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자꾸 내 탓을 할까 - 내 마음 제대로 들여다보는 법
허규형 지음 / 오리지널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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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라인이든 온라인이든 서점에서나 책 플랫폼에서 책들을 둘러보다 보면 홀린듯이 이끌리게 되는 제목을 가끔 마주친다. 처음 밀리의 서재에서 이 책을 봤을 때 그랬다. 요즘은 어떤 일이 일어났을 때 '내덕네탓'을 구호처럼 외치면서 내 탓이 아니라고 우겨보기도 하지만, 나는 어떤 문제가 생기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 끝에 결과적으로는 내 탓이라고 결론을 낸다. 정말 내가 잘못해서 내 탓일 때도 있고 남 탓이지만 이게 다 태어난 내 잘못이라며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내 탓이 될 때도 있다. 

그런 상황이었기 때문일까, 이 책 제목을 보고는 끌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책을 읽고 나서 뭔가가 드라마틱하게 변화할 수 있는 해결책을 바라기보다는 내가 어떤 일을 내 탓으로 결론내는 저변에 어떤 원인이 있는지, 나랑 조금 더 잘 지내보려면 내가 어떤 노력을 할 수 있는지를 궁금해하며 책을 읽기 시작했다.


책에는 크게 4파트로 나누어 마음을 들여다보며 돌볼 수 있는 26가지의 이야기를 담았다. 차례를 훑어보면서 이미 흥미로운 주제들을 몇가지 발견했다. 주제들 중에 책을 함께 만든 사람들의 pick을 체크해둔 것이 독특하고 재미있었다. 책을 다 읽고 나면 나는 어느 이야기를 고르게 될까 궁금해 하며 첫 장부터 읽었다. 책을 읽다가 마음에 남았던 문장 몇 가지를 남겨본다.


책을 읽으면서 이번에 처음 알게된 사실들도 많았고, 비슷한 의미일 줄 알았는데 알고보면 다른 개념인 말들도 알 수 있었다. 집중력과 주의력이 그랬다. 옮겨 적은 문장 만으로는 의미가 명확하게 와닿지 않을 수도 있는데 나처럼 예를 들어주지 않으면 이해를 잘 못하는 사람을 위해서 적절한 예가 바로 이어진다. 자존심과 자존감도 어렴풋이 무엇인지는 알겠지만 정확히 어떻게 다른지 설명하자면 막막했는데 이번에 책을 읽으면서 다시 뜻을 명확하게 이해했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는 내가 늘 하고 있는 생각이라서 뜨끔했다. 내가 나를 사랑하는 것과는 별개로 내 역량을 그렇게 높게 평가하고 있지는 않은 편인데, 어떤 성취를 해냈을 때 내가 해낸 건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고 다만 나는 운이 좋았을 뿐이라는 생각은 거의 매번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하는 생각이다. 겸손과는 결이 다른 이런 생각이 이어지면 나타날 수 있는 일들을 읽으며 앞으로는 내 능력을 조금 더 인정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나만 그렇지는 않을 것 같은데 책을 읽으면서 맞아맞아 하며 고개를 끄덕이는 대목이 여러 번 있었다. 이 부분도 그랬는데, 나 이상한 사람인가?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이유는 실제로 내가 이상해서가 아니라 '이상하다고 생각'해서 그렇다는 말에 위로를 받았다.


나는 이직이 제법 잦은 편인데, 그럴 때마다 앞에 옮겨놓은 문장처럼 내가 이상한가, 다른 사람들 다 참고 사는 일을 나만 못참는 것일까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내 상황을 알고 쓰신 책도 아닐 텐데 책의 중간중간 내 상황을 알고 쓰신 건가 싶은 문장들을 자주 만났다. 아마 나와 비슷한 고민을 안고 전문가를 찾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겠구나 싶어서,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에 안도 비슷한 걸 했다.


작심삼일의 과학적 근거도 책에서 보고 반가운 마음이었다. 내가 지나친 의지박약이 아니라 세로토닌 때문이었군! 하면서 괜히 의기양양해졌다. 책에서 읽은 대로 너무 무리한 목표를 세워서 쉽게 무너지기보다는 지킬 수 있는 목표부터 차근차근 밟아나갈 수 있도록 계획을 잘 짜봐야겠다.


그걸 안다는 게 당장 어떤 해결 방법이 되지는 않겠지만 내가 처한 상황이 스트레스 상황이라는 걸 알고 모르고는 큰 차이라는 걸 책을 읽으며 알게 되었다. 당장 스트레스의 원인에서 빠져나올 수 없는 상황이라하더라도 내가 스트레스로 인해 몸이 상할 지경이라는 걸 알게 되면 적어도 전문가의 도움을 구할 수는 있게 될테니까. 내 마음을 들여다 보면서 내가 어떤 상황에서 스트레스를 받는지 견딜 수 있는 역치는 어디까지인지 차차 알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다 읽고 나니까 내 탓을 하지 않는 방법이나 마음가짐을 찾았다기보다는 내가 나를 조금 더 인정하고 아껴줄 수 있는 방향을 찾은 기분이 들었다. 마지막 페이지를 읽고 나서 다시 차례 페이지로 돌아가서 내 마음에 제일 와닿은 이야기를 골라보려고 했다. 하나만 고르기가 쉽지 않았지만 '해야하는 것과 할 수 있는 것'을 읽으면서 독서 노트에 옮겨 적은 문장들이 제일 많았다. 누구든 적어도 한 가지는 깊이 와닿는 이야기를 만날 수 있을 것 같아서, 요즘 마음이 힘들거나 무기력한 사람들이라면, 그렇지 않더라도 내 마음을 조금 더 깊이 알아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한번쯤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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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리 드링크 - 인류사 뒤편에 존재했던 위대한 여성 술꾼들의 연대기
맬러리 오마라 지음, 정영은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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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술을 잘 못한다. 합법적으로 술을 마실 수 있게 된 후부터 주량에 대해 질문받는 일이 많아졌는데, 그때마다 나는 주종 상관 없이 2cm라고 답한다. 애초에 주량이라는 건 무엇이 기준일까 애매해서 나는 내가 기분이 딱 좋을 정도가 되는 시점을 기준으로 정했다. 아빠를 닮아서 술을 한 방울만 마셔도 들통으로 마신 것처럼 얼굴이 빨개져서 밖에서 술을 마시면 항상 취하기 전에 같이 마시는 사람들에게 술잔을 빼앗기곤 했다. 다행히 술을 썩 좋아하지도 않아서 아쉬울 때는 별로 없지만 가끔 기분을 내고 싶을 때는 집에서 조용히 혼술을 한다.

그렇게 나름 드문드문 혼자만의 음주 생활을 즐기던 중에 드라마 술꾼도시여자들을 재미있게 보고 술을 자유자재로 마시는 모습을 살짝 동경하게 되었다. 드라마를 볼 때 나는 병 단위로 술을 마시려면 다시 태어나야겠군...하면서 제로 맥주나 느린마을 막걸리를 (2cm) 따라 놓고 기분을 냈다. 그 술꾼도시여자들의 웹툰과 드라마 작가의 추천을 받은, 여성 술꾼들의 역사이야기를 담은 책이 어느날 내 눈에 띄었다. 술을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 쓴 책을 술을 정말 좋아하는 사람들이 추천했다니, 술에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던 나도 한번쯤 읽어보고 싶어졌다. 



아직 본문이 시작되기도 전에, 역사 속 어느 시대에 술잔을 잡았어도 결과가 화형으로 수렴되었을 거라는 추천사를 읽으면서 도대체 이 책에 무슨 내용이 담겨있는 건가 슬슬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술의 역사를 담고 있는 책답게 그 기원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알코올은 발명이 아니라 발견되었을 거라는 내용도 흥미로웠고, 함무라비 법전이 만들어지기 이전에는 여성이 술과 관련된 분야에서 주체적인 입장이었다는 것도 새로웠다. 책에서는 15개의 챕터로 나누어 문명이 시작되는 먼 옛날부터 최근까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책에서 다루고 있는 역사 속 인물들 중에서는 처음 보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흥미진진했지만 아무래도 내가 이름을 한번쯤은 들어본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올 때 더 집중하며 읽게 되었다. 과음을 하는 건 아니지만 술을 정말 좋아하던 클레오파트라와 안토니우스가 주축이 되어 만든 '흉내 낼 수 없는 간'이라는 단체 이야기도 흥미로웠고, 내가 대강만 알고 있었던 클레오파트라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면서 조금 더 알고 싶어졌다. 클레오파트라에게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은 로마 역사가들의 입장에서 서술된 이야기만을 읽어왔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중국 시인 이청조의 이야기도 인상적이었다. 그당시에 금기시 되던 술과 욕망을 소재로 삼은 시를 지어서 남성 평론가들에게는 괴물 취급을 받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평론가들조차 이청조의 능력은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는 내용을 보면서 이청조의 시를 읽어보고 싶어졌다. 책에도 인용된 시가 있었는데 이정도면 서정시 아닌가 싶을 정도로 잔잔한 시였다. 



클레오파트라 이야기를 읽으면서도 느꼈지만, 음주 자체가 아니라 과음이 문제라는 걸 예카테리나 챕터를 읽으며 다시 한번 느꼈다. 책 속에는 이렇게 모르는 사람이 드물 정도로 정말 유명한 인물들의 이야기도 있지만, 술의 전반적인 역사를 다루면서 낯선 인물들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아픔을 이기기 위해 데킬라를 마시겠다는 멕시코 가수의 이야기도, 금주령의 시대에 술을 만들고 마시고 팔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도 흥미진진했다. 



책을 처음 손에 들었을 때 생각했던 것보다 분량이 많아서, 술에 대해서는 완전히 문외한인 내가 끝까지 다 읽을 수 있을까 살짝 쫄았는데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책의 머리말만 읽어도 저자가 술에 얼마나 진심인지, 그리고 그 좋아하는 대상에 대해 이야기하는 걸 얼마나 좋아하는지 느껴졌다. 역사, 술, 여성이라는 키워드가 자칫 딱딱하고 무겁게 느껴질 수 있지만 책을 읽는 내내 그냥 술자리에서 박학다식하고 말빨좋은 재미있는 언니가 알쓸신잡 스타일로 이야기를 늘어놓는 느낌이었다. 술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읽어보면 좋겠다.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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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설계자 - 장르불문 존재감을 발휘하는 단단한 스토리 코어 설계법
리사 크론 지음, 홍한결 옮김 / 부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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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말하면 너무 mbti에 과몰입하는 느낌은 있지만, 네 자리 중 두 번째 자리가 N인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공상에 가까운) 생각을 많이 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나는 mbti 검사를 최초로 했던 대학생 때부터 최근까지 계속 같은 유형이 나온다. infp인데 p와 j는 그럭저럭 60:40 정도로 반반 느낌인데, n과 s는 80:20 정도로 n의 비중이 월등히 높다. 심지어 가족 구성원 전원의 둘째 자리가 다 n이라 기본적으로 다들 쓸데없는 상상들을 많이 해서, 나는 다들 이렇게 들숨에 공상을 하고 날숨에 망상을 하며 사는 줄 알았다. 

그러다가 어느날 이렇게 공상만 할 게 아니라 이야기로 만들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막연히 하게 되었고, 그때부터 아이디어 노트를 쓰기 시작했다. 막상 써놓으려니 너무 평범한 것 같고 재미가 없을 것 같아서 아이디어를 써놓는 것도 쉽지 않았다. 아이디어가 10개쯤 모이면 그중 하나는 써볼 수 있지 않을까 싶었고, 올해 초 10개가 찼다. 그리고 공상을 하는 것과 그 공상을 짧게 적어놓은 아이디어로 한 편의 이야기로 완성하는 건 완전히 다른 차원이라는 걸 한글파일을 켜는 순간 깨달았다. 마감이 있는 것도 아니니 이건 천천히 생각해보자고 슬쩍 미뤄놓고 지내다가 스토리 설계자 출간 소식을 듣게 되었다. 어쩌면 미뤄놓은 이야기를 완성할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지고 읽기 시작했다.


스토리의 축은 외적 투쟁이 아니라 내적 투쟁이다. 주인공이 '외적' 플롯으로 인해 발생한 문제를 풀기 위해 '내적'으로 무엇을 깨닫고 무엇을 극복하고 무엇을 감당해야 하는가가 중요하다.

책을 펴고 들어가는 글을 읽으면서 이미 '아 나는 시작부터 완전히 잘못 쓰고 있었구나'라고 느꼈다. 아무리 매력적이고 흥미진진한 사건들을 꽉꽉 채워도 그걸 관통하는 하나의 '내적' 투쟁이 뚜렷하지 않으면 독자들에게 크게 와닿지 않을 수 있다는 내용을 읽으면서 그동안 내가 읽었던 매력적인 이야기들이 대부분 그랬다는 걸 깨달았다.


작가들이 골치 아플 수밖에 없는 게, 스토리에 반응하는 행동이야 누구나 태어나면서부터 아무 생각 없이 할 수 있지만, 독자의 뇌를 장악하는 스토리를 '쓰는' 능력은 처음부터 타고 나지 않는다.

이 부분도 공감하며 읽었다. 가끔 스토리나 소재는 평범한데 작가가 글을 너무 잘 쓰는 바람에 필력에 멱살 잡혀서 끝까지 읽는 경우가 드물게 있지만, 반대로 소재가 너무 독특하고 스토리가 참신해서 글 자체는 살짝 아쉽지만 끝까지 읽게 되는 경우가 더 많다. 책에서 예로 든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는, 빈말이라도 작가가 글을 잘쓴다고 할 수는 없는 수준이지만 스토리의 힘으로 1억부가 넘는 판매고를 올렸다고 한다. 문장을 갈고 닦는 일도 물론 중요하지만 스토리를 체계적으로 만드는 노력이 우선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토리텔러로서 당신이 할 일은 주인공이 무엇을 깨닫는다고 말로 일러 주는 게 아니라, 주인공에게 그 깨달음을 가져다주는 사건 속에 독자를 떨어뜨려 놓는 것이다. 작가들이 흔히 저지르는 실수가 장면 속으로 너무 늦게 뛰어드는 것이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이런 내용을 마주칠 때마다 '정말 그랬나?' 하며 그동안 재미있게 읽었던 문학 작품들을 떠올려 봤는데 거의 예외없이 들어맞아서 신기했다. 독자한테 하나부터 열까지 다 설명하지 말고 주인공의 머리, 주인공이 겪는 사건 속에 떨어뜨려 놓으라는 말이 와닿았다. 구구절절 설명을 하는 게 이미 개연성이나 설득력이 약하다는 증거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며 읽었다.


작가들이 가끔 저지르는 실수가 있다. '아이의 생각'을 지나치게 단순하고 피상적이며 뻔하게 그리는 것이다. 전혀 그렇지 않다. (...) 아이들 생각은 더 원초적이기에, 어른들 생각보다 훨씬 정직할 때가 많다. 사고의 깊이도 어른보다는 깊지 않을지언정 어른 못지 않다.

이야기를 쓰려고 이것저것 작법서를 찾아보며 캐릭터를 잡아가려고 할 때 나한테는 '어린이'가 가장 어려웠다. 내 어린이 시절은 너무 한참 지나버렸고, 가까운(!) 어린이가 없어서 기준을 잡기가 쉽지 않은가 싶었는데 이 부분을 읽으면서 내가 어린이를 너무 뻔하게만 그리고 있지 않았나 반성했다. 책에서도 언급한 <앵무새 죽이기>,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은 나도 정말 좋아하는 소설인데, 다시 읽으면서 어린이를 어떻게 그렸는지 살펴야겠다고 생각했다.


"왜?"라고 질문하면서 뿌연 안개를 몰아내고, 스토리의 인과경로를 머릿속에 명확하게 그려 금방이라도 생동할 것처럼 만들 수 있다.

그리고 그 물음의 답은 항상 과거에 있다.

드라마나 책을 볼 때 처음에는 도대체 누가 이런 (긍정적으로) 미친 생각을 했을까 소름끼쳐하며 읽다가 끝날 무렵에 수습이 안되는 걸 보면서 안타까웠던 적이 가끔 있었다. 물론 처음에 뿌려놓은 떡밥 회수까지 싹 다 하고 깔끔하게 끝나는 작품도 있지만, 개연성 어디갔냐고 안타까워하게 만드는 작품도 있다. 후자가 되지 않으려면 끊임없이 "왜?"를 물으면서 쉽지는 않겠지만 인과관계를 탄탄하게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컨대, 주인공을 항상 더 힘들게 해야 한다. 절대 봐주지 말자. 나쁜 일이 일어날 만하면, 일어나게 하자. 주인공이 상상한 최악보다도 더 나쁘게 만들자. 한마디로, 작가는 끊임없이 주인공의 발목을 붙잡을 의무가 있음을 잊지 말자.

이건 사실 작법보다는 내용 자체가 와닿아서 옮겨 적은 부분이었다. 주인공도 몰랐던 깊숙한 내면의 힘을 최대한 끌어내는 상황을 만들기 위해 작가는 주인공을 봐주면 안된다는 내용을 읽으면서, 나도 주인공이긴 한가보다...하면서 위로 아닌 위로를 받았다. 이야기를 쓰게 되면 내 주인공도 너무 봐주지 말고 필요하면 가차없이 굴어야겠다고 다짐했다.


책을 다 읽고 나니까 내가 이야기를 쓰려고 다짐한 후에 왜 막막했는지, 어디에서 막혔는지를 알 수 있었다. 물론 진짜 도움이 되려면 읽는 걸로 끝내지 않고 적용을 해야겠지만, 적어도 쓰기 전에 큰 방향을 잡아준 느낌이다. "왜?"와 "그래서?"라는 질문을 아끼지 않으면서 인과관계가 탄탄한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주인공이 외적 목표를 달성하도록, 그리고 내적 변화가 뚜렷하게 보이도록 잘 궁리해봐야겠다. 언젠가 아이디어를 한 편의 이야기로 완성하고 싶은 사람들이 읽으면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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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하게 살아 있는 캐릭터 만드는 법 - 심리학으로 풀어낸 개성 넘치는 캐릭터 창작법 예비 작가를 전업 작가로 만드는 작법서 시리즈 2
키라앤 펠리컨 지음, 정미화 옮김 / 아날로그(글담)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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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정말 매력적인 이야기를 읽으면 사건에 집중하며 읽었었다. 도대체 어떻게 사건을 이렇게 꼼꼼하게 설계했을까, 이런 이야기는 어떻게 생각해냈을까 하고 작가에게 감탄했었다. 요즘도 정말 잘 짜인 이야기를 읽으면 사건을 꼼꼼하게 만들어낸 작가의 상상력에도 놀라지만, 없던 인물을 창조해낸 것에 더 크게 감탄한다. 한 사람의 인생 전체를 상상하고 설정해서, 성격의 어떤 부분을 드러내고 감출지를 생각해내는 게 정말 대단하다고 느낀다. 작가들은 어떤 방법으로 인물의 성격과 삶을 만들어내는지 막연히 궁금해하던 차에 이 책을 발견했다. 작품 속 인물을 어떻게 창조하는지에 대해 알면, 앞으로 소설을 읽거나 영화를 볼 때 등장 인물의 대사나 행동에서 더 많은 것들을 알 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가지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오랫동안 몰입했던 이야기를 다 읽고 나면 항상 등장인물이 그 후에 어떻게 살고 있는지가 항상 신경이 쓰였다. 요즘도 1년에 한두번은 꼭 읽는 마틸다를 처음 읽었을 때 특히 그랬다. 책을 덮고 나서도 마틸다가 어떤 어른이 되었을지가 계속 신경쓰였다. 책에서 이 부분을 읽으면서 마틸다 생각이 났다. 처음에는 마틸다에게만 집중했었는데, 여러 차례 읽으면서 다른 인물들의 매력도 발견할 수 있었다. 로알드 달은 어떻게 이렇게 매력있는 인물들과 사건을 만들어냈을까 내내 감탄하며 읽었다.



문학작품을 읽었을 때의 장점으로 간접 경험을 꼽는 사람도 많다. 어릴 때는 글로 읽는 간접 경험이 크게 의미가 있나 싶었는데, 책으로 어떤 상황을 한번 접해본 것과 아닌 것에는 생각보다 큰 차이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나 싶은 암담한 상황에 처했을 때도 비슷하게 절망했던 소설 속 인물들의 태도나 마음가짐 같은 것들을 떠올려보며, 그래도 내 상황이 그 지경으로 최악은 아니라는 어떤 안도를 느낄 때도 있고 사람 사는 건 결국 다 비슷하구나 하는 위로를 받을 때도 있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매력적인 인물은 항상 호기심을 자극한다는 말에 깊이 공감했다. 이야기 속 등장인물뿐 아니라 실제 생활에서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연애를 시작할 때는 상대방의 일거수일투족이 다 궁금하고 신경이 쓰이다가도 연애가 끝날 무렵에는 무덤덤해지는 그런 것과 비슷하지 않나 싶었다. 작가들은 등장인물을 사이에 두고 독자와 이런 밀당을 펼치는 건가 싶어서 새삼 대단하다고 느꼈다.



결국 매력적인 인물을 잘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은 인간을 잘 관찰하고 공감하고 특징을 잘 뽑아낼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사람이겠다고 생각했다. 어떤 특징을 어떻게 설정해서 캐릭터를 만들어야할지 어려움을 겪는 사람을 위해, 책에서는 빅 파이브 모형을 제시해서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 앞으로 어떤 작품을 처음 접할 때 나도 빅 파이브 모형을 생각하며 인물을 분석하게 될 것 같다. 등장 인물의 사소한 행동이나 대사가 왜 나왔는지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서 책을 읽고 나니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읽기 전에는 소설이나 시나리오를 쓸 때 인물 캐릭터를 잡아가는 작법 같은 것을 담고 있는 책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작법이라기 보다는 심리학에 가까운 내용들을 읽다 보니 허구의 인물을, 그것도 읽는 사람이 매력을 느끼는 인물을 만드는 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큰일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이야기의 매력은 사건이 얼마나 참신하고 몰입이 되는가에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 사건들도 결국 사람이 벌이는 일이라는 걸, 그래서 내가 매력을 느끼고 몰입했던 대상은 사건보다 인물일 때가 많았다는 걸 이 책을 읽으며 새삼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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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기쁨 기록 생활 - 행복은 셀프. 좋은 순간을 채집하는 행복 기록 일기장
김혜원 지음, 림예 그림 / 인디고(글담)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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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회사에서든 개인적으로든 기록을 제법 사소한 것까지 꼼꼼하게 하는 편이다. 성격이 꼼꼼해서가 아니라 그 반대라서 더 기록에 집중한다. 가벼운 건망증은 학교다닐 때부터 있었고 적어놓지 않으면 깜빡깜빡하는 일도 잦았다. 학교 다닐 때야 내가 일정을 잊으면 내 점수를 까먹고 끝이었지만, 회사에서는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서 약간 강박적으로 일정을 체크하고 꼼꼼하게 적어두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개인적으로 하는 기록들은 그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있었던 일들을 되도록 잘 체크해두려고 한다. 여러 다이어리를 써보다가 작년부터 불렛저널에 정착해서 내 마음대로 뭘 적을지 꾸미는 중이다. 


https://m.blog.naver.com/mindyland/222649736786

작년에는 저렇게 세 권을 쓰고 있었고, 올해도 10년일기와 불렛저널은 유지하기로 했다. 작년에 썼던 불렛저널은, 내가 프리랜서라서 더 그랬겠지만 일 스케줄이 집중적으로 써있었다. 올해는 회사와 내 생활을 분리해서 기록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불렛저널에 어떤 항목들을 넣을까를 작년 말부터 고민했다. 그때 만났던 책이 <작은 기쁨 기록 생활>이다. 내가 하루를 알차게 살기 위해 시간관리를 어떻게 할 것이고 열심히 지켰는지를 기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하루하루의 사소하게 즐거웠던 일과 작은 기쁨도 함께 기록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책을 읽으며 생각했다. 



책은 에세이 카테고리에 들어가 있지만, 책과 다이어리의 중간쯤이라고 느껴졌다. 매주 미션이 있는데 어쩌면 정말 사소할 수도 있는 작은 기쁨들을 채집해서 기록하는 일이다. 책의 첫머리에 적혀있었던 '행복은 크기보다 빈도가 중요하고, 인생은 자주 웃는 사람이 이기는 게임'이라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나는 제목들을 훑어보면서 1월 첫 주에 어떤 미션에 도전해볼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새로운 회사에서 보내는 첫 주라서 이 미션을 적당하지 않아보였지만, 지난 6개월동안 이렇게 살았던 기억이 나서 반가운 미션이었다. 시간 여유가 있어서 간단한 음식이라도 꼭 그릇에 잘 담아서 먹으려고 노력했었는데, 책에서 미션으로 보니 내가 잘 하고 있었구나 싶었다. 



한 줄 일기는 첫 주에 도전했던 미션은 아니었지만, 올해의 불렛저널을 구성할 때 포함시켰다. 불렛저널 설정을 하면서 이 책에서 아이디어를 제법 많이 얻었다. 나는 월별로 한줄일기 페이지를 따로 뒀다. 한 줄씩 쓰면 내용이 적을텐데 의미가 있을까 싶었지만, 오늘자로 1월 한줄일기가 8줄이 된 걸 보니 나중에 모아서 읽으면 재미있을 것 같다.



올해 첫 미션으로 고른 것은 바로 이 미션이었다. 긴 출퇴근 길 위에서 음악은 꼭 듣고 있을테니까 적당하다고 느껴졌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곡들로 채워진 플레이리스트를 랜덤으로 재생하면서 출근하는데, 그날 들었던 곡들 중에 마음에 들었던 세 곡을 골라서 기록했다.



이게 1월 첫 주에 내가 들었던 노래들 중에 그날그날 마음에 들었던 곡들. 듣기는 3곡 이상 들었지만 듣다보면 유난히 그날따라 가사가 마음에 꽂히는 곳이 있기도 했고, 옛날 노래가 생각나서 일부러 찾아듣기도 하고 그랬다. 모아놓고 보니까 내 플레이리스트는 진짜 중구난방이구나 싶어서 좀 웃겼다. 주말에는 따로 노래를 찾아듣지는 않았고, 청소하고 여명이랑 노는 동안 유튜브로 음악을 계속 틀어놨었다. 앞으로도 노래를 들을 때 오늘의 세 곡에 어떤 곡을 넣을지 두근두근하며 듣게 될 것 같다.


책에는 다양한 미션들이 있는데, 그 모든 미션이 내 기쁨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든든했다. 새해에 비장한 각오로 목표들을 세우면서, 내 기쁨을 위해서 어떤 사소한 것들에 도전할지를 함께 생각하는 게 즐거웠다. 1월에 할 미션들은 다 골라놨는데 어떤 내용들로 책을 채워나갈 수 있을지 기대된다. 새해에는 나 자신의 기쁨에 더 집중하고 사소하게라도 좀 더 자주 웃고 싶은 사람들이 한번쯤 보면 좋을 것 같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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