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보니 그곳이 천국이었네 - 탄자니아 여행그림책
나태주 지음 / 달 / 2026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즐거운 만큼 번거롭고 귀찮기도 해서 나는 여행을 그렇게까지 좋아하지는 않지만, 누군가의 여행기를 읽는 건 늘 즐겁고 흥미롭다. 여행기에서 읽고 싶은 건 여행지의 정보보다는 다녀온 사람의 경험과 감상이 묻어난 고유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예측할 수 없어서 더 기대하게 된다. 가본 적이 있는 곳의 여행기도 반가운 마음으로 읽지만, 몰랐던 곳이나 가까운 미래에는 갈 계획이 없는 곳의 여행기는 특히 더 흥미진진하고 재미있다. 

<돌아보니 그곳이 천국이었네>는 나태주 시인이 탄자니아를 여행하고 돌아와 쓴 시집이다. 나는 탄자니아에 대해 아는 것이 많지 않아서, 실제로는 표범이 살지 않는 킬리만자로와 표범이 살고 있는 세렝게티가 있다는 정도만 안다. 이렇게 낯선 탄자니아가 한 사람의 터닝 포인트가 되었다니 도대체 어떤 곳인지, 또 시인이 시로 쓴 여행기는 어떨지 궁금해하며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인생을 바꿀 수 있는 네 가지 터닝 포인트 중에 확실히 마음이 가는 건 시인이 권한 독서와 여행이었다. 좋은 방법이기도 하고, 질병이나 실패와는 다르게 내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게 마음에 들었다. 여행기를 읽는 건 독서와 여행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을 수 있는 가장 안전하고 확실한 방법이 아닐까 싶기도 했다.



마음을 비우라는 말은 스트레스를 받지 말라는 말만큼이나 실현하기가 어려운 조언인 것 같다. 나도 시인처럼 이것저것 다 멈추고 싶어질 때가 있어서, 낯선 땅 탄자니아로 향하는 시인의 마음을 어느 정도는 알 것 같았다. 책을 읽기 전에는 왜 하필 탄자니아일까 생각했는데, 그런 내 의문을 미리 알고 있었던 것처럼 책 속에는 시인이 그곳으로 향하게 된 배경과 과정이 다정한 시와 그림으로 담겨 있었다.



책 제목만 보고는 시인이 말하는 ‘그곳’이 어디일지 궁금했는데, 이 시를 읽으면서 ‘그곳’은 나에게도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천국도 지옥도 아닌 줄 알았는데, 돌아보니 천국이었다는 말이 마음에 오래 남았다. 돌아보기 전에, 나중이 아닌 지금 여기가 천국이라는 걸 알 수 있는 마음을 가지면 좋을텐데 쉽지가 않다.



이 시를 처음 읽었을 때는 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이시잖아요... 했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까 아닌 것도 같다. 보통 내가 싫어하는 걸 상대가 좋아한다고 하면 ‘으... 나는 그거 싫어’로 대화가 마무리되기 쉬운데, 시인은 그 싫어하는 대상을 좋아하는 사람을 좋아한다고 하시니, 결국 나는 싫어하지만 좋아하는 사람이 좋아하는 대상을 좋아해보려는 다정한 노력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면서 좋아탈트 붕괴가 왔다. 



한 사람이 태어나는 것도 기적같은 일이지만, 잘 살고 잘 떠나는 것도 축복이라는 말이 붙을 정도로 어려운 일이라는 걸 새삼 생각해보게 되는 시였다. 



탄자니아 여행을 담고 있는 1부의 시들도 좋았지만, 시인이 만난 사람들과 세상에 대한 감사를 담고 있는 2부 시들도 울림이 컸다. 고맙다 감사하다와 함께 나오는 말 중에 미안하다가 없다는 게 조금 의아했는데, 시를 읽으면서 미안하지 않은 사람이 미안한 사람이 되는 건 좀 얘기가 다르겠구나 하며 끄덕끄덕했다. 사과를 잘 하는 것도 좋지만 미안할 일을 안 만드는 게 제일 좋겠지.


탄자니아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1부를 읽으면서 내가 킬리만자로와 표범과 세렝게티로만 알고 있었던 탄자니아에 ‘사람’이 살고 있다는, 지극히 당연한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하지만 책장을 넘길수록 그곳에서 혹은 어디에서든 사람이 살아가고, 또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관계를 쌓아간다는 게 절대 당연한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 시인의 다정한 글과 그림으로 만나 조금은 덜 낯선 탄자니아를 언젠가는 직접 볼 수 있으면 좋겠다.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읽고 작성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