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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파리에서 편지가 왔다
박재은 지음 / 낭만북스 / 2009년 11월
평점 :
품절
각종 우편물의 홍수속에 살고 있지만 편지라는 것은 찾아볼 수 없다. 우린 편리하게 문자나 메일을 이용하고 있다.
문자나 메일이 편리하긴 하지만 편지같이 낭만적이거나 영원히 간직할 수는 없다.
그런 편지를 파리에서 받아볼 수 있다? 그것도 낭만과 예술의 도시인 파리에서...
그 내용이 사뭇 궁금하고 이 차가운 계절 나의 낭만지수를 한껏 끌어올려 줄 수 있을 것 같아 읽어보고 싶었다.
책은 32개의 편지와 그 사이사이 재미있는 칼럼과 여행노트로 이루어져있다. 그에 어울리는 생생한 사진들.
강렬한 원색의 화보 같은 사진들, 흑백의 모노톤의 사진들, 파스텔의 부드러운 사진들이 잘 어울려져 파리에 화보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보고만 있어도 행복한 느낌. 파리의 여러가지 얼굴들을 볼 수 있었다.
향신료 가게, 파리에서 가장 마있는 크루와상을 만드는 빵집, 수제 초콜렛 가게, 치즈 전문점들이 줄줄이 있다.는 문장에 여력이 된다면 내일이라고 당장 여행가방을 싸고 싶다.
파리를 가보지 않은 내가 느끼는 파리에 대한 감상은 20대부터 파리에 유학하며 동거동락한 저자와는 틀릴 것이다.
파리를 흔히 낭만의 도시, 사랑의 도시로 이야기 할 때마다 나는 크게 동감하지 못하는 편이다. 내 기억 속의 파리는 이성적이고 합리적이고 뜨겁기 보다는 차가운 도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불쑥불쑥 나타나주는 거리의 예술가들은 ' 아, 이래서 파리를 낭만의 도시라 하는가 보다' 는 생각이 들게 한다.
뭐랄까 머리를 굳게 만드는 고민거리나 깊은 생각에 잠겨 차가운 공기의 파리를 걷다가 멋진 음악을 들으면 스르륵 무장해제가 된다고나 할까?
파리의 곳곳을 돌며 화가 살리가 좋아했던 몽빠르나쓰, 1800년대 초 파리에 처음 가스등이 세워진 곳인 파노라마 주변, 방돔광장, 파리의 명동이라는 레알등 문학작품이나 영화에서 익숙한 지명들에 대한 그녀의 이야기는 또 다른 매력으로 다가온다.
식도락가나 와인 마니아에겐 일생에서 꼭 한번 가봐야 할 여행지일 것이다.
싸이의 누나라는 것은 책의 소개문구에서 처음 알게 되었지만 그녀 역시 유쾌하고 유머스러운 사람이다.
그런 느낌을 그녀의 문장속에서 많이 느낄 수 있었다.
알뜰한 프랑스 여행을 위해 꼭 알아야 할 문장이라며 알려주는 팁을 보더라도 느낄 수 있다.
까라프 도 (수돗물 주세요) 마치 경상도 사투리 같이 느껴지는 어감이지만 꼭 알아두라고 한다.
사람에겐 제 2의 조국같이 애착이 가는 도시가 있을 것이다.
저자의 제 2조국은 프랑스 파리일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전혜린이 독일의 뮌헨을 그렇게 느꼇듯이 말이다.
그녀와 전혜린의 느낌은 많이 다르지만 이 책을 읽는 내내 그녀와 뮌헨에서의 레몬빛 가스등이 많이 연상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녀가 언급한 문학작품과 같이 파리를 배경으로 한 비포 썬 셋과 비포 썬 라이즈를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