케북스 / 2018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p.10
"그만해 거짓말"
엄마는 '이야기'라고 하지 않고 '거짓말;이라고 한 것이 아직까지도 기억에 남아 있다.
 
1984년 열일곱 살의 나는  두 번 다시 열일곱 살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젊음이 다 지나간 뒤에야 너무 늦게,
젊음을 잃어버린 뒤에야 비로소 그 사실을 깨닫게 된다는 사실을 모른 체 '토마'를 만나게 된다.
당시, 나는 나의 성적 정체성을 알고 있었고 '토마'에 대한 이끌림으로 인해 속으로 끙끙 앓고 있었다.
'토마'가 나와 같은 동성애자라는 것을 꿈에도 모른체 말이다.
 
어느날,
'토마'는 우연을 가장해 내게 말을 걸었고 그렇게 '토마'와 나는 급진적으로 관계를 맺었다.
'토마'는 내게 우리의 관계에 대한 비밀을 약속해 달라고 했다.
그렇게 나와 '토마'의 관계는 이 책을 쓰기 전까지 아무도 몰랐었다.

어머니 말씀대로
이 책의 이야기는 '거짓말'일지도 모른다.

 


열일곱살의 나와 '토마'는 달랐다.
나는 상급학교로의 진학을 '토마'는 생활전선으로 뛰어들었고
나는 동성애자로서의 삶을 인정했지만
'토마'는 이성애자인 척 동성애자로서이 삶을 숨기고 살았다.

그렇게 우리는 멀어져갔다.

'토마'는 내가 절대로 잊지 못할 말을 했었다.
"왜냐하면 너는 떠날거고, 우리는 남을 테니까"
그 때는 몰랐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 지금은 '토마'의 말에 그와 내가 살아온 인생 앞으로 살아갈 인생이
모두 내포된 말이였다.

그리고 2007년 작가가 된 나는 '토마'를 우연히 다시 만났다.
하지만 그는 '토마'가 아니였다. '토마'의 아들 '루카'였다.
'루카'는 아버지와 자신을 헷갈려하는 일을 종종 겪어 아무렇지도 않게
나와의 첫 만남을 어색해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짧은 만남 동안
'토마'가 나를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루카'를 통해 나는 '토마'를 다시 만날 수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열일곱살의 우리로 돌아갈 수 없음을
각자의 인생이 있음을 알기에
내가 '토마'를
'토마'는 '나'를 찾지 않았다.

 


그렇게 '루카'와 우연히 만난 9년 후,
'루카'에게서 연락이 왔다.

.
.
.

'토마'의 죽음을 알리는 연락이였다.
평생을 이성애자인 척 자신을 숨겨왔던 '토마'는
어느 날 갑자기 아내에게 이혼을 선언하고 모든 가족들과 연을 끊겠다고 선언한 후,
혼자 떠났다.

그리고 몇년 의 시간이 지나 다시 돌아 온 '토마'는 자살로 인생을 마무리 하였다.
유서조차 없는 '토마'의 죽음이였지만
열일곱살의 '루카'가 보낸 편지와
나에게 부치지 못한 답장만이 남겨져 있었다.



이것은 이야기이다.
우리 어머니는 이야기를 거짓말이라고 한다.
나와 '토마'의 이야기는 거짓말 일 수 도 있다.
우리만 아는 진실이 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얼마 전 보았던 '콜미바이유어네임'이라는 영화가 떠올랐다.
나와 '토마'의 사랑은
열일곱 다시 못 올 젊음의 순간이기도 했지만
서로에 대한 이끌림을 인정하는 것부터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는 순간이였기에
더더욱 잊지 못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