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장 나의 표현력을 위한 필사 노트 - 뭉툭한 생각을 정교하게 다듬어주는 표현력 되찾기 하루 한 장 필사 노트
유선경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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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책을 읽으면서 인상적이거나 중요하다고 생각한 문장들을 손으로 써서 남길 때가 많다. 아무래도 손으로 직접 써서 남긴 문장들은 기억에 더 오래 남기도 하고, 나중에 다시 보기에도 더 편해서 책을 읽을 때는 필사할 문장들을 체크하며 읽는 버릇이 생겼다. 이왕 품을 들여 필사를 할 거라면 조금 더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할 수는 없을까 고민하다가 <하루 한 장 나의 표현력을 위한 필사노트>를 발견하고 이거다 싶었다.

책을 읽고 영화를 보면서 느낀 점이나 평소 머리에 떠오른 생각을 말이나 글로 표현하려면 머뭇거리게 될 때가 많았다. 생각에 딱 들어맞는 말을 찾는 것도 어렵고, 말을 찾았다 하더라도 글로 풀어서 표현하는 건 또 다른 어려움이었다. 생각을 구체적으로 풀어서 표현하는 게 쉽지 않다는 걸 갈수록 더 많이 느껴서, 이 상황을 해결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며 책을 읽기 시작했다.


현란하게 잘 꾸민 말이나 글을 두고 표현력이 좋다고 여긴다면 잘못되었습니다. 적어도 말이나 글에서 표현력이 뛰어나다는 것은 추상의 형태를 구체적인 것으로 바꾸는 힘이 좋다는 뜻입니다.


책에는 필사할 수 있는 공간이 물론 많지만, 도움이 되는 저자의 글도 중간중간 여러 번 나온다. 리뷰를 시작하며 구구절절 뭘 쓰기가 어렵다고 한참 썼지만, 책에 나온 것처럼 ‘추상의 형태를 구체적인 것으로 바꾸는’ 게 어렵다고 간단하게 표현할 수 있는 거였다. 이 책을 다 읽고 따라쓸 때 쯤에는 나도 저렇게 간단하고 정확하게 생각을 전달할 수 있기를 바라며 책을 읽었다.


저는 걸작을 탄생시킨 이들이 ‘무엇’을 발상하는 데 쏟은 시간이나 열정의 몇 배 아니 수십 배를 여기에 쏟았으리라 확신합니다. 바로 ‘어떻게’입니다. ‘무엇을 표현할 것인가’보다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가 훨씬 중요합니다. 그러니 ‘다른 사람들이 다 하는 이야기는 식상해’ 같은 말은 맞는 듯 맞지 않지요. 사람들은 언제나 다른 사람들이 다 하는 이야기에 관심이 있습니다.


평소에 글을 쓸 때 독특한 소재를 찾는 일에 살짝 집착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이 부분을 읽으면서 조금 반성했다. 어떤 소재라도 ‘어떻게’ 표현할 것인지 더 집중해서 고민했어야 했는데, 그게 어려우니까 ‘무엇’에 더 집중했던 것 같아서. 앞으로는 다른 작가들의 글을 읽을 때 ‘어떻게’ 표현했는지 더 주의깊게 봐야겠다고 다짐했다. 


“어휘로 생각하고 정리해 표현하지 않는 게 일상이 되면 자기 생각이나 감정을 파악할 줄 모른다. 자신의 생각에 대해 자신이 없다.” 제가 <어른의 어휘력>에 쓴 글입니다. 이러한 믿음을 시작으로 당신이 무엇을 어떻게 잇고 - 깨고 - 헤(치)고 - 짓고 싶은지 표현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 표현이 당신이 파편화되는 사태를 막고, 참 모습대로 살아가는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의 전작인 <하루 한 장 나의 어휘력을 위한 필사노트>에도 관심이 생겼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어휘가 풍부하면 표현할 수 있는 범위가 훨씬 넓어질 테니, 누군가의 글을 읽을 때 어떤 어휘로 어떻게 표현했는지도 주의깊게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책에는 동서고금의 문장가들이 쓴 글의 일부가 149편 실려있다. 장르도 다양해서 시, 소설, 산문은 물론이고 노랫말도 있었다. 문장 자체를 뜯어봐야 할 글도 있었지만, 표현력을 기르기 위한 태도나 마음가짐을 위한 글도 있었다. 허수경 시인의 글을 보면서 주변 사물이나 인물에 애정을 가지고 지켜보는 태도도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동서고금의 좋은 문장들을 읽기만 해서 표현력이 훌륭해진다면 정말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는 걸 너무 잘 알고 있다. 저자의 가이드에 따라 책에 실린 문장들을 써보면서 이 사람은 어떻게 이런 표현을 했을까 하고 감탄한 순간이 여러 번 있었다. 나도 언젠가는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표현이 담긴 문장을 쓸 수 있도록 앞으로도 읽을 때 표현을 조금 더 주의깊게 보고 내 것으로 만들려는 노력을 기울여야겠다.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읽고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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