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베짜는 하느님 - 신학
홍정수 지음 / 한국기독교연구소 / 2002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16년 전, 별다른 고민 없이 습관처럼 종교를 가지고 있던 나는, 이성적이고 과학적인 사고로서는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나의 신앙에 대해 큰 회의를 가지기 시작했다.
이무렵 접했던 이 책.
(사실 이 책은 후배에게 빌려 줬다가 되돌려 받지 못했다. 그리고 16년이 지난 지금, 이 책을 다시 읽고 싶다는 생각에 다시 사게 된 것이다.)
이 책은 기독교 신앙의 근원과 목적으로부터 철저히 이성적인 판단으로 접근한다.
나아가서는 기독교 뿐 아니라, 종교 그 자체에 대한 이성적 접근을 말하고 있다.
더이상 종교는 "이해되지 않으면 그저 믿어야 할 뿐"인 교조와 관습의 짙은 안개가 아니라, 그 근원과 목적을 충실히 이해하고, 왜 신앙을 가져야 하는지, 그리고 신앙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이해와 목적을 명확히 하는 행위라는 것을 말하고 있다.
베를 짠다는 것은 노동을 한다는 의미이며, 동시에 씨줄과 날줄을 통해 세세하게 설계하고 설비한다는 의미이다.
이 책에서 말하는 신(神)의 존재는, 인간 위에 군림하며 인간에게 명령하는 존재가 아니다.
인간은 인간의 영역에서 할 일을 하고, 신은 그의 영역에서 할 일을 하는 것이며, 인간 세상의 모든 필연과 우연들은 신의 설계와 장치들에 의해 작동한다.
신이 인간 위에서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신과 인간은 조화를 이루며 함께 살아가는 것이다.
또한 이 책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예수의 인간적인 모습에 대한 신앙이다.
진정한 신앙은 예수의 기적들과 부활 사건 자체에 집착하여, 그것이 실제 벌어진 일인지 아닌지에 대해 논쟁하는 것이 아니라, 그의 행적들과 말들을 이해하고, 그것이 우리의 삶에 어떤 의미를 지니는 지에 대해 깊이 고민하는 것이다.
얼마전, 일부 종교인들이 영화 "다빈치 코드"를 사탄의 영화라 칭하는 것을 보았다.
하지만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점은, 만약 예수가 결혼을 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그들의 신앙이 부정되는 것인가??
예수의 행적들과 말들이 모두 신앙의 근거로 삼을 수 없는 것이 되어 버리는 것일까?
예수의 후손이 발견되면, 기독교는 믿어서는 안될 것이 되는 것일까??
정말 그런 것이라면, 기독교는 앞으로도 역사적 사료를 통해 예수의 행적을 밝히려는 모든 과학적 시도들을 탄압하여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이제부터라도 "기적"과 "부활"에 집착하여, 신기한 존재로서의 예수를 부각시키기 보다는, 그의 말과 행적들을 기리며 신과 인간이 조화롭게 살아가는 법에 대해 고민하고 또 고민하여야 할 것이다.
바로 이 책의 내용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