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부분을 읽으면서 프랑스 사람들이 실랑이를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진심을 다해 의견을 나눈다는 게 실제로 어떤 건지 궁금했는데, 이 책과 함께 읽었던 프랑스 소설 <친애하는 개자식에게>를 읽으며 실감할 수 있었다. 예를 들면 ‘당신 의견은 정말 쓰레기 같지만, 이런 부분은 맞는 말이라고 생각해요’ 하는 식... 아무래도 소설이라 더 과장되거나 극단적으로 표현한 부분들이 있겠지만 어떤 느낌인지 좀 알 것 같았다. 두 권을 읽으면서 나는 아무래도 프랑스에서는 못 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멤버들과 있으면 대화를 따라가야 한다는 압박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다들 소심하고 얌전해서 나와 잘 맞았다. 메탈 뮤지션들 특성 같기도 하다. 시끄러운 음악을 자주 듣고 연주해서 그런 건지, 아니면 내향적인 성격을 강한 음악으로 푸는 건지, 어느 나라를 가든 메탈 뮤지션들은 대부분 우리 멤버들처럼 차분하고 점잖았다. 64쪽
책을 읽으면서 프랑스와 독일에서 만난 이웃들의 이야기도 재미있었지만, 내가 경험할 일 없는 프랑스 음악원이나 메탈 페스티벌의 무대 뒷이야기도 흥미로웠다. 메탈 뮤지션들이 대부분 차분하고 점잖았다는 부분을 읽으며 의외라고 생각하다가, 그러고 보니 밴드 활동을 하던 친구가 대기실에만 들어가면 갑자기 절간 같아진다고 했던 이야기가 떠올라서 다들 무대에서 에너지 할당량을 다 쓰고 내려오니 당연한 일인가 싶기도 했다.
최선을 다해 도와주고 자신의 할 일이 끝나면 쿨하게 갈 길을 갔다. 그들이 떠나고 난 자리에는 다정함이 남았다. 그 마음을 받은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그 마음을 전했을 것이다.
다정한 이웃들의 이야기가 많았지만, 읽다 보니 작가님도 다정하고 사랑이 많은 사람이라는 게 느껴졌다. 책에서 읽은 것처럼 누군가에게 대가없는 도움을 받은 사람이 또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주고, 마주치는 사람들과 따뜻한 인사를 주고받는 게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나부터 그런 마음을 가져야겠다고 다짐했다.
책에 나오는 다정한 사람들의 다정한 이야기들을 읽으며, 하루를 정리하며 읽기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여러 번 들었다. 인류애가 사라지는 출근 지하철을 타야 할 아침 시간에 다정할 결심까지 해야 하는 건 좀 가혹하고 벅찼을 텐데, 험한 하루를 보내고 돌아와 그래도 어딘가에는 이렇게 다정한 세계가 있다는 위안을 얻으며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어서 좋았다. 책을 다 읽고 나서도 아직도 프랑스를 향한 마음의 거리를 완전히 다 좁히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언젠가는 작가님이 만났던 다정한 프랑스를 경험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읽고 작성했습니다.