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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살인마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30
최제훈 지음 / 현대문학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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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살인마의 정체는 패턴이라는 환상‘ 6/10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방식>

이야기의 흐름은 전체적으로 단지 살인마를 따르지만, 단지 살인마의 정체에 눈이 팔리게 한 뒤 주인공의 선에서 이야기를 끝냈다.

단지 살인마라는 자극적인 소재를 통해, 사람들이 쉽게 공감하기 힘든 정신병을 가진 인물의 내면을 흥미롭게 따라갈 수 있도록 설계했다.

 

작가는 어떤 감정을 표현할 때 어떤 방식이 가장 효율적인지 알고 있는 사람이다. 주인공이 느끼는 당혹, 기쁨, 긴장, 불안 등의 여러 감정을 때에 따라 다른 방식으로 묘사하고 표현한다. 그 방식은 굉장히 효율적이어서 주인공의 내면에 깊게 몰입하고 그 감정을 같이 느낄 수 있었다.

센스 있고 유머러스하면서도 치밀한 상황을 설계하여 표현하면서 캐릭터를 훌륭하게 구축해냈다. 쫀득하게 당겨야 할 때 그럴 줄 아는 사람. 긴장과 몰입의 강약을 자유자재로 조절한다.

 

다만, 주인공에게 몰입해서 읽어가는 것이 매력적인 소설이었는데, 승범이 나오는 부분에서는 주인공이 아는 것을 독자에게 보여주지 않았다. 승범에 대한 설명 없이 주인공이 먼저 승범을 쫓고 그 뒤에 설명이 나온다. 주인공의 내면 흐름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좇고 있었기 때문에 주인공과 내가 같은 인물이 아니라는 것을 일깨워주며 몰입도를 떨어트렸다.

 

 

<더 중요한 것은 패턴인가, 승범 살인인가>

주인공은 단지 살인마의 패턴에 자신도 합류하고 싶었던 것일까, 승범을 너무도 죽이고 싶었어서 자신이 발견한 단지 살인마의 패턴을 이용한 것일까?

이 문제는 포인트가 한 곳을 쏠리지 못해 일어났다. 주인공이 승범을 죽이는 이유는 두 가지 다다. 그러면서 사건의 강렬함도 반토막이 났다.

 

주인공이 승범을 죽이는 데에 있어서, 주인공이 과거의 일 때문에 힘들어서 정신에 문제까지 생겼다는 건 알겠다. 그러나 소설 처음 부분에 정신에 문제가 도드라지지도 않고 과거 일을 상기하며 힘들어하지도 않는다. 평생을 걸쳐 반드시 승범을 죽이려 했던 사람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생각에 없던 기회가 생겨 죽인 사람처럼 보인다.

주인공은 패턴에 집착한다. 단지 살인마의 패턴도 찾고 싶어 하고 단지 살인마의 패턴을 찾은 뒤엔 그 패턴에 맞게 살인을 저지르고 그 뒤에 일어난 살인의 패턴들도 확인한다. 죽고 나서도 패턴을 확인하고 아직 이루어지지 못한 마지막 한 명을 궁금해한다.

 

승범을 살인한 이유를 더욱 명확히 해야 승범을 죽이고 단지 살인마에 합류하는 것이 강렬해진다. 그렇지 않으면 뒤의 사건들까지 힘을 잃는다.

 

 

<패턴은 무슨 역할을 하는가>

주인공은 왜 그토록 패턴에 집착하는가? 주인공은 어렸을 적부터 괴롭힘을 당하고 정신병이 있어 사람들도 쉽게 만나지 못한다. 그런 주인공이 돈을 벌며 보통 사람처럼 정상적으로 활동할 수 있게 해 준 것은 주식이었다. 주인공이 주식에서 성공할 수 있던 이유는 패턴을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주인공은 이로써 세상의 패턴에 대한 강한 믿음을 가지게 되었다.

주인공은 살인을 저지를 때에도 패턴에서 어긋나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패턴대로 따라야 안심하는 것이다. 승범을 죽일 때에도 패턴에 의하면 반대 손은 어느 손가락부터 잘라야 하는지 고민하고, 손동식을 죽이려 했을 때도 패턴에 의하면 손동식이 죽으면 안 되기 때문에 망설인다.

 

이러한 패턴은 절대적인 것일까?

주인공은 손동식이 외래어를 꺼낼 때에만 말을 더듬는 패턴이 있다는 것을 발견한다. 그러나 손동식은 외래어가 아닌 말에서도 말을 더듬으며 주인공이 발견한 패턴과 다른 행동을 한다. 손동식은 패턴을 깬 것일까, 아니면 애초에 패턴이란 것은 주인공이 만들어낸 착각인 것일까?

수도 없이 많은 선택지를 늘어놓으며 고통스러워하는 주인공에게는 선택을 좀 더 쉽게 할 수 있는 과정이 필요했을 것이다. 패턴을 발견하고 따르는 것은 많은 고민을 줄여주고, 자신이 맞는 선택을 했다는 안정감을 주기 좋아 보인다. 실제로 주인공은 주식에서처럼 세상에도 안정과 정답을 주는 패턴이 있기를 바라는 것이다. 주인공은 보고 싶은 대로 해석하며 세상의 모든 일을 억지로 엮어서 패턴을 만들어낸다.

 

그러나 사실 세상에는 패턴이 없다. 복잡한 세상은 정해진 틀대로만 돌아가지 않는다. 손동식은 외래어 앞에서만 말을 더듬진 않았을 것이다. 여러 말 앞에서 말을 더듬었겠지만, 주인공이 본 순간엔 외래어 앞에서 말을 더듬었고 주인공은 자신이 본 것만으로 패턴을 만들어 손동식을 단순화한 것이다.

결국 주인공을 죽음에 이르게 한 것은 주인공 스스로 만들어낸 패턴이라는 환상이다. 여러 사람이 저지른 비정형적인 살인엔 십계명이라는 패턴이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상에서 살인의 원인을 유추해보았듯이, 주인공도 수많은 원인 중 하나를 유추한 것뿐이다.

 

열 번째 십계명의 희생자를 통해 단지 살인마의 패턴이 지켜질 것인지 아닌지는 등장하지 않았다. 그러나 범인이 주인공으로 몰릴 확률이 커진 이상, 단지 살인마에 동승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니 새로 열 번째 살인에 끼어들 사람은 없을 것이다. 진짜 단지 살인마가 등장한다고 해도 자신이 하던 살인을 이어서 할 것이기에 최소한 여섯 번째 살인부터 이어갈 것이다. (더 전일 수도 있다.) 그래서 열 번째 십계명의 패턴이 지켜질 확률은 극히 작다고 볼 수 있다. 이는 패턴이 지켜지지 않을 것이고, 패턴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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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김승옥문학상 수상작품집
김금희 외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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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얼마 동안 어디에>, <바다와 캥거루와 낙원의 밤> 외 들러리들.

 

<우리는 페퍼로니에서 왔어>

그 시대에 살아가는 사람 생의 일부에 대한 얘기를 하고자 하는 거라면 인물이 매력 있어야 한다. 그 인물의 일생이 궁금하고 처해진 상황이 궁금하고 반응이 궁금해야 한다. 그러나 주인공은 자기가 왜 그랬는지도 모르고 자신의 상황을 제대로 설명해주지도 않는다. 이 이야기의 등장하는 어떤 인물도 매력적이지 않았고 그래서 궁금하지도 않았다.

작가는 굳이 필요하지 않은 여러 생소한 단어들을 사용하면서 그게 무슨 뜻인지, 왜 그런지 설명을 하지 않았다. 왜 꼭 그런 단어들을 사용해야 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작가는 얘기의 방향이 이리저리 튀는 방식의 전개를 택했다. 간병하던 어머니가 돌아가신 부분과 사촌과의 부분과 과거 기성과의 부분이 잘 녹아들어 있지 않았다. 그러나 각 방향마다의 연결이나 개연성이 부족했다. 또한 모호한 표현과 헷갈리게 써 놓은 문장이 여럿 있었다. 여기저기 튀어 다니는 흐름과 모호한 표현 속에서 작품 내에 독자의 자리가 없었다.

 

<우리는 왜 얼마 동안 어디에>

경제적인 묘사가 훌륭했다. 한두 줄의 상황과 동작, 그리고 한두 단어만으로 인물의 성격을 굉장히 잘 드러내면서 경제적으로 캐릭터를 구축해나갔다. 빠르게 설명하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설명적으로, 중요한 부분은 경제적으로 잘 강조해내면서 매력적인 묘사들을 서술했다.

민영의 이야기와 승아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각자의 에피소드가 분리된 채로 제법 길게 서술되면서 반대편의 에피소드를 잊기 쉬웠다. 두 에피소드에서 갈등의 통일성이나 함께 심화되는 모습이 없어 에피소드가 전환할 때마다 긴장감과 갈등이 죽었다. 승아의 갈등은 민아와의 관계에서 나오는 데에 반해, 민아의 갈등은 마이크라는 다른 인물과의 관계에서 나오기 때문에, 민아의 에피소드를 먼저 보여주고 승아의 에피소드를 보여줬다면 좀 더 갈등이 통일성 있게 나왔을 것 같다.

중요한 것들에 포커스가 제대로 맞춰져있지 않은 것 같다. 인물에 대한 묘사가 조금 지나치게 많았고, 민영의 상황을 설명하기 위한 것 치고 마이크와의 일화가 너무 자세히 서술되어 있었다. 메인 사건인 승아와 민아 사이의 갈등이 마이크의 긴 일화에 좀 묻혀 긴장감이 떨어졌다.

묘사도 이야기도 깊은 사유도 다 좋은데, 비중이 비슷한 여러 장면이 나열 느낌으로 나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긴장감의 심화보다는 전체적으로 잔잔한 작품이었다.

 

<실버들 천반사>

대화를 자연스럽고 매력 있게 잘 이용했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작가는 무슨 요소가 이야기를 재미있게 만들고 의미를 형성하는지 모르는 것 같았다.

초반부에 결이 같은 긴장 요소를 천천히 일으켜 긴장감이 풀리는 것을 방지한 듯 보였다. 메인 사건은 무좀으로 그것이 딸과의 여행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가 핵심 포인트였다. 계속해서 무좀에 대해 생각하고, 딸아이와 수건을 공유하지 않으면서 사건을 심화시켜 나갔다. 그러는 와중에 딸아이와 주인공의 관계를 서술하면서 배경을 탄탄히 했다. 그러나 중후반부부터 이야기는 갑자기 다른 방향으로 흐르고 무좀은 후반부부터는 힘 자체를 잃는다.

이 작품은 클라이맥스가 없다. 그 와중에 감정이 가장 고조되고 주인공이 변하게 되는 계기를 밤에 주인공이 혼자 생각하는 장면이라고 생각해볼 수 있겠으나, 이는 앞에서 어떠한 발전 과정도 없었고 그래서 어떠한 맥락도 없었으며 그래서 어떠한 영향도 주지 못했다.

캐릭터 구축도 실패했다. 지식인으로써의 담배, 상식적인 면모와 가부장적 가족의 아내로서 눈치 보는 모습이 섞여들지 않았다. 다른 두 인물을 보는 것 같았다. 이는 작가가 후반부에 담고자 하는 이야기를 설명하기 위해 억지로 만든 설정이라 그런 것이다. 이 이야기를 살리려면 무좀 걸린 지식인 이야기와 가출한 아내 이야기로 나눠야 한다.

이 작품은 작가의 의도를 설명하기 위한 글이지 작품이 아니다. 만약 작가가 이런 곳에서 담고자 하는 의미가 있었다면 소설의 초반부터 남편과 오빠에 대한 설명도 나오고 등장인물들이 모두 동등한 입장을 가질 수 있는 상황에서 의미를 이끌어 냈어야 한다. 아내와 딸아이의 입장만을 설명하며 그 외의 남성의 입장은 설명 없이 악 자체로 표현해냈다.

 

<바다와 캥거루와 낙원의 밤>

인물 중심의 소설이다. 주인공의 내면 묘사가 굉장히 훌륭하게 서술되었다. 또한 주인공만이 아니라 모든 인물들이 잘 묘사되어 있다. 심지어 분량이 많지 않은 인물들까지도 굉장히 경제적으로 묘사해내 신빙성 높은 캐릭터들을 구축해 몰입도를 높이고 탄탄 작품으로 만들었다.

메인 사건이 명확하게 설정되면서 주인공의 목적과 그에 따른 갈등이 쉽게 이해되고 작품에 더욱 몰입할 수 있었다. 여러 인물이 등장함에도 그런 인물들을 짧은 분량을 이용해 경제적으로 묘사해 작품 전체의 중요도를 흔들지 않고 소설 속에 잘 녹여내었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방식을 택했음에도 그 분량과 타이밍과 정도가 적절했다. 소설이 끝날 때까지 긴장을 잘 이끌었고, 클라이맥스도 훌륭하게 잘 설정하였다.

 

<내게 내가 나일 그때>

캐릭터가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구축되었으며 대화를 굉장히 자연스럽고 매력 있게 잘 사용했다. 대화를 사용하는 능력은 웬만한 작가들보다 훌륭하다고 생각했다. 인물의 행동으로 인물의 성격은 잘 드러내 주나 내면 묘사는 없다. 내면 묘사가 없으니 주인공의 목적이 드러나지 않아 전체 흐름이 감이 잘 잡히지 않고 지루해진다. 배경 묘사도 중요하지 않은 부분에서 배경 묘사를 길게 하는 편이어서 그런 부분들에선 집중력이 떨어졌다. 그런 것들만 좀 줄였어도 다른 요소들을 설명할 자리가 훨씬 많이 났을 것이다.

갈등을 심화시키고 전개해나가는 능력이 부족했다. 메인 사건이 있다는 것을 계속 암시하려고 시도하나 그것이 무엇인지 말을 하지 않아 독자가 따라갈 수 없고 이야기가 심화되고 전개되지 못한다. 반전을 노렸을 경우 해도 괜찮은 방식이나 이 작품에 담긴 메인 사건은 전혀 반전의 효과가 없었다. 후반부에 메인 사건을 드러내기 시작하면서 겨우 갈등이 심화되기 시작하나, 너무 늦게 시작된 탓에 곧바로 클라이맥스에 이르러 주인공의 감정을 독자들이 따라갈 수 없다. 또한 클라이맥스를 행동이나 문제 해결에 두지 않고 주인공의 내면에 두어 굉장히 임팩트가 없었다. 그리고 결국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끝이 나게 되면서 작가가 이 주제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환되는 에피소드들 사이의 연결성이나 개연성이 부족하다. 안 그래도 주인공의 목적도 드러나지 않고 메인 사건이 심화되지도 않아 독자들이 몰입하기 힘든데, 개연성마저 없으니 전체적으로 사건의 흐름이 좀 뜬금없게 느껴진다. 작가가 혼자만 알고서 쓴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에피소드들의 순서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는 살릴 수 있었겠다는 생각이 든다.

소은은 첫 부분 외에는 등장조차 하지 않는다. 주인공의 심리에 중요한 영향을 끼치는 인물일 것 같은데 비중 조절도 잘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소은을 직접 등장시키지 못하더라도 주인공의 생각으로라도 묘사하거나 자주 꺼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들소>

처음부터 끝까지 캐릭터 구축 밖에 없었다. 다양한 에피소드들로 캐릭터 구축에 굉장히 많은 분량을 사용했다. 캐릭터 구축은 좋았으나 과하다 싶을 정도로 불필요한 에피소드들까지 가득 넣어 이야기가 전개될 자리가 부족했다. 굳이 완전히 이해하지 않아도 될 인물에게까지 중요도가 비슷한 에피소드를 잔뜩 구겨 넣었다. 그래서 사건 진행이 굉장히 느리다.

미래에서 과거를 설명하는 듯한 방식을 이용했는데, 실패라고 생각한다. 주인공의 행동이나 대사는 어린아이처럼 설정해놓고서 서술 방식이 성인이니까 이질감이 들고 잘 녹아들지 않는다. 작품이 끝날 때까지도 그런 방식이 효과적이거나 필요한 부분은 단 한 군데도 없었다.

길우와의 학예회 이야기와 집주인 노부부의 이야기가 서로 붙지 않는다. 먼저 시작된 노부부 이야기에서 점차 심화되어가던 메인 사건을 뭉텅이로 들어간 길우 얘기가 잘라버려 긴장감이 모두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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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과 비평 189호 - 2020.가을
창작과비평 편집부 지음 / 창비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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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작과 비평 2020년 가을호 중 창비신인소설상 수상작인 '김유나 - 이름 없는 마음'에 대한 비평입니다.


  유일한 매력은 현권이라는 인물. 그러나 긴장감 유발을 연습하기 위한 습작 정도의 수준이었던 것 같다.

 

<끊임없는 궁금증을 유발하는 방식>

  작품 전체에는 문제나 결과를 먼저 제기한 후에 뒤에서 설명을 하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이는 작품의 초반부에는 사용하면 좋은 방식으로 지루할 틈 없이 독자들이 쉽게 작품에 빠져들 수 있도록 돕는다. 인물을 설명할 때도 같은 방식을 취해서 매 주인공의 등장마다 궁금증과 긴장감을 조성한다.

 

<메인 사건의 부재>

  위의 방식은 초반부에서는 좋았으나, 작가는 이 작품이 끝날 때까지 전체에 걸쳐 같은 방식을 고집한다. 그러나 과도하게 그런 방식을 사용하면서 중반부터는 독자에게 그런 패턴을 읽히고 더이상 흥미를 유발하지 못하게 된다.

 

<강조되지 못한 중요부>

  메인 사건이 등장하지 않는다. 여러 사건들이 등장하나, 짧게 소비되는 방식으로 해결이 되어 버린다. 이런 과정에서 독자들은 이야기의 흐름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알아채지 못하게 된다. 주인공의 목적을 이해하지 못한 채 단순히 따라가게 된다.

  불필요한 부분에 힘이 들어간 묘사가 있기도 하고, 메인 사건 없이 여러 사건이 똑같은 중요도로 등장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여기서 작가가 중요한 것에 집중하고 덜 중요한 것에는 힘을 빼는 능력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확실하지만 애매한 캐릭터 설정>

  남편, 준희, 현권, 주인공이 등장하나 이 중 남편과 준희는 비중이 굉장히 작다. 남편은 몇마디를 거드는 정도로만 대화에 참여하며, 준희는 아예 등장하지 않는다. 주인공 측의 생각은 잘 다뤄졌지만 반대 세력의 생각은 잘 등장하지 않는다. 그런 와중에 주인공의 감정 중에서도 정당성이 부족한 부분들이 있었다. 어린 시절 주인공이 왜 동생에게 창피함이나 분노를 느끼기보다 부모와 같은 마음을 가지게 되었는지는 단순히 아버지에 대한 짧은 설명만으로는 부족했다. 이 소설에서 총체적으로 다루고자 하는 것이 주인공과 현권의 마음이기 때문이다.

 

<아쉬운 오브젝트 사용>

  향수가 메인 오브젝트였으나 감동을 자아낼 만큼의 효과를 내지 못했다. 향수가 감동을 주기 위한 데에 정당성이 부족했다. 주인공은 향수가 그렇게 필요한 사람이었던 것도 아니고 현권이 향수에 엄청 의미를 두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 최소한의 정당성이라도 부여하려면 앞에서 주인공이 담배를 몰래 피고 냄새를 빼고자 하는 행동이 강조되어 있기라도 했어야 한다.

  준희는 주인공과 대립될 수 있는 중요한 반대 세력의 인물이었음에도 작품에 한 번도 직접 등장하지 않아 위력을 펼치지 못했다.

 

 

  책을 다 읽고 나서의 느낌은소설을 읽은 총 유일한 매력은 현권이라는 인물. 그러나 긴장감 유발을 연습하기 위한 습작 정도의 수준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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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년세세 - 황정은 연작소설
황정은 지음 / 창비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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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를 위한 소설이라기보다는 천천히 음미하며 원하는 만큼 천천히 끊어 읽을 수 있는 감정 소설이었다.

 

연년세세는 이미 발표한 두 작품과 미발표였던 두 작품을 모아 출간한 연작소설이다. 작가의 말에 담겨있듯이 <연년세세>는 순자씨에 대한 이야기를 위해 만들어졌다. 순자씨가 살았던 시대는 지금과 다를 텐데, 독자들은 순자씨의 마음을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을까? 작가는 네 개의 작품에서 순자씨에 대한 이야기를 잘 담아냈을까?

 

<공감을 위한 장치들과 구성 방식>

나는 순자라는 이름이 있는지도 몰랐다. 그때 시대가 어땠는지에 대해서도 알지 못한다. 친척관계도 크지 않아 친척 관계가 어떤지 잘 모른다. 그렇게 배경지식이 거의 없는 상태였는데도 읽는데 크게 문제없이 인물들에게 감정 이입하면서 볼 수 있었다. 이 부분은 치밀하고 빈틈없는 묘사와 구성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작가는 시대상을 이용해 당연히 사람들이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 않고 상황이나 감정에 대한 묘사를 적당히 해주었다. 그래서 배경지식이 없던 나도 몰입할 수 있었다. 작가는 어린 시절 가족이나 친척들에게 받는 상처와 고통을 굉장히 잘 묘사해냈다. 어린 나이 때에 그것이 무엇인지, 얼마나 고통스러운지도 잘 모르면서 적응하고 살아가기 위해 혼란 속에서 발버둥 치는 모습이 아주 잘 묘사되었다.

 

작가는 여러 인물들의 입장을 모두 보여주기 위해 전지적 작가 시점을 이용했다. 그러나 묘하게 주어를 가려 그때그때에 맞추어 각 인물들의 1인칭 시점으로 서술되는 듯한 느낌을 형성했다. 또한 대화에도 큰따옴표를 제거하고 들여 쓰기도 없애 서술과 대화의 경계를 묘하게 흐려 더욱 1인칭적 느낌을 강하게 냈다. 여러 인물의 내면에 쉽게 이입해서 이야기를 공감할 수 있었다. 아주 효율적인 서술 방식이었다.

 

연작소설로서 보지 않고, 각각의 단편소설이라고 생각하고 살펴보면 아쉬운 점들이 보인다. 단편 하나하나가 경제적으로 꼭 필요한 말만 담았다거나 큰 의미나 깨달음을 주지는 못했다. 단순히 묘사를 위해서 혹은 줄거리를 전개하기 위해서 삽입된 부분도 많았다. 순자씨에 대한 이야기는 어느 한 편만으로는 납득하기 힘들다. 이 작품들은 네 작품이 묶여 비로소 의미를 형성한다. 그렇다고 장편소설처럼 쭉 이어서 보는 것을 추천하지는 않는다. 한 번에 읽기보다는 단편 별로 끊어 읽는 것을 추천한다. 단편 별로 이야기의 기승전결이 새로 지어지는 느낌이라 한 번에 읽으면 오히려 흐름이 끊긴다.

 

<인물 묘사의 아쉬움>

이런 장편의 성격을 띠고 있는 연작소설집에서는 첫 부분에 독자들이 인물에 대해 쉽게 파악할 수 있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어려운 이름 설정, 늦게 밝히는 성별이나, 첫 부분의 애매한 묘사 등으로 인물의 관계도가 머릿속에 깨끗하게 그려지지 않아 초반 부분에 이해하는데 불편함을 겪었다.

 

이순일, 한영진, 한민수 등 다른 인물들에 대해서는 다 잘 드러났는데 한세진에 대해서는 묘사가 잘 이루어지지 않은 것 같다. 마지막 한 편 다가오는 것들이 한세진의 입장에서 서술되는 이야기였음에도 에필로그적인 색깔만 강하고 한세진에 대해서는 잘 드러나지 않았다. 말이 없는 캐릭터이긴 했지만 이 부분은 작가가 좀 더 신경 써줄 수 있던 부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 단편에 갑자기 등장하는 하미연도 뜬금없다는 느낌을 받았고 하미연으로 한세진 설명을 대체한 것 같아 독자에게 어떤 사고의 흐름을 요구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작품 중 등장하는 이순일도 모순적인 모습들이 보인다. 집안일에서 그렇게 탈출하고 싶어 했으면서 결혼을 한 이후에는 한영진을 밥상에 붙들어 놓고 평생 집안일을 하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작품에서 그려진 성격이나 묘사 방식에 비해 이순일의 대화 방식은 나긋하다가도 꽤 거칠고 배려 없기도 하는 뒤죽박죽의 말투를 보였다. 속으로는 한세진이 잘 되길 그렇게 빌면서 겉으로는 차갑게 툭툭 뱉는 말투가 어색함을 풍겼다. 이 부분은 실제로 작가가 순자씨를 인터뷰하면서 형성한 캐릭터였을 테니 현실의 인물을 따랐을 것이다. 문학의 논리와 현실의 논리는 다른 법인데 그를 간과하고 현실의 논리를 설명 없이 가져다 쓴 것 같아 아쉽다.

 

<하고 싶은 것을 다 하고 살 수는 없다>

연년세세의 네 작품을 모두 관통하는 말이 하고 싶은 것을 다 하고 살 수는 없다인 것 같다. 결국 순자씨가 전부 참으며 살아왔던 것도, 작가가 이 책을 통해 줄 수 있는 메시지도 이것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는 깊은 삶의 통찰을 통해 드러난 말이다.

 

이 작품에서 모든 범위에 걸쳐 항상 연관 지어 등장하는 것이 가족이다. 가족과 함께 살아가려면 반드시 포기해야 하는 부분이 나온다. 가족은 서로 도움만 되는 존재는 아니다. 가족은 서로에게 기생하기도 하고 피해를 주기도 하며 무시하고 상처를 주기도 한다. 가족의 단위가 커져 친척에게까지 넘어가면 그런 것들은 더욱 심해진다.

 

가족이 필요한 이유는 단 하나이다. 생존을 위해서이다. 연약한 시기에 생존에 도움을 받기 위해서. 생존의 문제가 걸려 있으니 가족한테는 더욱 배려가 없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그런 시기에 도움을 받지 못했다면? 그런 사람이 가족을 위해 희생할 필요가 있을까? 이순일은 가족을 위해서 자신이 하고 싶은 것도 포기해야 할 만한 사람일까?

 

그 이야기를 확장시켜보면 가족이 반드시 필요하고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사회 통념이 만들어낸 고정관념일 수 있다. 우리는 당연하게 하고 싶은 것들을 포기하면서 가족을 끌어안아야 할까? 나는 작품을 보는 내내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은 가족에서부터 벗어나면 각자 모두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행복할 수 있다. 그들을 하나로 묶고 있는 것은 가족이 끈끈한 정이 아니다. 당연히 가족은 붙어있어야 한다는 통념과 생존이다.

 

<의도를 드러낸 것에 대한 아쉬움>

작가는 작품 중간중간에 다분하게 의도를 묻혀 놓았다. 단순히 이야기를 빈틈없이 구성해주고 독자들이 스스로 의미를 찾을 수 있었으면 훨씬 좋은 작품이 됐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의도가 담겨있는 글은 경계되기 마련이고 몰입감이 떨어지게 된다. 다행히도 이 작품에서는 의도가 묻어나긴 하지만 못 읽을 정도로 크진 않았다.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였지만 그런 부분은 무시하면서 읽어 나갈 수 있었다. 그렇게 나는 스스로의 의미를 형성할 수 있었다.

 

작가의 말에 사람들은 이 이야기를 가족 이야기로 읽을까?’라는 문구에서 작은 실망을 했다. 가족 이야기로 읽든 다르게 읽든 각자 독자들은 필요한 방식대로 읽는 것이다. 가족 이야기로만 읽으면 잘못 읽은 것이고 다른 이야기도 생각해 보라고 하는 듯한 뉘앙스를 받았다.

 

여성 인물들의 감정이나 일상은 묘사가 꼼꼼하게 이루어진 데에 비해 남성 인물들은 입체적이지 못하고 뭉뚱그려서 그려졌다. 그런 점이 작품의 입체감을 형성하는데 해가 된 것 같다. 주인공은 등장하는 여러 여성들이고 남성들은 그냥 단순하게 설정한 장애물 오브젝트 같았다. 남성들은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묘사되지 않고 그냥 그런 사람들로 묘사되었다.

 

책을 다 읽고 나서의 느낌은, 재미를 위한 소설이라기보다는 천천히 음미하며 원하는 만큼 끊어 읽을 수 있는 감정 소설이었다. 작가의 말에 있는 대로 순자씨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거였다면 아주 성공적이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 다만, 좀 더 의도를 덜어내고 작품으로써만 의미를 담아내 주었다면 독자들이 더 몰입하고 각자에게 맞는 해석을 해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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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모킹 오레오 새소설 7
김홍 지음 / 자음과모음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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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판타지 가족 영화를 시청한 듯하다.

김홍 작가의 스모킹 오레오는 254쪽의 비교적 짧은 장편소설이다. 자음과 모음의 새소설 시리즈를 처음 읽어 보았지만 '새소설'이 추구하는 참신하고 첨예한 작가의 시선이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있었다. 언제나 그렇듯 새롭고 참신한 작품들은 강한 재미를 자아내지만 그만큼의 의미는 담기 힘들다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스모킹 오레오는 재미와 의미를 둘 다 담아내고 있을까?

<문체와 전개 방식, 그리고 유머>
'스모킹 오레오'는 인물과 시점을 계속 바꿔가면서 진행되는 추리 형식의 소설이다. 서울에서 총기 사건이 일어나게 한 범인은 누구인가를 향해 달려가는 여러 사람들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내용이 전개된다.
작품에는 총기 하나로 빚어질 수 있는 다양한 사람들의 관계 양상이 나타난다. 인물의 시점마다 챕터가 나눠져 있으며 한 챕터의 분량이 짧기 때문에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다.
화자로 작용하는 인물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인물들마다 문체나 설명하는 방식을 다르게 설정해주면서 각각의 인물의 특징이 더욱 돋보인다. 특히 등장인물 중 '오수안'의 서술 방식은 굉장히 독특하고 재치 있다.
하나의 총기 사건에도 서로 상이한 여러 사람들이 관련되어 나온다. 그러나 이야기의 진행에 따라 그 인물들은 서로 유기적으로 얽혀 있기 때문에, 시점이 계속 변경되는데도 산만하고 복잡한 느낌이 덜하고 이야기의 메인 흐름이 느껴진다.
작가는 작품 내에서 굉장히 유머러스한 모습을 보여준다. 작가는 서술 사이사이에 인물들의 길지 않은 대화를 자주 넣는 편인데, 인물들의 대화 하나하나가 웃음을 자아낸다. 그러나 작품 내에 등장하는 거의 모든 대화가 비슷한 양상을 띄고 있기 때문에, 뒷부분에 가면서는 인물들의 자연스러운 대화라기보다는 인위적인 느낌을 받았다.

<깊이 있는 관찰력과 세심한 배려>
인물이 많이 등장하는 만큼 인물들의 상황이나 인간관계, 생각들이 등장한다. 작가는 등장인물들의 생각을 1인칭의 덤덤한 독백 또는 다른 인물과의 대화에서 내비친다. 이 생각들은 깊게 관찰하고 분석해보고 생각하지 않으면 쉽게 느끼지 못할 것들이 많이 있었다. 서로 특징이 다른 여러 인물들이 가지는 각자의 이해관계와 고충들이 깊게 묘사되어 있어서, 몰입하여 읽고 여러 생각을 해볼 수 있었다.
작품 속에서 작가의 세심하고 꼼꼼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한 등장인물도 놓치지 않고 꼼꼼하게 에필로그까지 챙겨주는 친절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에필로그에서 소소한 재미와 훈훈함을 느끼고 갈 수 있다. 이런 배려는 적극 찬성이다.

<특이한 소재와 개연성>
'스모킹 오레오'의 가장 메인 소재는 서울 한복판에서 일어나는 총기 사건이다. 설정 자체를 굉장히 새롭고 매력적으로 잡았다. 첫 장을 읽을 때부터 서울에서 총기 사건이 발생하면 어떻게 될지에 대한 궁금함이 강하게 들었다. 이것이 작품에 대해서 기대를 가지고 읽도록 도와주었다. 중후반까지는 뒤의 이야기를 전혀 예상할 수 없을 정도로 총기 사건의 독특함은 강렬했다.
제목 그대로 오레오를 가루로 빻아서 담배처럼 피는 장면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다른 것보다는 그런 신선한 소재를 생각할 수 있다는 것에서 놀랐다. 처음 접하는 이야기에 대한 흥미는 당연히 따라왔다.
특이한 소재는 신선함과 재미를 주었지만 개연성을 앗아 갔다는 느낌이 들었다. 배후의 누군가가 벌인 총기 사건은 생각보다 이야기가 커지다가 결국 범인은 없었다(?)는 느낌을 만들어 내었다. 오레오를 담배처럼 피는 장면에는, 왜 하필 오레오인지, 그것을 피면 왜 각성하는지, 등의 설명 없이 단순히 영화적 장치를 위해서 쓰였다. 로스트 치킨은 구체적인 이름을 정해주지 않는 편이 더 나았을지도 모른다. 서로 이어질 수 없는 장면들을 개연성 없이 강제로 잇기 위해서 특이한 소재의 장치들을 억지로 끼워 넣은 느낌이 들었다.

<독특한 세계관 설정이 전부인 영화>
짧은 장면들이 여러 시점에서 적절하게 분배되고 교체되기 때문에 읽는 독자도 좀 더 긴장을 느끼고 지루할 세 없이 몰입해서 따라갈 수 있었던 것 같다. 굉장히 고민이 많이 되고 복잡했을 순서 배치였는데도 이 부분은 훌륭하게 해냈다. 이 부분만큼은 작가의 역량을 인정한다.
한 장면의 길이가 꽤 짧은 편이고, 한 장면마다 대화도 짧게 자주 들어가기 때문에 소설보다는 영화스러운 느낌이 더 강하게 난다. 장면 전환의 방식들도, 외적인 이미지들을 묘사해서 표현할 때도 영화의 연출을 많이 차용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이라는 매체에 대한 고민보다는 영화를 먼저 상상하고 그것을 그대로 받아 적은 것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확실히 글이 주는 큰 특징 중에 하나인 상상력이 들어갈 틈이 조금 적었다는 생각이 든다.

책을 다 읽고 나서의 느낌은, 재미있는 한국 판타지 가족 영화를 시청한 듯하다. 소재도 전개 방식도 굉장히 독특하고 재치 있었지만 정리와 마무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쉽게 떠오르는 흔한 영화의 방식대로 마무리를 지은 것 같아서 아쉽다. 마무리에 좀 더 힘을 썼었다면 더욱 훌륭한 걸작이 되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동물 분장을 한 반드시의 등장부터 책을 덮을까 말까 고민했다.
이 책을 읽은 후 가끔은 총의 개념이 사라졌던 것처럼 다른 것의 개념도 사라졌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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