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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에서 인간으로 - 아이가 태어나지 않는 나라, 인구위기 대한민국이 새롭게 나아갈 길
이철희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12월
평점 :
뉴스나 신문에서 출생아 수가 역대 최저라는 기사를 심심찮게 접한다. 분명히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사실일 텐데도, 그후에 따라 나오는 국가 소멸 같은 극단적인 이야기들 때문에 일종의 공포 마케팅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인구 위기를 경고하는 목소리는 높지만, 정작 그 숫자를 이루고 있는 ‘인간’에 대한 진지한 고민은 부족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이번에 읽은 <인구에서 인간으로>는 인구 문제를 단순히 통계나 국가적 손실의 관점이 아니라, 사회 구조와 개인의 생존 전략이라는 큰 틀에서 분석한 책이다. 여러 정책과 논의들 사이에서 혹시 놓치고 있는 인구 문제의 본질이 무엇인지 알고 싶은 마음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출생아 수 감소 문제에 관하여 아직 사람들이 모르거나 오해하는 내용이 많다. 합리적인 정책 수립에 필요하지만 아직 믿을 만한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은 사안들도 적지 않다. 모두가 상식처럼 받아들이는 주장이 사실과 다른 사례들도 있다. 개인의 경험이 전체 국민의 일반적인 경험과 늘 같지는 않다.
이 책은 우리가 상식처럼 받아들였던 인구 관련 담론들에 의문을 제기하며 시작한다. 인구 문제를 논할 때 흔히 ‘요즘 젊은이들의 가치관 변화’를 원인으로 꼽지만 그것이 데이터에 근거한 객관적 사실인지 묻고, 막연한 추측이나 개인의 경험을 전체로 일반화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저출산 문제는 한국 사회가 앓고 있는 심각한 병의 증상 혹은 결과이다.
책의 앞부분에 용어와 관련한 양해를 구하기도 했는데, 저출산 대신 저출생이라는 말로 바꿔서 쓰는 요즘 상황도 알고 취지에도 공감하지만 이 책에서는 학술용어로써 저출산을 사용한다고 미리 밝혔다. 저출산이 앞으로 일어날 일들의 원인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병폐가 드러난 결과나 증상이라고 한 부분이 흥미로웠다.
가계든 국가든 돈을 아끼는 것은 중요하다. 특히 국민에게서 걷은 세금을 허투루 써서는 안 된다. 그러나 돈을 써서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를 따져 보는 것도 중요하다. 지금 돈을 잘 쓰면 미래의 세수를 늘리고 재정지출을 줄일 수 있다.
저출산 대응에 막대한 예산을 썼음에도 효과가 없었다는 비판에 대해, 저자는 예산의 집행 방식과 실제로 거둔 효과를 더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더불어 예산을 단순히 ‘지출’로 볼 것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투자’로 보아야 한다는 관점을 제시했는데, 나도 이 부분은 공감했다. 인구를 더 늘리기 위한 논의도 필요하겠지만, 지금 같은 인구 감소와 고령화 추세가 계속될 때의 대책에 더 많은 논의와 비용이 쓰였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재원 문제를 덮어두어 정책 의지를 의심받기 보다, 인구 문제 대응을 위한 지출이 미래를 위한 투자이며 그 편익이 다수 국민과 다음 세대에 공유된다는 사실을 납세자에게 설득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여러 인구 문제 관련 정책의 성공을 위해서는 자금 투입보다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특정 세대의 문제가 아니라 공동체 전체의 문제라는 것에 나도 공감했고, 이 부분에 대한 공감대가 조금 더 폭넓고 단단하게 형성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미 태어난 사람 하나를 지키는 일은 한 사람이 태어날 수 있게 돕는 일만큼이나 중요하다. 이미 태어난 사람을 지켜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국가를 유지하기 위해 출산을 장려하는 일은 밑 빠진 독에 물붓기와 같다.
이 부분은 나도 자주 하는 생각이라서 특히 공감하며 읽었다. 여러 참사나 사건/사고들을 보면서, 늘어나야 할 인구만 계산기에 넣고 정작 이미 태어난 아이들의 삶은 제대로 생각하거나 지키지 않고 있는 게 아닌가 늘 생각했다. 인구수 회복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쉽지는 않겠지만 이미 살고 있는 사람들의 존엄과 행복을 지켜내는 방향으로 인구 정책이 시행되면 좋겠다.
출산율을 높이기에만 매달리기보다 어떤 사람이라도 원하면 자유롭게 자녀를 낳는 선택을 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또한 출생아 수 감소로 나타날 수 있는 사회경제적 충격을 최대한 완화함으로써 국민 삶의 질이 유지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다.
인구 정책이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책 전체를 통해 생각해볼 수 있었다. 단순히 인구를 늘리는 방향만이 아니라 이 상황이 지속되었을 때의 대응에 대한 이야기도 함께 담고 있어서 생각할 거리가 많았다.
이 책은 인구 문제를 지금 당장 해결해야 할 과제로만 다루고 있지 않고, ‘인구’를 논하기 전에 먼저 그 인구수를 구성하고 있는 ‘인간’의 삶을 먼저 들여다보기를 권한다. 책에서 제시한 다양한 데이터를 보며 인구가 줄어드는 건 어쩌면 당연한 수순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우리나라처럼 너무 급격하게 줄어들면 여러 사회 문제들이 있을 수 있으니, 사회적 제도나 장치가 준비될 시간을 벌 수 있을만큼 조금 더 완만하게 줄어들면 좋을 것 같다.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읽고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