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폴의 하루
임재희 지음 / 작가정신 / 2018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네가 한국 사람이 아니라 몰라서 그래"


내게 영어는 밥벌이와 생활을 책임진 '생존'의 언어였다고.

그 오랜 시간 외국에 살면서도 나는 줄곧 모국어로 사유하고 있었다고.

생존의 언어와 사유의 언어가 같은 사람들은

그 미묘한 차이에서 오는 아득함을

어쩌면 평생 이해할 수 없을거라고.

이해하지 않아도 좋을 것들이지만

내게는 그 힘으로 뭔가를 쓰게 되었다고.



폴은 엄마를 만나러 한국에 왔다.

폴이 한국에 처음 온 것은 20년 전 엄마와 아빠 그리고 누나와 함께 한 여행이였다.

그리고 지금은

엄마만 살고 있는 한국으로 여행을 왔다.

남편을 자식을 두고 폴의 엄마는 홀로 한국으로 돌아왔다.

왜 였을까?

폴은 생각한다.

불행한 사람들의 이유는 너무나 다르고 많으며 개별적이라는 엄마의 대답을..

고개는 끄덕일 수 있었지만 결코 이해할 수 없었던 엄마의 대답을.


가장 한국적인 것을 느꼈다는 휴전선 비무장지대 땅굴을 보았다고 하는데

글을 읽는 내내 내 생각엔 가장 한국적인 것은

이 소설 속에 등장한 폴을 제외한 사람들이였다.

택시기사, 양말가게 주인, 우연히 만난 형이라고 부르라는 남자

하나같이 모두 무례하고 성급하고 자기중심적이였다.

그런 사람들이 가득한 한국으로 돌아온 엄마를

폴은 이해할 수 있을까?


폴은 완벽히 엄마를 이해할 수는 없지만

택시기사, 양말가게 주인, 우연히 만난 형이라고 부르라는 남자를 비롯한

무례하고 성급하고 자기중심적인 모든 사람들이

잘지내기를 바란다.

그래야 폴의 엄마도 잘 살 수 있을 것 같다고...


폴도

엄마도

택시기사도

양말가게 주인도

우연히 만난 형이라고 부르라는 남자도

모든 이가 이해가 되는 것은

작가님의 표현력 탓도 있겠지만

한국인인 나조차 느끼고 있던

그들에 대한 감정

그리고 그 것에서 오는 익숙함 탓이 아닐까?

한국인에 속해있는 나이니까

한국인에 속해있는 그들이니까

이해할 수 있었던 거 아닐까?


경계인과 주변인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유목민들이 가득한

임재희 작가님의 책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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