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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사랑하는 일 - 우리 아이만의 가능성을 꽃피우는 존중 육아의 힘
오카와 시게코 지음, 홍성민 옮김 / 라이프앤페이지 / 2021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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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어느 예능 프로그램에서 당시 재치 넘치기로 소문난 아나운서가 나와서는 엄하기만 했던 아버지와의 일화를 공개한 적이 있었다. 오랜 시간이 지나 그 모든 것들은 “네가 너무 소중해서, 널 잃을까봐” 그랬던 것들이라고 고백하던 아버지의 모습을 이야기하며, 그제야 그도 아버지를 조금 이해하게 됐다며 눈물을 보였다. 나 어릴 때 엄마도 그랬다. 가스불 앞에서도 긴 여행 앞에서도 엄마는 가만 등을 밀어주기보다 “엄마가 해줄게, 위험해, 하지마”가 먼저였다. 꽤 오랜 시간이 지나 대학졸업 무렵 물으니 엄마도 꼭 이런 대답을 하셨다. “네가 어디 가 다칠까봐 그랬다”고 엄마를 이해하는 한편 아이를 낳는다면 한껏 자유롭게 키우리라 다짐했지만 나 또한 어느새 해보렴, 등을 밀어주기보다 안 돼, 위험해, 나중에, 를 더 자주 말하게 되는 요즘, “아이를 사랑하는 일”에 대해 고민하게 되는 책을 만났다. 목차만으로도 밑줄 긋고 싶어지는 “하고 싶게 만드는 것이 어른의 힘, 재료를 줄뿐 결정은 아이가 하게 한다”와 같은 말들 속에서 아이의 마음을 가만 생각하게 된다. 머리로는 다 알고 있지만 자꾸만 놓치게 되는 것들은 가까이 끼고 그때그때 반복해 들여다봐야 한다. 좀 더 일찍 만났다면 좋았을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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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되고 보니 진짜 근사한 어른은 숫자로 서열 매겨지는 것이 아니라 그저 자신을 잘 알고 무한히 하고 싶은 것들을 뻗어낼줄 아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겠다. 그래서인지 그런 사람들을 보며, 아이는 저 좋아하는 거 마음껏 하는 사람으로 신나게 자기 인생을 살면 좋겠다 생각했는데, 그러기 위해선 내 어깨가 제법 무거울 것 같다. 자유로이, 자신을 잘 아는 사람으로 자라게 하기 위해선 ‘제대로’ 사랑하는 게 시작. 세상에 사랑 아닌 부모사랑이 없다지만 내가 잘하고 있는 게 맞을까 고민될 땐 가만 아이의 마음을 생각해보기로 한다. 공교롭게도 요즘 아이와 밤마다 읽고 자는 책이 <어린이 자존감>인데, <아이를 사랑하는 일>의 어린이 버전 같은 내용들이다. 마치 고해성사처럼 함께 책을 읽고 엄마의 실수를 고백할 만한 부분들이 꽤 있었는데 그럴 때마다 녀석은 되려 나를 위로하듯 “괜찮아, 나는 그래도 엄마 마음 다 알아” 한다. 자존감으로 치면 나보다 으른인 녀석이다. 그러니 이제 나는 형광펜으로 책에 밑줄을 잔뜩 쳐두고는 한 발 물러나 같은 자리에서 녀석을 그저 묵묵히 지켜보는 사람이 되어주기만 하면 될 것 같다. 사랑의 다른 이름 존중의 방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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