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의 어릿광대 - 지옥의 어릿광대 vs 아케치 고고로 국내 미출간 소설 18
에도가와 란포 지음, 박현석 옮김 / 현인 / 2020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솔직히 재미있었다. 그러나 특별할 것 없는 전형적인 추리소설이었다. 3/10

 

<번역의 질>

번역이 완전하지 않은 것 같다. 이상한 문장도 여럿 보인다. 일반인이 일어 공부할 겸 번역한 영화 자막 같다. 읽는 데에 지장은 없다. 그러나 분위기 전달에 방해가 되고 몰입도가 떨어진다.

왜 번역을 이렇게 했는지 궁금해서 출판사를 검색해보았다. 외국 소설들, 그중 특히 일본과 추리 소설들을 번역하여 출판하는 곳이었다. 한국에 들어오지 않은 좋은 외국 작품들을 번역하기 위해 출판을 시작했다고 하는데 아무래도 1인 출판사 같다. 번역해 출판한 책이 생각보다 많았다. 번역의 질이 조금 떨어지더라도, 이렇게라도 번역해주지 않았다면 아예 읽을 기회가 없었을 것이니 감사한 마음을 가지겠다.

 

<특이한 점>

초반과 중반, 후반의 분위기와 전개 속도가 다르다. 초반에는 분위기 형성을 중심으로 서서히 묘사한 것에 비해, 중후반은 사건이 점점 전개됨에 따라 필요한 부분만 얘기하며 빠르게 전개해 속도를 높였다. 완급 조절이 잘 되었다.

초반은 진행을 천천히 가져가고 있는데도 긴장감이 조성된다.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주변을 묘사할 때 작은 점들을 잘 짚어내어 묘사해주었기에 가능했다. 이미지를 상상할 수 있을 만한 요소를 많이 보여주어 분위기를 잘 형성했다.

중반엔 이미 분위기가 잡혀있으니 속도와 긴장감을 떨어트리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어떤 정보를 공개하고 어떤 정보를 공개하지 않을지 잘 선정해 필요한 정보만을 잘 담았다.

그러나 후반은 탐정인 인물이 줄줄이 다 설명하는 것으로 끝난다. 전형적인 추리 소설의 결말이다.

 

전체적으로 인물이 꽤 많은 편이다. 그러나 새 인물이 등장하면 이전 인물의 이야기를 깔끔하게 정리하고 다음 장면으로 넘어가는 방식을 통해 복잡하거나 인물들이 서로 섞이지 않고 명쾌하게 구분되었다. 단순 명쾌한 진행으로 몰입도 높고 빠르게 읽힌다.

 

주인공이 중반부터 등장한다. 큰 역할을 하긴 하지만 비중은 작은 편이다. 탐정이 등장하는 순간부터는 처음부터 끝까지 비슷한 방식으로 전개되기 마련인데, 앞에 중반을 탐정 없이 사건을 확장시키는 방향으로, 뒤의 반절을 탐정이 해결하는 방식으로 나눠 지루함을 줄였다.

 

<아쉬운 점>

전형적인 추리소설이다. 어디서 본 것 같은 장면들의 조합으로 구성되어 있다. 결말에 탐정이 줄줄이 해석해주는 것 또한, 인물들과 서술만으로는 숨겨진 내용을 말해줄 능력이 부족하니 탐정의 입으로 숨겨진 내용을 다 불어 버리는 방식이다. 기존의 추리 소설과 다를 것이 없다.

 

인물 간의 관계는 잘 설정했고, 탐정의 대사에서 연결성을 많이 부여하여 인물 관계에 힘이 실린다. 그러나 작은 요소들은 연결되지 않고 휘발성으로 사용했음에도 이상하게 강조되는 경우가 많았다.

다른 인물들은 꼼꼼하게 사용한 것에 비해, 처음 차 운전 수는 도망간 이후 등장하지도 않는다. 미야코가 왜 장난감들을 이용해서 살인을 예고했는지 등장하지 않는다. 미야코가 활을 잘 쏘는 이유도 등장하지 않는데 소설 내에서 사용되었다. 미야코가 부른 노래가 무슨 의미인지, 어떻게 미야코가 레이코를 매혹할 정도로 노래를 잘 부를 수 있었는지가 등장했으면 충분히 채워질 수 있던 부분이지만 그런 요소들을 타당한 정당성 없이 그냥 사용했다.

 

사건과 줄거리는 잘 잡혀 있는 데에 반해, 캐릭터는 제대로 잡혀있지 않다. 미야코와 시라이가 허혼을 한 이유도 등장하지 않는다. 시라이는 약혼자 죽고 사랑하던 이가 실종됐는데, 연주회에 가고 동료 여자를 걱정하고 있다. 미야코는 치밀한 범죄자처럼 비춰지나 얼굴에 극약까지 뿌리는 돌이킬 수 없는 일을 해놓고 레이코가 자기를 데려갈지 아닐지는 운에 맡겼다. 갑자기 뜬금없이 슬프게 노래를 부른다고 해서 레이코가 데려갈 만큼 레이코의 캐릭터를 제대로 구축하지도 못했다.

 

-------------------

문학을 사랑하는 우리는 선뜻입니다.

https://linktr.ee/sunddeut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